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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정해성 호찌민 감독의 경질…"자진사퇴 당했습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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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일) 20:23

                           


'황당한' 정해성 호찌민 감독의 경질…"자진사퇴 당했습니다"

"경질시키려고 '작전'이 들어간 듯…승부 조작도 의심"





'황당한' 정해성 호찌민 감독의 경질…자진사퇴 당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잘해왔던 선수 몇 명이 갑자기 지난 2경기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했다. 그러더니 구단에서 나에게 기술위원장을 맡으라고 하더라. 감독은 임시로 사장이 맡는다고 통보를 해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정해성(62) 호찌민시티FC(베트남) 감독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났다.

'설마' 했던 정황들이 '경질을 위한 작전'의 조각들이었다는 것에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2월 호찌민시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정 감독은 2018시즌 14개 팀 가운데 12위에 그쳐 겨우 강등을 면한 팀을 재건해 지난해 준우승을 이끌면서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이번 시즌에도 5승 2무 4패로 5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감독은 25일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사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호찌민시티 구단 회장은 정 감독에게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겠다. 구단이 축구센터를 만드는 데 센터장 겸 기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 감독은 현재 팀의 사장이 맡는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26일 연합뉴스 전화 통화에서 "팀을 맡아 1년 만에 V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최근 2연패로 시즌 4패째를 당해 5위로 떨어졌지만 1위 사이공과는 승점 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질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 감독이 이끄는 호찌민시티는 지난 24일 '디펜딩 챔피언' 하노이와 홈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페널티킥 상황을 2개나 불지 않는 심판의 편파 판정에 막혀 후반 27분부터 내리 3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황당한 판정에 정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을 맡았었다. 비디오판독(VAR)이 도입된 K리그의 상황에서 보면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졌어야 한다"라며 "심판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노이 구단의 회장은 현재 V리그 1부 팀을 6개나 소유한 '실력자'로 심판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지난 시즌에도 하노이가 우승하는 데 나머지 '형제팀'들의 '승점 품앗이' 도움이 컸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다.



'황당한' 정해성 호찌민 감독의 경질…자진사퇴 당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노이전 패배 이튿날 호찌민시티 회장은 정 감독의 통역관에게 정 감독의 경질 사실을 알렸고, 정 감독은 이날 오전 구단 회장과 직접 만나 기술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정 감독은 "베트남 리그에서는 감독이 있는데도 회장이나 사장이 벤치에 앉아서 작전을 지시하는 일이 허다하다"라며 "작년에 팀을 맡으면서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았다. 성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도 구단에 맡기지 않고 직접 영상을 보면서 선발했다. 선수 선발과 관련해 투명한 구단 운영에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게 정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구단 관계자들이 선수 영입과 관련해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현지 지인도 나에게 '사장이 감독님 편이 아닌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결국 선수 영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지 못하게 된 구단 고위층들의 불만이 '경질'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정 감독은 "구단 고위층에서 '작전'을 짠 것 같다. 사장이 챙기는 몇몇 선수가 최근 경기에서 엉뚱한 실수를 해서 역습으로 실점을 하곤 했다. 그때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승부 조작의 의심도 간다"고 덧붙였다.

호찌민시티는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에도 잔여 연봉을 전액 주지 않고 3개월 치만 주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했다.

정 감독은 "계약 기간이 '2+1년'이다. 아직 17개월 정도 남은 상황이라 50%를 달라고 역제안을 했다"라며 "남은 문제를 모두 해결한 뒤에 귀국할 작정이다. 베트남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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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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