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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은의 포커스in] '반지 부자' 김재걸의 조언, "뛰어야 산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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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목) 10:44

                           
| 삼성 라이온즈 김재걸 작전코치에겐 7개의 우승 반지가 있다. 모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얻은 훈장들이다. 김 코치는 그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아는 이다. 삼성 왕조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모두 경험했다. ‘반지 부자’ 김 코치가 말하는 사자 군단의 부진 탈출법을 엠스플뉴스가 물었다. 
 


 
[엠스플뉴스]
 
‘걸사마’.
 
김재걸 코치의 현역 시절 별명이다. 팀이 부르면 언제든 출전해 대수비, 대주자, 대타 등으로 제 몫을 다했다. 그렇게 뛰고, 구르다보니 그의 유니폼은 하루도 깨끗할 날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위해 수없이 몸을 날렸다. 걸사마란 별명은 삼성 팬들이 김 코치에게 보내는 존경의 표시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순 없었다. 김 코치도 화려한 스타는 아니었다.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벤치 멤버에 가까웠다. 하지만, 늘 팀을 위해 희생했다. 타석에선 참고 또 참았다. 찬스를 앞에 두고도 여지없이 번트를 가따댔다. 그의 헌신은 여느 스타 플레이어, 그 이상이었다.  
 
김 코치는 ‘희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양날의 검이죠. 희생은 좋게 봤을 땐 팀을 위한 일이지만, 나쁘게 봤을 땐 소극적인 행동에 그칠 수 있어요. 볼카운트 투 볼 상황에서 공격적인 타자라면 무조건 ‘배팅 찬스’라고 노릴 겁니다. 무조건 치려 하겠죠?(웃음). 하지만, 전 조금 달랐어ㅛ. ‘공 하나만 더 골라내면 3볼이 되고, 곧 볼넷으로 진루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희생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결과가 좋았기에 희생이라 부를 수 있는 거죠. 그 희생이 실패로 끝났다면 그저 그런 플레이로 지나갔을 거에요. 그게 희생이고, 야구입니다.”
 
김 코치는 지도자 변신 후, 희생이란 화두를 앞에 두고 고민했다. ‘그때 난 왜 그렇게 수비적으로 행동했을까’하며 말이다  
 
“희생에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상대 투수의 상태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돼요. 투수가 제구 난조로 흔들릴 때와 잘 던졌는데도 볼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그럴 땐 참는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나가야 해요. 그때 이걸 알았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선수가 됐겠죠(웃음).” 김 코치의 말이다. 
 
김재걸 코치의 메시지, ‘전력 질주’
 


 
삼성은 2016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2년 연속 KBO리그 정규시즌 9위에 머물렀다. 팀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야구계 일부에선 삼성이 부진한 이유로 짜임새 부족과 세밀한 야구 부재를 꼽는다. 그러나 김 코치는 이에 반대를 표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런 부분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삼성이 예전과 차이 날 정도로 나태해지고 팀 캐미가 깨진 게 아니란 점이죠. 잘나가는 팀은 그런 점이 가려지지만, 그 반대 팀에겐 그 부분이 뚜렷해 보일 수 있어요.” 
 
김 코치는 그런 까닭인지 선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전력 질주’다. 
 
“공격은 공을 치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베이스를 밟는 순간까지 전력 질주하는 게 기본이에요. 과거 삼성 선수들은 끝없이 달렸습니다. 양준혁 선배만 봐도 당대 최고의 타자였지만, 매번 1루까지 전력 질주했어요. 과거 삼성 선수들의 공격은 늘 그랬어요. 요즘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강조합니다. 프로 선수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건 팬들과 우리 사이의 약속이기도 해요.”
 
현역 시절 김 코치가 그랬다. 최선을 다해 타격하고, 도루하며, 작전 지시에 따랐다. 반드시 누군간 해야 할 일이었다. 
 
“당시 삼성은 정말 재미있는 팀이었어요. 한 선수가 안타를 치면, 또 다른 선수가 도루를 하고, 다음 선수가 작전을 시도했죠. 이제 끝났나 싶을 때면 홈런이 나와요. 상대 팀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그렇게 8회가 되면 사실상 경기는 우리의 승리였어죠. 왜냐고요? 또 끝판 대장이 있었잖아요. 쌍권총도 있고(웃음). 한마디로 정말 야구 할 맛 났습니다.” 김 코치는 잠시 옛 기억에 잠겼다.
 
지금도 옛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당시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코치들과 마주 앉으면 옛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단 그다. 
 
김 코치는 “내 습관 가운데 하나가 메모다. 늘 수첩에 그날 상황을 적고, 분석하는 습관이 있다”며 “삼성이 한창 잘나갈 땐 9회 (오)승환이가 등판하면 더그아웃에서 일어나 지금 스코어를 쓰고 메모장에 승리 동그라미를 그려 버렸다. 그리곤 수첩을 접고 짐을 쌌다. 예전 삼성이 그랬다(웃음)”며 껄껄 웃었다. 
 
김재걸 “우승 반지가 10개는 돼야 깔끔하지 않겠나”  
 


 
김재걸 코치는 잠시도 쉬지 않는 학구파다. 경기 중엔 쉼없이 메모하고 상황을 살핀다. 경기가 끝나면 영상 분석에 여념이 없다. 최근엔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허리 디스크와 시력 저하가 왔다”며 장난스레 말했다. 
 
야구계 일부에선 김재걸을 ‘제2의 염경엽’이라고 부른다. 이에 김 코치는 “너무 과분한 평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도자 변신 이후엔 늘 운이 좋았습니다. 삼성이란 명문 팀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고, 김한수 감독님이나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 같은 좋은 지도자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전 제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늘 공부하며 준비해야 해요. 전 말보단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것은 제가 늘 지키려는 기준 가운데 하나예요.” 지도자 변신 후에도 김 코치식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김 코치는 한국 시리즈 우승 반지만 7개다. 현역 시절 3개, 지도자로 변신해 4개를 얻었다. 평생 한국 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그런 김 코치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있다. 반지 수를 10개로 맞추는 것이다.   
 
“삼성 왕조는 우리만의 자부심입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비치된 트로피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아직 역량이 부족하지만, 우승 반지는 10개나 20개로 딱 끊고 싶습니다. 그래야 깔끔하지 않겠어요(웃음).”  
 
지난 두 시즌은 분명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김 코치는 알고 있다. 삼성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하지만, 이전에도 늘 시련이 닥쳤습니다. 큰 어려움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모두 하나가 돼 위기를 헤쳐나갔습니다. 그런 힘이 모여서 왕조 시대를 열었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비 온 뒤 땅이 굳듯. 지금의 시련이 더 큰 성과를 가져다줄 것임을 확신합니다.”
 
삼성 왕조의 산증인, 김재걸의 존재는 올 시즌 사자 군단의 또 다른 힘이다.  
 
전수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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