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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허문회와 장정석, 롯데로 옮겨온 '관리 야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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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5 (목) 11:23

                           


'닮은 꼴' 허문회와 장정석, 롯데로 옮겨온 '관리 야구'

프로 2년차 선발투수 서준원, 관리 차원에서 1군 말소



'닮은 꼴' 허문회와 장정석, 롯데로 옮겨온 '관리 야구'



(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20)은 지난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진해서 빠진 게 아니다. 서준원은 올 시즌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완급 조절에 눈을 뜨면서 프로 2년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 경기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롯데의 토종 선발진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계산이 서는 선발 자원을, 허문회 감독은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와중에 뺐다.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다.

허 감독은 "서준원은 아직 어리다. 뼈가 다 자라지 않았다. 올해 120∼130이닝을 안 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준원이 빠지면서 롯데는 당장 일요일 선발 자리가 비었다.

게다가 25일 더블헤더로 인해 롯데는 하루에 선발 투수 2명을 소진해야 한다. 이들의 휴식일을 고려하면 대체 선발 투수가 한 명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허 감독은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도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어린 투수를 관리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롯데 팬이라면 1984년 최동원과 1992년 염종석을 잊지 못한다.

두 투수가 그라운드에서 두 팔을 치켜들던 그해 10월은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던 날이자, 두 선수의 전설이 완성되던 순간이다.

하지만 전설의 뒷이야기는 씁쓸했다. 살인적인 이닝을 소화하며 어깨를 혹사한 두 선수는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단명했다.



'닮은 꼴' 허문회와 장정석, 롯데로 옮겨온 '관리 야구'



비근한 사례로는 박세웅이 있다.

박세웅은 프로 3년 차이던 2017년 12승 6패에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롯데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롯데 팬들은 최동원-염종석의 뒤를 잇는 '안경 에이스'의 재림이라며 뜨겁게 환영했다. 하지만 그해 박세웅의 투구 수는 지나치게 많았다.

박세웅은 2017년 정규리그 28경기에서 171⅓이닝을 소화하며 2천812개의 공을 던졌다. 리그에서 11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박세웅은 당시 프로 3년 차 신인이었음에도 리그를 주름잡는 에이스들 못지않게 많은 공을 던졌다.

그 영향으로 팔꿈치에 문제가 생긴 박세웅은 2018년 49이닝, 2019년에는 60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허 감독에게서는 지난해 자신이 키움 히어로즈 시절 수석코치로 보좌했던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장 전 감독은 3년 임기 내내 '관리 야구'에 공을 들였다. 눈앞의 성적을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어린 선발 투수들의 이닝을 철저하게 관리했고, 시즌 내내 필승조와 추격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불펜진을 골고루 활용했다.

야수들도 지명타자 제도를 적절하게 이용했고, 훈련 시간을 조절하는 등 체력 안배에 전력을 기울였다.

장 전 감독이 인내했기 때문에 선발진과 야수진은 부상 없이 경험을 쌓았고, 불펜진은 다 같이 성장했다.

그 결과, 키움은 장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17년 69승 2무 73패(승률 0.486)로 5할 승률에 못 미쳤지만 2018년 75승(4위), 2019년에는 86승(3위)을 거뒀다.

허 감독은 장 전 감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관리 야구'가 장기적으로는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서준원에게 휴식을 주고, 승부처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아끼고, 백업 선수들에게 꼬박꼬박 선발 출전의 기회를 주는 허 감독의 야구는 장 전 감독의 '관리 야구'와 닮은 꼴이다.

허 감독이 확고하게 자신의 야구 철학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장 전 감독을 보면서 확신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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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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