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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소년대표감독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근본적 변화 필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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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토) 09:01

                           


전 유소년대표감독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근본적 변화 필요"

"성적지상주의 여전히 만연…선수들이 체벌 당하는 걸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





전 유소년대표감독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근본적 변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가 생전에 심각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면서 곳곳에서 "침통한 마음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소년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현재는 철인3종 전문 개인방송을 하는 이지열 전 감독은 "선수단 내 가혹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현재 구조에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지열 전 감독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트라이애슬론뿐 아니라, 한국의 아마추어 종목 모두가 가진 문제다. 선수들은 초, 중, 고교를 거치면서 '한두 경기로 진로가 결정된다'는 걸 알게 된다. 지도자도 특정 경기에 성적을 내서, 선수들이 목표했던 진학에 성공하면 다시 강압적인 방법으로 후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부모들도 '성적을 잘 내는 지도자'를 알아서 찾아간다. 해당 지도자가 폭력 전과가 있어도 성적만 낼 수 있다면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열 전 감독은 "전국체전을 진학 시스템에서 제외하는 등 특정 한두 경기가 아닌,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 진학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정착해야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 유소년대표감독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근본적 변화 필요



고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청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경주시청 감독이 일방적으로 선배 편을 든 것도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다.

유족과 최숙현 선수 지인들은 "(최숙현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진) 선배 선수는 경주시청 간판이고, 한국 트라이애슬론에서 매우 유명한 선수다. 그 선배는 후배에게 가혹행위를 하면서도 '너희들이 이러면 나 정말 은퇴해버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했다.

이지열 전 감독은 "성적을 보장하는 그런 선수에게는 지도자가 낮은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말 듣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는 그 선수의 말이 감독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경찰, 검찰, 경주시, 경주시체육회,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냉혹한 현실만 확인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 유소년대표감독 가혹행위 사라지지 않아…근본적 변화 필요



고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공분했고, 느리게 움직이던 수사기관과 체육 단체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지열 전 감독은 "지금도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선수들이 있다. 이 선수들은 '지도자는 모두 한통속'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며 "사회는 선수들이 빠르게 신고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들은 가혹행위를 당하면 꼭 신고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맞으면 신고한다'는 생각이 정착해야,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가혹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어른'들에게는 더 할 말이 많다.

이지열 전 감독은 "고인은 용기 내서 법적인 절차를 밟고, 진정서 등도 냈다. 그러나 자신을 외면하는 어른들뿐이었다"며 "아직도 '운동하는 사람이 좀 맞을 수도 있지'라는 시선이 있다. 그런 시선을 거두어내지 않으면 '맞으면서 운동하는 선수'는 계속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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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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