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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승환의 슬라이더, 문제점과 해법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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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목) 14:00

                           


 
[엠스플뉴스]
 
미국 무대 진출 첫해였던 2016년 오승환은 불펜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 오승환은 2016시즌 6승 3패 19세이브 79.2이닝 평균자책 1.92 fWAR 2.6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6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중 평균자책은 7위,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로는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1승 6패 20세이브 평균자책 4.10 fWAR 0.1승에 그쳤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좌타자를 상대로도 강한 면모를 뽐냈던 2016년과는 달리,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330 7피홈런을 허용하면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지난해 후반기 들어 오승환을 거의 우타자를 상대로만 등판시켰다. 
 
오승환이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로 약해진 원인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417을 기록한 슬라이더에 있었다. 
 
2016시즌 구종별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패스트볼] 좌타자 .185 우타자 .231
[슬라이더] 좌타자 .138 우타자 .173
[전체] 좌타자 .173 우타자 .200
 
2017시즌 종별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패스트볼] 좌타자 .268 우타자 .228
[슬라이더] 좌타자 .417 우타자 .259
[전체] 좌타자 .330 우타자 .240
 
2016년까지만 해도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좌타자를 상대로 확실한 결정구(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138)였던 구종이다. 이에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2016시즌 초반 한국팬들에게 친숙한 '돌직구'에 앞서 슬라이더를 오승환의 활약 비결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랬던 슬라이더가 단 1년 새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 1년 사이 오승환의 슬라이더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사실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대한 분석은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다소 진부한 주제로 느껴질 수 있다. 지난해 오승환이 부진에 빠진 뒤로 필자를 포함한 칼럼니스트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온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생긴 문제를 명쾌하게 짚어내지는 못했다. 기존까지의 데이터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MLBAM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내놓았다. 바로 MLBAM 산하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3차원 투구분석이다. 이를 통해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생긴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진단해보자.
 
3차원 투구분석을 통해 본 2017년 오승환 슬라이더의 문제점
 


 
3차원 투구분석을 활용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지난해 오승환 슬라이더의 문제점은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다.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해 오승환 슬라이더(노란색)의 릴리스포인트는 패스트볼을 던질 때보다 지나치게 낮았다. 오승환의 릴리스포인트는 패스트볼을 던질때도 쓰리쿼터의 그것에 가깝지만,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사이드암에 가깝게 변했다.
 
이는 같은 우완 불펜이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인 그렉 홀랜드와의 비교를 통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릴리스포인트가 달라질 때 생기는 첫 번째 문제는 타자들이 두 구종을 분간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편, 그중에서도 릴리스포인트가 낮을 때 생기는 문제점은 반대손 타자가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완 사이드암(또는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2017년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유독 좌타자를 상대로 약했던 원인은 1)패스트볼과 쉽게 구분이 가능하고 2)시야가 열려있어 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짐에 따라 생긴 더 큰 문제점이 있다. 패스트볼 궤적과 슬라이더 궤적의 '분리지점'이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던진 이후 다른 투수에 비해 빨리 꺾였고, 이에 따라 패스트볼 궤적과 분리되는(달라지는) 지점이 지나치게 앞쪽에서 형성됐다. 따라서 좌타자들은 오승환이 던진 공이 슬라이더라는 것을 빠르게 눈치채면서, '보고'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홀랜드와의 비교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홀랜드의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의 궤적이 분리되는 지점(빨간색 원)은 오승환에 비해 훨씬 타자 근처에서 형성된다. 이로 인해 타자들이 홀랜드가 던진 공이 슬라이더인지 패스트볼인지를 늦게 알아차리게 되고, 따라서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비해 타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지난해 오승환을 상대한 좌타자들은 던지는 시점부터 더 잘 보이는 데다가, 분리되는 지점이 빨라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눈으로 보고 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문제점은 모두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지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부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오승환이 지난해 슬라이더를 던질 때 팔각도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 WBC 출전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잔부상(손가락, 허벅지, 발가락)으로 인해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서 생긴 현상이라는 추측이다. 지난해 오승환은 일반적이라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팀 성적과 FA를 앞두고 있는 본인의 사정으로 인해 출전을 강행했고, 그러다 보니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원래 투구폼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슬라이더의 각이 예전 같지 않아지자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를 늘리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팔 높이를 낮춘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실제로 릴리스포인트를 낮추면 공의 횡적인 움직임이 강해진다. 물론 그러면 겉보기로만 좋을 뿐, 슬라이더의 실제 위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선수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팔 각도가 내려가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메이저리그급 투수라고 할지라도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워낙 가지고 있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다르게 던져도 비슷하게 던질 수는 있다. 문제는, 그게 누적되면 정상적인 몸상태로 돌아오더라도 투구폼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승환이 슬라이더의 위력을 되찾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슬라이더를 던질 때의 투구 밸런스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을 통해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패스트볼을 던질 때에 가깝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6년에 보였던 위력을 되찾게 될 확률이 높다.
 
 
 
희망적인 소식이 있다면 토론토 역시 오승환의 슬라이더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오승환의 라이브피칭을 지켜본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는 캐나다 언론 <스포츠넷>과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팔 스윙이 아주 좋았다. 공에 힘이 넘쳤다. 특히 슬라이더가 뛰어났다.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이렇게 힘 있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시간은 오히려 워커 투수코치와 함께 라이브피칭을 통해 슬라이더를 다시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승환은 14일 <토론토 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다. 실망하면 나만 손해다. 현재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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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탈영 젠틀토레스

야무지게 독수리슛

2018.03.15 14:45:06

돌직구만 있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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