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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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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6 (수) 06:04

                           


'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한국 기록만 8번 세운 장대높이뛰기 간판

작년 3월 빌린 장대로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 통과



'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0년 세계 육상 최고 스타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아르망 뒤플랑티스(22·스웨덴)였다.

뒤플랑티스는 2020년 9월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15를 넘어,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58·우크라이나)가 1994년에 작성한 종전 기록 6m14를 1㎝ 뛰어넘은 세계 신기록 작성했다.

뒤플랑티스 덕에 남자 장대높이뛰기는 2020년 가장 주목받는 육상 종목이 됐다.

2020년 한국 육상에서 가장 빛난 선수도 '장대높이뛰기' 일인자 진민섭(29·여수시청)이었다.

진민섭은 5m80을 날아올라 자신의 개인 통산 8번째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서는 장대높이뛰기를 향한 관심이 높지 않다.

그래서 진민섭은 더 의욕이 넘친다.

진민섭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육상의 역사'를 쓰면 장대높이뛰기와 한국 육상을 향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 육상 후배들이 더 많은 관심과 지원 속에 훈련할 수 있도록 도쿄올림픽에서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는 7월 31일 예선 라운드를 치르고, 8월 3일에 결선을 연다.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결선 직행 기준은 5m81로 정해질 전망이다. 진민섭은 예선 라운드에서 5m81을 넘어서거나, 예선 성적 상위 12명 안에 들면 결선에 나선다.

진민섭은 "예선 라운드에서 5m81을 넘어 결선에 직행하고, 결선에서 5m90을 뛰어넘어서 시상대까지 오르고 싶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겠지만,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게 2021년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국 육상은 세계 정상권과 격차가 꽤 크다.

그러나 진민섭을 포함한 한국 육상 각 종목 일인자들은 숱한 냉소 속에서도 묵묵히 달렸고, 성과를 냈다.

진민섭과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한 육상 다른 종목 동료들도 진민섭의 꿈을 응원한다.





'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 빌린 장대로 넘은 5m80…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

이미 진민섭은 '극적인 스토리'를 썼다.

진민섭은 2020년 3월 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5m80을 날아올라, 자신이 지난해 8월 6일에 세운 한국기록(5m75)을 5㎝ 넘어선 한국 신기록을 달성했다.

5m80은 도쿄올림픽 남자장대높이뛰기 기준 기록이다. 진민섭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 중 처음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기록 탄생의 비화를 들어보면 도쿄올림픽 출전권의 가치는 더 상승한다.

진민섭은 "호주 전지 훈련을 위해 출국할 때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문제로 5m20 짜리 장대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다. 결국, 내 장대 없이 호주에 도착했다"고 2020년 2월의 기억을 떠올렸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김도균 코치는 진민섭에게 맞는 장대를 수소문했다.

김 코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에게 5m20 짜리 장대를 가지고 있었다.

후커가 머무는 곳은 시드니 공항에서 1천500㎞ 이상 떨어진 노스애들레이드였다.

김 코치는 왕복 50여 시간을 운전해 장대를 받아왔다.

후커의 장대는 1988년에 만든 오래된 장비였다. 그러나 진민섭의 손에서 후커의 장대는 '올림픽 티켓'으로 변했다.

손에 잘 익지도 않은 오래된 장대로, 진민섭은 5m80을 넘었다.

진민섭은 "올림픽 출전권을 딴 것만으로도 짜릿한데, 우여곡절 끝에 얻은 출전권이라서 더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으며 "열심히 훈련하고, 내 손에 익은 장대로 경기를 치르면 도쿄올림픽에서는 5m90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더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 "도쿄올림픽 연기로, 1년을 벌었다…스피드 높여서 동메달"

초등학교 시절 멀리뛰기 선수였던 진민섭은 중학교에 진학하며 장대높이뛰기에 전념했다.

그는 "장대높이뛰기는 부상이 잦은 종목이다. 지금도 장대로 디딜 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육상 종목 중에서도 관심을 덜 받는 종목이긴 하지만, 장대높이뛰기는 정말 매력적인 스포츠다. 달리기, 도약 등을 모두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팬들은 진민섭 덕에 장대높이뛰기 소식을 자주 접한다.

진민섭은 오랫동안 한국 장대높이뛰기 일인자로 군림했다.

부산사대부고 재학 중이던 2009년 이탈리아 쥐티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15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연맹이 주최한 종합 육상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었다.

2013년 5월 28일 대만오픈국제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64로 개인 첫 한국 기록을 세운 진민섭은 2020년 3월까지 총 8차례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2019년에는 3차례, 2020년에 1차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도쿄올림픽 메달을 향한 꿈을 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됐다.

진민섭은 "내게 준비할 시간이 1년 더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까지 나는 5m75∼80을 뛰는 선수였다. 평균 기록을 5m80 이상으로 높이고, 최고 5m90까지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도쿄에 입성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세계 기록을 세운 뒤플랑티스의 경기 장면을 보며 '스피드'의 중요성을 배웠다. 현재 세계 장대높이뛰기 추세가 스피드를 높여서 달리고, 도약할 때 힘을 더 싣는다"며 "나도 스피드를 살리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기록 향상의 과제를 설명하기도 했다.





'빌린 장대로 5m80' 진민섭 도쿄올림픽에선 5m90·메달 도전



애초 1월과 2월 기온이 높은 곳에서 국외 전지훈련을 계획했던 진민섭은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 때문에 대구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도균 코치는 "상황에 따라 훈련 계획을 수정해야 하지만, 효과적으로 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진민섭은 이런 상황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을 향한 한국 육상의 기대 어린 시선도 피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선수가 비슷한 조건에서 훈련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집중해서 훈련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부담도 즐길 수 있어야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내 목표는 올림픽 동메달이다. 누군가는 '무모하다'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진민섭은 2019년 5월에 처음으로 5m70(실제 기록은 5m71)을 넘어섰다. 이후 10개월 만에 자신의 최고 기록을 5m80까지 높였다.

진민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2021년 도쿄의 여름밤, 5m90을 날아오르겠다"는 그의 목표를 '무모하다'고 깎아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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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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