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무서운 선발 야구…'류현진 있을 때보다 낫다'
선발진 평균자책점 2.23 '전체 1위'…수비 안정에 투수 멘털 잡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가 달라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투수들이 연이은 호투를 펼치며 팀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3.31,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2.23이다.
구단 역사상 이렇게 마운드 성적이 좋았던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불과 보름 전까지 마운드 전력 최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한화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한화 마운드 성적, 류현진 있을 때보다 낫다
한화는 18일 현재 올 시즌 12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고 있다. NC 다이노스(3.26)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9이닝, 즉 한 경기당 3.31점의 실점을 기록했다는 의미인데, 리그 평균(4.64)보다 1.33이 낮다.
예년 성적과 비교하면 한화 마운드가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화가 시즌 팀 방어율 3.31 이하를 기록한 건 빙그레 이글스 시절이었던 1991년(3.28)이 마지막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뛸 때도 한화 마운드는 이런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4.50 이하를 기록한 건 2008년(4.43)이 마지막이었다.
◇ 한화 토종선발의 약진…채드 벨 자리가 안 보인다
한화 마운드 성적은 토종 선발진이 이끌고 있다. 현재 한화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2.23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2위 NC(2.64)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놀라운 건 이 성적을 '에이스' 채드 벨 없이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던 벨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한화는 토종 선수들을 앞세워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김민우가 2경기에서 14이닝 1자책점, 평균자책점 0.64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고, 김이환은 2경기 11이닝 동안 2자책점 평균자책점 1.64로 활약했다.
장민재(2경기 평균자책점 3.00), 장시환(2경기 평균자책점 3.75)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일한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다.
◇ 젊은 투수들의 각성과 수비 향상, 한화를 깨운다
한화 마운드의 변신은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화는 비시즌 장시환을 롯데 자이언츠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을 뿐, 지난 시즌 전력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은 바꾸지 않았다. 김민우와 김이환, 장민재는 팀에 있던 선수들이다.
국내 토종 선발 투수들은 지난해까지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민우는 지난 시즌 2승 7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그저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작년에 입단한 김이환도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 수준이었다. 장민재도 꾸준하진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무섭게 변했다. 김민우는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시속 140㎞ 초중반에 머물러있던 직구 최고 구속을 150㎞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팔꿈치, 어깨 등 계속된 부상 여파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는데, 올 시즌 체계적인 관리로 만개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김이환은 제구력, 위기관리 능력 등 '멘털'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멘털 변화엔 개선된 수비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 시즌 한화는 외야수 이용규, 정진호, 유격수 하주석이 복귀 및 합류하면서 수비력이 탄탄해졌다.
특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정진호는 시즌 초반 안타성 타구를 수차례 호수비로 막아내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최근엔 오선진이 송광민을 대신해 3루수로 출전하면서 수비가 더욱 견고해진 느낌이다.
수비력이 좋아지다 보니 투수들은 마음 놓고 타자들을 맞혀 잡기 시작했다.
한화 마운드의 땅볼 유도(103개), 뜬공 유도(117개)는 모두 리그 평균보다 많다.
상대 타자와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자 볼넷 허용도 줄었다. 한화의 경기 당 허용 볼넷은 3.40개로 지난해(3.73개)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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