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일병 news2

조회 1,768

추천 0

2018.03.03 (토) 23:48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한 시즌 만에 이토록 달라질 수 있을까. 최하위에서 2017~2018시즌 V-리그 정규리그 여자부 우승팀으로 우뚝 선 한국도로공사 이야기다. 



 



도로공사는 3일 흥국생명을 꺾고 남은 GS칼텍스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2월 3일 선두(승점23, 7승4패)로 나선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정규리그를 1위로 마감했다. 김종민 감독 지휘아래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어울렸던 결과다. 공격에선 이바나와 박정아의 쌍포, 그리고 정대영, 배유나가 버틴 중앙이 돋보였다. 노련한 세터 이효희가 그들을 리드했다. 수비에선 문정원과 임명옥이 뒷받침했다.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1년 전 ‘왕따논란’ 일으킨 팀, 환골탈태에 성공 
도로공사의 안정된 전력은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6~2017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꼴찌라는 성적만은 아니다.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시크라의 갑작스런 부상이 단초가 됐다. 급하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브라이언을 불러왔지만 오히려 왕따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고참 이효희와 정대영은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사이 팀은 9연패로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시즌 막판 5연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짙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올 시즌은 달랐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쥐며 최대어 이바나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박정아도 팀에 합류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그간 고민을 안겨주었던,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해결사를 둘이나 품에 안았다.



 



노련한 세터 이효희에 정대영, 배유나가 지키고 있는 중앙, 여기에 두 선수가 합류하자 도로공사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개막 이후 3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국가대표 차출 등으로 인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그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용을 드러냈다. 시즌 초 8연승을 내달리며 어느새 선두로 올라섰다.



 



물론 고비를 맞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 2위 IBK기업은행의 추격이 거세졌다. 선두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 여러차례 왔으나 그때마다 절묘한 승점 관리로 이겨냈다. 그리고 3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2014~2015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완벽한 공수 균형, 장기리그에 강팀 군림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 감독들은 IBK기업은행과 도로공사를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두 팀 전력이 탄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럴 것이 도로공사는 이바나, 박정아 쌍포에 중앙에는 정대영과 배유나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세터 이효희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대표급 전력을 갖춘 도로공사였다.



 



예상대로 이바나와 박정아는 사이좋게 공격 점유율 37.7%, 28.4%를 차지, 공격 성공률 41.7%, 35.7%를 올리며 득점을 책임졌다. 배유나와 정대영은 속공 부문 각 2, 3위에 랭크되어 있다. 블로킹에서도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효희는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경기를 조율했다.  



 



그러나 승리하는데 있어 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정원은 공격 점유율은 비록 5%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리시브 점유율 54%, 성공률 47.64%를 기록. 묵묵히 뒤에서 헌신했다. 3일 기준 문정원은 세트 당 4.947개의 리시브를 받아내며 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리시브가 있었기에 공격수들도 빛날 수 있었다. 김종민 감독도 "시즌 전만 해도 정원이가 힘들 것으로 봤는데 슬럼프를 스스로 극복해내면서 버텨줬고, 자리를 잡으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여기에 강력한 서브는 보너스. 세트 당 0.316개로 서브 부문 5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드래프트 2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신인 세터 이원정도 이효희의 뒤를 받치며 차세대 세터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김종민 감독은 “원정이는 신인이지만 양쪽 사이드로 가는 세트가 힘이 좋고 스피드도 살아있다. 신인치고는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 결정적인 미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새얀, 최은지, 유서연 등 백업 공격수들은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코트를 밟으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주전들도 체력을 안배할 수 있었다.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김천시민 1등 응원은 도로공사 독주의 힘 
김천 시민들은 1등 응원으로 힘을 주었다. 도로공사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지 이제 세 시즌째. 2014년 11월 한국도로공사가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배구단도 2015~2016시즌부터 김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당시 관중 동원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김천은 이 전까지 한 번도 프로 스포츠 팀을 유치한 적이 없었다.



 



이같은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천실내체육관에는 첫 시즌부터 2만 9,988명(경기당 평균 1,999명)이 찾았다. 도로공사는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팀은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관중은 2,348명으로 늘어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도 넘버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1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IBK기업은행전은 무려 6,823명이 관전했다. 도로공사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뒤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다. 또한 남녀부 통합 최다 관중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 역시 도로공사가 갖고 있다. 지난 해 12월 31일 흥국생명전에서 기록한 5,560명이다.



 



팀이 잘하고 있을 때나 못하고 있을 때나 한결같이 도로공사 선수들 곁을 지켰던 김천 팬들. 그 응원은 분명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꼴찌에서 1위로, 도로공사는 어떻게 바닥에서 정상 올랐나



 



 



도로공사에 없는 ‘챔피언 반지’, 이번에 숙원 풀까  
도로공사는 프로원년부터 리그에 참여했다. 역사는 길어도 여자부 6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앞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4~2015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IBK기업은행에게 시리즈 전적 0-3으로 밀리며 준우승에 그쳤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김종민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희망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었는데 좋아진 건 선수들이 멘탈적으로 강해졌다. 끌려가도 마지막에 차고 나오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올 시즌 새롭게 팀을 옮긴 박정아는 “도로공사가 별을 달았으면 좋겠다. 여자부 중에 아직 도로공사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별 하나가 박혀있는 도로공사 유니폼을 꼭 입고 싶다”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과연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우승을 넘어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는 도로공사다.



 



사진_더스파이크DB  (문복주,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