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해낸 김도훈 "난 여기까지…와인 마시며 쉬겠다"


'준우승 더블' 아픔 딛고 아시아 정복…울산 사령탑 퇴진 시사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와인 한잔하며 쉬겠습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은 결국 웃으며 퇴진했다.


    울산은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를 2-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불과 한 달 전 울산이 처한 상황과 비교하면 커다란 반전이다.


    김 감독의 울산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K리그1과 대한축구협회 FA컵에서 모두 전북 현대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자신감을 잃은 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팀을 지휘하지 않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김 감독은 결승전 뒤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준우승 두 번을 하고 침체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오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울산은 울분을 터뜨리듯 막강한 축구를 펼쳐 보이며 대회 재개 뒤 9연승으로 무패 우승(9승 1무)을 이뤄냈다. 


    유독 교체 투입된 선수가 골을 넣거나 골 장면에 관여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김 감독의 지략은 윤빛가람의 중거리슛이나 주니오의 결정력만큼 빛났다.


    하지만 구단은 김 감독을 잡지 않을 분위기다. 김 감독도 여기서 울산과 동행을 마치려고 한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과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좋은 시즌이었다"면서 "올 시즌 계약이 끝나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팬분들께 죄송하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뛴 선수들, 뒤에서 희생한 선수들, 부상으로 돌아간 선수들, 한국에서 남았던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올 초 별세한 부친에게도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부친과 유난히 끈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축구에서 지도자가 해야 할 것에 대해 아버지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하늘에서 좋은 기운을 주셔서 우승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중 대부분을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기분으로 지냈을 김 감독은, 울산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축구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준우승 두 번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으나, 카타르에서는 즐겁게 축구했다"면서 "축구가 즐겁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즐거움은 축구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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