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의 베테랑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31)가 조종기를 내려두고 직접 골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리그 3경기 연속골이다. 앞선 14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던 실바는 15라운드 웨스트햄전(2-1) 결승골을 시작으로 맨체스터유나이티드(2-1)~스완지시티전(4-0)에서 도합 4골을 터뜨렸다. 지난 3경기 기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낯선 풍경이다. 개인 커리어를 통틀어 리그에서 3경기 연속골을 넣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전인 2014년 12월 17~19라운드에서 연속해서 골 맛을 봤다. 2015-16시즌과 2016-17시즌 리그에서 각각 2골과 4골에 그쳤다. 



 



골망보다는 공과 친한 선수로 분류된다. 패스를 통한 공격 기회 창출과 킬패스, 좁은 공간을 뚫고 나오는 드리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올시즌 어시스트 공동 1위(8회)에도 그의 이름이 적혀있다.



 



헌데 실바는 지난달 18일 레스터시티전을 마지막으로 한 달째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했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팀의 15연승에 기여했다. 케빈 데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라힘 스털링의 마지막 패스를 받아 직접 골망을 흔든 것이다. ‘골잡이’ 칭호가 아깝지 않다. 



 



스완지시티전에서 선발 출전한 선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실바가 숨겨진 재능을 갑자기 펼쳐 보인 건 아닐 터. 이렇게 갑자기 골 퍼레이드를 펼치는 배경에 대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짐승 같은 승리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흘 간격의 빡빡한 일정에 따라 휴식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본인 의지가 강하단 얘기.



 



데 브라위너, 스털링, 아구에로, 르로이 자네, 페르난지뉴, 카일 워커와 같이 센스와 패스를 겸비한 동료들이 주위에 있으면 골을 넣는 게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팀이 연승 행진을 하면서 실바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을 수도. 



 



그렇다고 실바가 박스 안에서 어슬렁거리면서 골에만 관여하는 스타일로 바뀐 건 아니다. 주임무인 플레이메이킹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완지는 실바의 창의적인 플레이, 맨유는 실바의 템포 조절에 애를 먹었다. 



 



BBC 분석위원 앨런 시어러는 방송 중 “우리는 실바의 마법을 보고 있다”고 말했고, 게리 리네커는 “잠을 자지 않고 지켜볼 가치가 있다. 기가 막힌다”고 SNS에 적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슈팅보다 패스를 더 많이 생각하던 실바가 이렇게 연속 득점을 하는 걸 보니 매우 기쁘다. 그는 진정한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 가브리엘 제수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바와 같은 다른 동료들, 또 다른 방식의 플레이로 꾸준히 득점하는 현상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덧. 놀라운 점 하나. 실바는 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지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올해의 선수는 커녕 이달의 선수를 수상한 것도 한 번뿐이다.(2011년 9월) 



 



긴장감 높은 맨체스터 더비에서의 결승골과 최근 연속골 행진을 보면 개인 두 번째 이달의 선수상 수상이 유력하다. 현재까지 손꼽히는 경쟁자는 12월 들어 4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토트넘)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