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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확대경] 기르고 자르고…한국여자오픈은 러프와 전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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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수) 06:22

                           


[권훈의 골프확대경] 기르고 자르고…한국여자오픈은 러프와 전쟁



[권훈의 골프확대경] 기르고 자르고…한국여자오픈은 러프와 전쟁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7언더파, 17언더파, 18언더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치른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의 우승 스코어다.

선수들은 이 세 차례 대회에서 원 없는 버디 파티를 벌였다.

KLPGA투어는 5월이 되도록 프로 골프 경기를 볼 수 없었던 팬들의 갈증을 씻어주려고 코스 난도를 확 낮춰 화끈한 버디 쇼를 유도했다.

하지만 18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이런 버디 파티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최고의 난코스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자오픈이 열리는 개최하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1)는 전장이 6천929야드에 이른다.

KLPGA투어 대회 코스가 6천900야드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도 6천869야드라는 어마어마한 전장이었는데 올해는 조금 더 늘린 결과다.

단순히 전장만 늘렸다고 해서 난도가 확 높아지는 건 아니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의 진짜 발톱은 국내 대회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러프다.

작년부터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은 한국여자오픈 때마다 페어웨이 양쪽 러프 길이를 70~75㎜로 키웠다. 이 정도 러프는 볼이 떨어지면 보이지 않는다.

비료까지 줘가면서 러프를 기르는 정성을 기울였다.

이런 긴 러프를 길러놓고 페어웨이 폭은 20m를 겨우 넘는다.

깊은 러프에서 치는 샷은 스핀이 걸리지 않아 원하는 지점에 볼을 세울 수 없고, 정확한 임팩트가 어려워 거리와 방향이 예상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게다가 클럽이 잘 빠지지 않아 미들 아이언 이상 긴 클럽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이 러프에서 볼을 쳐본 선수들은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부 선수는 손목을 다칠까 봐 겁이 나서 힘껏 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선수들은 티박스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다. 러프에 빠지면 큰일 난다는 압박감은 스윙을 위축시키고 실수를 끌어낸다.

러프의 공포는 페어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은 작년 대회 때부터 그린 사방을 모조리 최고 80㎜ 길이의 러프로 둘러싸 놨다.

페어웨이에서 그린으로 연결되는 길목마다 러프로 막아놨다. 그린 앞에 떨어진 볼이 굴러서 그린으로 올라갈 일이 없다.

더 낭패스러운 일은 그린에 떨어진 볼이 스핀이 걸리지 않아 굴러가다가는 그린 뒤에도 조성된 깊은 러프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서윤교 코스관리팀장은 "적절한 탄도로 정확하게 그린에 볼을 떨궈 세우지 못하는 선수는 버디는커녕 파세이브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훈의 골프확대경] 기르고 자르고…한국여자오픈은 러프와 전쟁



러프를 잘라내서 코스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워터해저드 쪽은 무성한 러프를 모조리 짧게 깎아 빗나간 볼이 러프에 걸려 워터 해저드에 빠지지 않는 행운은 없도록 했다.

볼이 워터 해저드 가깝게 떨어진다면 어김없이 물속으로 굴러 들어간다고 보면 맞다.

긴 전장과 깊은 러프가 다가 아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도 선수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최대 3.7m까지 높아질 그린 스피드보다 더 무서운 건 딱딱한 그린 표면이다.

그린이 단단하면 스핀이 덜 걸린 낮은 탄도의 볼은 대개 튀어 나가거나 굴러나간다. 선수들이 말하는 이른바 '받아주지 않는 그린'이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은 원래 그린 경도가 높아 잘 받아주지 않는 편이다.

이 단단한 그린을 코스관리팀은 대회 때면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지도록 손을 본다.

그린 경도는 아무리 높여놔도 비가 오면 소용없다. 금세 말랑말랑해져 '잘 받아주는 그린'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올해는 대회 기간에 비 예보가 없다. 선수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우승 스코어가 지난해 이다연(23)의 4언더파 284타보다 더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이 코스에서 4라운드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우승자 이다연과 2위 이소영(23), 3위 한진선(23) 등 3명뿐이었다.

바람이 분다면 오버파 우승 스코어도 예상된다.

SBS 골프 고덕호 해설위원은 "티샷은 멀리, 똑바로 쳐야 하고 그린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아이언샷, 그린을 놓쳤을 때 쇼트게임, 그리고 빠른 그린에서의 퍼트와 난코스가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정신력까지 모든 게 완벽해야만 우승할 수 있는 코스"라고 말했다.

SBS 골프 나상현 해설위원도 "코스가 어려울수록 선수들의 장단점이 더 두드러진다. 골프의 본질인 '파를 지키는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장타자가 아주 유리한 코스이긴 하지만, 공격적으로 쳐야 할 홀과 지키는 골프를 해야 할 홀을 잘 구분하는 전략적 경기 운영이 아주 요긴한 코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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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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