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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작전타임] ‘인생 2막’ 그리는 허윤자, “저, 진짜 행복하게 뛰다 갑니다”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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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수) 03:01

                           

[이원희의 작전타임] ‘인생 2막’ 그리는 허윤자, “저, 진짜 행복하게 뛰다 갑니다”



 



[점프볼=이원희 기자] 여자프로농구는 올시즌 20시즌째를 맞이했다. 그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선수. 바로 삼성생명 허윤자. 그가 올시즌을 마치고 코트를 떠난다. 삼성생명은 허윤자의 은퇴를 어떻게든 미루겠다고 한다. 그만큼 허윤자가 갖고 있는 가치는 베테랑 그 이상이다. 지금까지 허윤자의 결심은 꽤나 확고하다.


 


허윤자는 “많은 분들이 저에게 1년 더 함께 하자고 하신다. 노장 선수로 그런 말을 듣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를 것이다. 항상 감사드린다”면서 “부족함이 많은 선수인데도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셨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은퇴할 거 같다”고 말했다.


 


허윤자는 지난 1999년 프로데뷔해 통산 502경기를 뛰고 평균 6.75점 5.06리바운드 1.6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선수단 뒤를 받치며 모범선수상, 기량발전상, 우수후보선수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통산 500경기를 소화했던 허윤자는 이제 선수가 아닌 사회인으로 ‘인생 2막’을 열려고 한다. 


 




[이원희의 작전타임] ‘인생 2막’ 그리는 허윤자, “저, 진짜 행복하게 뛰다 갑니다”



 



▶ 선수 생활 20년 마침표.


 


허윤자는 KEB하나은행의 전신 신세계에서 프로 데뷔, 한 팀에서만 15년을 활약했다. 2014-2015시즌부터는 삼성생명에서 뛰었다. 허윤자의 마지막 시즌에 22경기 출전 평균 4.09점 1.3리바운드 0.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해, 더 이상 코트에서 뛰는 허윤자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Q. 은퇴 시즌이었는데, 느낌이 어떠셨나요.


일단 팀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 아쉬워요. 올시즌 재밌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팀에 부상 선수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저는 조력자로서 주어진 시간대로 기용되는 선수잖아요. 출전시간이 많든 적든 제 역할이 있어요. 팀 내 고참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아쉬움은 있네요.


 


Q. 구단에서는 허윤자 선수와 더 함께 하려고 하는데, 왜 은퇴를 결정하셨나요?


뭐, 은퇴를 해야겠다는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생각하게 됐어요. 은퇴 결정은 꽤 오래 전에 내렸죠. 지난 시즌에도 은퇴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구단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잡아주셨어요.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하면서 고맙다고 생각했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Q. 구단이 베테랑 선수에게 1년 더 하자고 하는 일이 흔치는 않은데.


맞아요. 그래서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행복해요. 많은 분들이 1년만 더 뛰자고 하는데, 지금은 은퇴결심이 확고해요. 그래도 혹시 아나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일단 많은 분들이 선수 생활을 연장하자고 제안해주셔서 고마워요.


 


Q. 나이가 있는 선수지만, 어린 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봤어요.


삼성생명에서 제 이미지가 허당 느낌이 됐어요. 모든 선수들이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와요. 제가 훈련할 때 농구화를 가지런히 놓는 게 습관이거든요,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는데, (김)한별이가 발로 차고, 던지고, 엎어놓고 해요.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적응했어요. KEB하나은행 있을 때와는 이미지가 180도로 달라졌죠.


 


Q. KEB하나은행에 있을 때는 어떤 이미지셨나요?


어휴, 후배들이 제 눈도 못 마주쳤죠. 저부터 기합을 받고 선배들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났거든요. 그래도 팀 경기력은 끈끈했어요. 사실 KEB하나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될 줄 알았는데, 팀에서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떠나게 됐어요. 공백기가 있었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의 선수생활을 연장해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KEB하나은행을 떠나게 됐지만, 나온 순간까지 연락해주시고, 찾아주시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써주셨어요. KEB하나은행에서 여러모로 도와주셨죠. 전 정말 복이 많은 선수였어요.


 


Q. 팀 동료 박하나 선수하고는 KEB하나은행 시절에도 같이 있었는데.


KEB하나은행에 있을 때는 선후배 차이가 꽤 나서 같이 있어도 조용했어요. (박)하나가 저에게 못 다가왔죠. 그런데 삼성생명에 오니깐 달라졌더라고요, 저를 때리고, 훈련 때 놀리고, 과도하게 스크린 걸려고 하고(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 즐겁고 귀엽고 긴장도 많이 풀렸어요. 이제는 제가 말해도 듣는 척도 안 해요(웃음). 많이 친해졌어요.


 


 




[이원희의 작전타임] ‘인생 2막’ 그리는 허윤자, “저, 진짜 행복하게 뛰다 갑니다”



 



▶ 허윤자에게 롱런의 비결을 듣다


 


Q. 선수 생활만 20년을 했습니다. 그 비결이 있나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하다가 최근에 롱런의 비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제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주위 분들이 저를 믿어주시고 신뢰해주셔서 길게 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저는 많이 부족한 선수예요. 성격도 살갑지가 않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잡아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참 복이 많은 선수죠?


 


Q. 삼성생명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주셨잖아요.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님이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게 해주셨어요. 그게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요. 운동량이 많지만, 저에게만 배려해주셔서 크게 다치지 않고 뛰었어요. 저도 주어진 시간 안에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죠. 임근배 감독님부터 배려해주신 덕분에 선수 생활을 길게 가져갈 수 있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있을까요.


프로에 오기 전에는 전주원(우리은행 코치) 선배를 보고 자랐어요. 너무 멋있는 분이세요. 제 고등학교(선일여고) 대선배이시기도 하고, 보기만 해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분이시죠. 지금까지도 같이 코트에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정)선민 언니예요. 그야말로 선수시절의 제 우상이셨어요. 선민 언니 같은 선수가 되려고 보고 배웠던 게 기억이 나네요. 포스트업을 잘하고, 피딩도 뛰어나고, 뛰는 농구가 되고, 삼박자가 잘 맞는 언니셨죠. 선민 언니와 5년 정도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선민 언니를 상대하다 다른 선수들을 막다보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져요. 제가 센터이다 보니 더 각별하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Q. 최근까지 후배들을 이끌었었는데, 조언 있으신가요.


(배)혜윤이는 팀의 에이스이자 주축 선수이기 때문에 크게 할 말이 없을 거 같아요. 지난 시즌에는 힘들어보여서 제가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올시즌은 아니에요. 앞으로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양)인영이는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죠. 아직 실전 경기가 낯설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잘 뛰고 포스트 플레이도 좋은 선수니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Q. 얼마 전에는 500경기 출전 기념식(2월23일 KEB하나은행과의 용인 경기)도 있었어요.


팀에서 500경기 출전 기념 티셔츠를 만들어주셨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날 거 같더라고요.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하프타임에 기념식이 열렸으니, 혹시라도 제가 울어 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해요. 애들 옆에도 가지 않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전 소속팀 KEB하나은행 선수들도 모두 축하해줬고, 삼성 구단 전직원도 기념식에 참석해주셨어요. 신랑도 왔고, 신랑의 어머니, 지인분들도 오셨죠. 정말 한 번 눈물이 터졌으면 대성통곡 했을 거예요. 500경기 출전 기념식을 열어주신 날 경기에 이겨서 더 행복했어요.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어요.


 


Q. 은퇴를 하면 KEB하나은행에서 같이 뛰었던 임영희(우리은행)가 최고령 선수로 남게 되는데요.


(임)영희는 대단한 선수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풀타임을 뛴다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해요. KEB하나은행에서 여러 추억이 있었어요. 팀 분위기는 엄격했지만, 선수들끼리는 끈끈했어요. 만약 나쁜 마음이 있는 채로 KEB하나은행을 떠났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KEB하나은행에서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셔서, 마지막까지도 KEB하나은행전만 되면 울컥해 경기에 집중을 못했어요. 친정팀이라 정이 많아요.


 


 




[이원희의 작전타임] ‘인생 2막’ 그리는 허윤자, “저, 진짜 행복하게 뛰다 갑니다”



 



 



▶ 잘 가요 허윤자, 언제나 응원할게요.


 


Q.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세요?


이제는 집에서 쉬려고요. 지도자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쉬는 날에는 농구장에 많이 가지 않을까요. 남편이 농구 광팬이거든요.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저를 자주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아, 남편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제가 KEB하나은행에 있었을 때 만났어요. 팀에서 나가고 공백기가 있을 때 신랑이 많은 힘이 돼줬어요. 지금도 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남편이에요. 지인의 소개로 소개팅을 해 남편을 만났죠. 처음에는 남편을 거절했는데, 소속팀이 없었을 때 옆에서 위로와 힘을 줬어요. 저의 버팀목이었어요. 제가 코트에서도 잘 웃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신랑을 만나고 제가 많이 웃게 됐어요.


 


Q. 혹시 2세 계획은 있으신가요.


아직은 없어요. 쉬면서 신랑과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해요. 아이를 낳아도 운동선수는 시키지 않으려고요. 그 길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신랑은 아이가 하고 싶으면 말리지 않겠다고 하네요. 저는 뜯어 말리고 싶은데..(웃음). 아무래도 신랑을 따라 아이도 운동을 시킬 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코트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그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저는 정말 복 받은 선수예요. 행복하게 선수 생활하고 갑니다.


 


#사진_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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