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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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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금) 15:06

                           

 



정상 등극은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박정아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 도전에 나섰다. 프로데뷔 이후 여섯 시즌간 몸담았던 IBK기업은행. 첫 인연을 맺었던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새 팀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6개월, 그 사이 새 연고지 김천이 익숙해진 한국도로공사 윙스파이커 박정아를 만났다.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효희, 정대영, 배유나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존재가 무색했다. 한 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와 토종 공격수의 부재는 고민거리였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 강화에 나섰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이바나를 뽑는 행운을 거머쥔 데 이어 FA(자유계약선수) 박정아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우승후보란 평가가 따라왔다.




그러나 시작은 불안했다. 주위의 평가가 무색했다. 개막 이후 3연패에 빠졌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1일 흥국생명전에서 그토록 바라던 첫 승을 신고했다. 3-0의 완승. 박정아는 18득점을 올리며 활약,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이적생 박정아에게 그간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자신의 의지로 팀을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주위 기대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그리고 팀도 계속 지다보니 힘들고 속상했어요. 이길 듯하면서 5세트에 가서 졌거든요.”




이후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연승을 챙기며 1라운드를 2승 3패라는 성적과 함께 4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2라운드 중반부터 도로공사는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그 시작은 11월 18일 KGC인삼공사전이었다. 이어 GS칼텍스, IBK기업은행을 차례로 꺾으며 3연승을 챙긴 이들은 3라운드 전승을 기록, 이후 8연승을 내달렸다.




박정아는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8연승을 할지는 예상하지도 못했어요. 비시즌에 다같이 맞춰본 적이 없어 시즌 초반 불안했던 건 있었어요. 저도 대표팀에 있느라 자리를 많이 비웠죠. 저희끼리 한 경기만 따내면 된다고 했는데 연패를 끊어낸 후부터 이기는 방법을 알았던 것 같아요.”



 



그사이 도로공사는 선두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더니 마침내 3라운드 종료 후에는 순위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4라운드에도 여전



 1위 자리는 도로공사 차지였다.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하지만 팀 성적과는 별개로 박정아는 부침을 겪었다. 김종민 감독도 “정아가 1세트를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 2세트는 돼야 경기력이 나온다. 빨리 올라와야하는데 걱정이다. 더군다나 전반기에 비해 경기력이나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초반에 잘 풀리면 후반이 안 되고 초반이 부진하면 후반에 올라오고. 세트 마다 기복이 있는데 결국 제가 고쳐야죠.”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았다.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영향이 있기야 있겠죠. 그런데 그것조차 핑계인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끌어올릴 수 있을까만 생각하려고 해요.”




굳건할 것만 같았던 선두자리도 조금씩 위태로워졌다. 2위 IBK기업은행의 기세가 매서웠다. 연승 가도를 질주하며 숨통을 조여 왔다. 어느새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대망의 1월 17일 아침이 밝았다. 이날은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 간 단두대 매치가 있던 날. 결과에 따라 1위의 주인공이 뒤바뀔 수도 있는 만큼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후 미소를 지은 건 도로공사였다. IBK기업은행을 3-1로 물리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뿐만 아니라 박정아도 모처럼 서브 4득점 포함 19득점(공격 성공률 46.67%)으로 환하게 웃었다. 김종민 감독도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잘했다”라고 흡족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기쁜 건 아무래도 그 자신이었다. 그간 박정아는 친정팀 IBK기업은행을 만나면 움츠러 들었다. 1라운드 맞대결 당시 20득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각 10, 8득점에 그쳤다. 성공률 역시 부진했다. 3경기 평균 33.47%에 그쳤다.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겠지만 IBK기업은행을 만나면 조금 더 욕심이 났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런 생각 때문인지 경기력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까 잘 풀렸어요.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분이 좋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죠.”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오 놀라운 김천 팬들의 배구 사랑 
지난해 12월 31일은 박정아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천이 남자배구 없이 여자배구만 있잖아요. 심지어 수도권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경기장에 정말 많이들 찾아와주세요. 평일에도요. 그런데 그날은 ‘진짜 사람 많다’ 생각하기는 했어요.”




그랬다. 박정아는 경기를 하면서도 관중석의 열기를 느꼈다. 그날 김천실내체육관(5,200석)에는 무려 5,560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남자부에서는 2017년 10월 15일 의정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경기에서 기록한 5,372명이 최다 관중이다.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지 이제 세 시즌째. 도로공사는 2014년 11월 본사가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2015~2016시즌부터 김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실 관중 동원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프로 스포츠 팀을 유치한 적이 없었던 김천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도로공사는 첫 시즌부터 2만 9,988명(경기당 평균 1,999명)이 경기장을 찾으며 관중동원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팀은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관중은 2,348명으로 늘어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도 넘버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김천에 발을 디딘 박정아도 그 열기에 새삼 놀란 눈치였다. “저희가 이 근처만 돌아다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밖에 나가면 많이들 알아봐주세요. 식당에 가면 서비스 주실 때도 있고요. 다른 분들이 계산을 해주시고 가신 적도 있어요. 민망하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해요.”




그에게 혹시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팬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엄청 많이들 응원해주세요”라고 잠시 뜸을 들이던 박정아는 이내 “저랑 (전)새얀이 깃발을 흔들어주시는 팬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부끄럽기도 했는데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라고 미소 지었다.




“김천은 공기가 좋아요”라며 어느새 김천 자랑에 나선 박정아. 그가 김천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아니 도로공사라는 팀에 녹아들기까지는 그와 함께 해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들 제가 적응하는데 도움을 많이 줬어요. 처음 김천에 왔을 때 새얀이랑 룸메이트였는데 몇 시에 일어나야하는지부터 하나하나 잘 알려줬어요(웃음).”




언니들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에 있을 때도 (김)사니 언니, (남)지연 언니랑 같이 있었지만 도로공사에도 언니들이 많잖아요. 제가 잘 안 풀릴 때 옆에서 토닥여주는 언니들이 있어 정말 좋기도 하고 고마워요.”




덧붙여 그는 김종민 감독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감독님은 저한테 못한다고 혼내지는 않으세요. ‘자신 있게 해라’, ‘코트에서 안 풀린다고 인상 찡그리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하시죠. 감독님은 밖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비슷해요. 먼저 말 한마디 걸어주려고 하시고 선수들을 혼내기보다는 알려주려고 하세요. 그리고 선수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하시는 편이에요.”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부모님, 나 그리고 팀’ 그를 지탱하는 세 가지 
때는 바야흐로 초등학교 4학년. 박정아는 먼저 배구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 같이 하자는 말에 배구공을 손에 들었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배구가 뭔지도 모른 체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같이 배구를 했던 친구들 가운데 지금까지 배구공을 놓지 않고 있는 건 자신이 유일하단다.



 



그리고 어느새 프로 입단 후 일곱시즌 째를 소화하고 있는 박정아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승의 기쁨도, 실패의 아픔도 모두 느껴봤다. 2011년 8월에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그 해 4위를 기록한데 이어 2012~2013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창단 두 번째 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더하며 명문 팀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일까. 박정아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한 초등학생이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여기에 왔으니까 여기 온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라고 답했어요. 정말 너무 많아서 한 순간을 꼽기가 힘들어요. 지금은 지난 경기 승리했던 마지막 순간이 기억에 나네요(웃음).”




그러나 2015~2016시즌 현대건설과의 챔피언 결정전은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며 통합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워갔던 IBK기업은행. 하지만 이정철 감독의 기대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부터 어긋났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맥마혼 공백이 아쉬웠다. 김희진과 박정아라는 국가대표 듀오가 있었지만 단기전에서 외국인선수의 빈자리는 컸다.



 



반면 현대건설은 양효진, 황연주, 에밀리 삼각편대가 화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김세영, 한유미도 든든히 뒤를 받쳤다.




득점싸움에서 밀린 IBK기업은행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0-3의 완패를 당했다. 절실함으로 반격을 노렸지만 결국 3차전도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IBK기업은행에서 우승을 많이 했는데도 제가 제일 울컥했던 건 챔프전에서 현대건설한테 졌을 때예요. 그 땐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좋은 순간이 기억날 수도 있고 아쉬운 때가 생각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질문을 바꿨다. 그렇다면 프로 생활을 되돌아보면 어떨까. “첫 시즌에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했어요. 그 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배구를 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겁 없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상대팀도 절 알고 저도 상대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배구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생각 없이 했던 그 때가 좋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버렸으면 좋겠어요.”




박정아에게 그를 지탱하는 힘,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가족을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서도요”라고 전했다. 이어 “도로공사로 이적하고 난 후에는 그 자체가 저한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제 의지로 팀을 옮긴 거잖아요. 주위의 기대치,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목표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죠.”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평범한 26살의 박정아를 말하다 
올 해 한국나이로 26살이 된 박정아. 배구를 안했더라면 그 나이대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박정아도 “제가 공부를 조금 했었어요(웃음). 아마 회사에 다니지 않았을까요?”라고 상상해보았다.




문득 어렸을 적 장래희망이 궁금했다. “작가”라는 답변이 나왔다.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기는 한데요. 며칠씩 미뤄 두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쓰고 그래요. 3월에 열심히 쓰다가 4월에는 비었다가 그러다 또 다시 쓰고. 별다른 건 없어요. 그냥 오늘 하루 어땠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쓰고 있어요.”




어렸을 적에는 책도 많이 읽었다고. “옛날에는 책을 진짜 많이 읽었어요. 지금도 많이 봐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시즌 때는 시간도 많이 없고요. 책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최근에 팬한테 책 선물을 두 권이나 받았어요. 사실 먹을 건 줄 알고 기대하고 열어봤는데 책이더라고요(웃음). 첫 번째 책을 열어봤는데 제목이 ‘아무 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였어요. ‘와, 정말 멋있다’하고 두 번째 책을 뜯는데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닌 나’인거예요. 순간 이건 뭔가 싶었어요. 그래서 목표를 세웠어요. 1월 안에 두 책을 다 읽고 어떤 게 진짜인지 보려고요.”




집에서는 어떤 딸일까. 그러자 박정아는 “애교도 부리려고 하는데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전해보라고 했지만 이내 쑥스러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요, 없어. 아까도 통화했어요. 원래는 진짜 전화 잘 안했거든요. 그런데 언니들도 부모님한테 잘해야 한다고 하고 저도 크면서는 매일매일 통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잘은 안 되더라고요. 자주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이어 그는 “엄마가 IBK기업은행에 있을 때는 화성에도 자주 오셨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더 가가까워지니까 자주 안 오시더라고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가. 얘기 들어보니 이것저것 배우시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자기 인생을 찾아가고 계신 것 같아요(웃음)”라고 전했다.




말은 그래도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 가득이었다. 버킷리스트를 묻자 제일 먼저 “엄마와 매년 여행가기”라고 대답했던 그였다. “예전에 어디선가 버킷리스트를 쓰는 게 있었어요. 그 때 아마 엄마랑 여행가기, 3층짜리 건물 짓기, 똑똑한 사람 되기,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기 이런 것들을 적었던 것 같아요. 근데 하나는 못 이뤘어요. 작년에 친구들이랑 여행가느라 엄마랑 못 갔거든요. 원래는 엄마랑 계획 했는데 친구들하고도 갈 시간이 없다보니까 엄마가 자연스럽게 포기하시더라고요. 미안했어요.”




사실 그의 마음도 이해는 됐다. 선수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건 비시즌 휴가 기간이 전부. 시즌 중에는 어디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박정아도 “쉬는 날 잘 나가는 편은 아니에요. 나가더라도 멀리는 가지 않고 김천에 있어요. 지난 번에는 직지사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다 왔어요”라고 말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걸 좋아해 보통 쉬는 날이면 블록 조립을 한다는 박정아. “손으로 꼼지락꼼지락하는 걸 좋아해서 레고를 하는데 할 시간도 없고 사실 귀찮기도 해요. 그리고 한 번 벌리면 끝까지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딱 할 만큼만 조금씩 뜯어서 해요. 아니면 한도 끝도 없어요. 하루 종일 해야 해요.”



 



한국도로공사 뉴페이스 박정아, 엄지 척 뉴에이스



 



별을 내 가슴에 
박정아가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는 누군지 궁금했다. 그러자 단번에 김연경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역시 만인의 선배 김연경. 앞서 강소휘 역시도 김연경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래서 등번호 역시 10번이라고 수줍게 말한 바 있다.



 



박정아도 마찬가지. “연경 언니는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죠. 진짜 너무 잘해요.” 어렸을 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고. “처음 언니를 봤을 때는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도 같이 뛰지만 신기한 날들이 있어요. ‘내가 진짜 이 언니랑 같이 배구를 한다니’싶죠.”




하지만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들이 기쁨만 줬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16 리우올림픽은 박정아에게 아픈 기억이 더 많다.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감사했던 분들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술술 나열했다. “우선 그동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려요. 절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프로에 와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IBK기업은행이 창단했기 때문에 제가 그 팀에 갈 수 있었잖아요. 기업은행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이정철 감독님도 비록 당시는 힘들기도 했지만 호되게 혼내주셔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저를 불러주신 도로공사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해요.”




아직 은퇴는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언젠가 오게 될 그 순간. 과연 박정아는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할까.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열심히 하는 애. 그 정도만 돼도 감사할 것 같아요. 너무나 나중의 일이라 아직 은퇴 전까지 뭘 이뤄야겠다고 크게 생각은 안 해봤는데 우선 도로공사가 별을 달았으면 좋겠어요. 여자부 중에 아직 도로공사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잖아요. 별 하나가 박혀있는 도로공사 유니폼을 꼭 입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더 욕심낸다면 제가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우승을 3번 했는데 앞으로 두 번 더 해서 다섯 번을 채우고 싶어요.”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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