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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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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2 (목) 16:45

                           


"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 사진 펼쳐 보이며 손가락 떨어



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감독 등 피의자들이 송치되고도 아무런 연락(피드백)이 없으니까 그 상황을 너무 힘들어하고 답답해했습니다."

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23) 선수 친오빠 최모(27)씨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가 첫마디를 꺼냈다.

여동생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차례 말문을 잇지 못한 그에게서 충격과 좌절이 동시에 느껴졌다.

잠시 집을 비운 부친 대신 기자를 응대하는 그에게 전화가 잇달아 걸려왔다.

상대방의 물음에 조곤조곤 응답했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의 죽음 앞에 무력감마저 보였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0시 27분께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초등학생 때 수영을 시작해 체육계에 발을 디딘 그는 성장하면서 철인3종 경기로 종목을 바꿨다.

최 선수가 괴롭힘에 힘들다고 말한 건 그때부터였다고 한다.

오빠 최씨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힘들다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딱히 구타나 폭행을 말하지 않았고 괴롭힘을 당한다는 수준의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8일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숙소에서 감독 등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녹취 내용이 최근 보도되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녹취에는 팀닥터로 추정되는 선생님이라는 인물이 "이빨 깨물어, 일로와, 뒤로 돌아, 이빨 깨물어"라는 말과 함께 주먹으로 때리는 듯 '퍽'하는 소리가 연달아 세 차례 들린다.

그래도 분이 가시지 않는지 해당 인물은 "죄송한 거로 끝나면 안 되는데. 너 이리로 와. 이빨 깨물어. 너는 뭐가 문제인지 아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이어 '짝'하는 소리가 다시 세 번 나온다.

최 선수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의 윽박은 계속됐고, 울음을 참으려고 "꺽꺽" 소리를 내도 폭행은 그치지 않았다.

기가 꺾인 최 선수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울먹이는 가운데 들려오는 구타 현장의 소리는 녹취를 듣는 기자마저 움츠리게 했다.

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최씨는 "이전에는 코치(피의자) 쪽에서 제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기사가 나오고부터는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양형을 줄이려고 대응책을 세우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가족이 가진 녹취 증거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의 구타가 전부라고 한다.

그는 "녹음분이 더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유품을 정리하면서 찾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최씨는 인터뷰 도중 "동생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집안에서 사진을 꺼내왔다.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에서 최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양손으로 여동생이 담긴 사진 넉 장을 펼쳐 보이는 그의 손가락은 떨고 있었다.

결국 못 지켜줬다…동생 죽음이 믿기지 않는 오빠의 회한

최씨는 "정신 상담도 받았는데 결국 못 지켜줬다"며 "올해 2월에 고소했는데 그래도 안 돼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도 넣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29일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사기, 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가 끝난 뒤 최 선수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부산 숙소에서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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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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