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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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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5 (토) 11:54

                           


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22년 동안의 실업·프로 생활 마치고 은퇴…지도자로 새 출발

"선수들 마음 잘 헤아리는 지도자 되고 싶어"





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효희(40)는 "은퇴를 결정하고 하루만 힘들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22년 동안 실업·프로선수로 뛰었던 한국 여자배구 최정상급 세터는 그렇게 '담담하게' 코트와의 이별을 맞이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2021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정규시즌 초반에 이효희 은퇴식을 열 계획이다.

이효희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정말 복 받은 세터였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식에서는 웃으면서 팬, 구단, 선생님,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그런데 은퇴식에서는 선수들이 다 울더라. 나도 울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효희는 자유계약선수(FA) 협상 마지막 날이었던 23일 도로공사 관계자와 만나 현역 은퇴와 구단 코치 합류를 결정했다.

1998년 실업리그 KT&G 배구단에 입단한 이효희는 2019-2020시즌까지 22년 동안 실업·프로 선수로 뛰었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시즌 KT&G 주전 세터로 우승을 일궈낸 이효희는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도로공사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이효희는 계약 기간 내에 팀에 우승을 안기는 '우승 청부사'였다.

2013-2014, 2014-2015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V리그 여자부에서 정규리그 MVP에 오른 세터는 이효희뿐이다.



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이효희는 "정말 나는 복 받은 세터다. 세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좋은 지도자, 좋은 날개 공격수와 센터, 좋은 리베로를 만나서 행복하게 22년을 뛰었다"고 웃었다.

고비도 많았다. 2009-2010시즌이 끝난 뒤 흥국생명을 떠난 이효희는 새 구단을 찾지 못해 한 시즌 동안 프로 무대를 떠났다.

그러나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이정철 당시 IBK기업은행 감독이 이효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효희는 "은퇴를 결정하고 이정철 감독님께 전화드렸다. '10년 전에 은퇴할 뻔한 나를 구해주셔서, 제가 10년을 더 뛰었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했다.

이정철 전 감독과 통화하는 사이,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도 다 털어냈다.

사실 이번 FA 시장에서도 이효희에게 영입 제의를 한 구단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효희는 "너무 욕심을 부리면 미련만 커진다. 계약이 되지 않은 '그 하루'만 힘들었다. 이후에는 미련조차 남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말 마음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웃었다.

현역 생활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이효희의 코치 데뷔'를 지지했다.

이효희는 "김종민 감독님께서 '나이 많은 세터'인 나를 믿어주셔서 (2017-2018시즌) 통합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현역 생활을 끝낸다. 김 감독님은 '지도자로도 함께 잘 해보자'고 말씀하셨다"며 "우승할 때의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내게는 마지막이고 도로공사에는 최초였던 2017-2018 우승을 확정한 순간을 가장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1980년생인 이효희는 동갑내기 이숙자 KBS N 해설위원, 한 살 어린 김사니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세터 트로이카' 체제를 이뤘다.

3명 중 가장 오래 코트를 지킨 세터는 이효희였다. 이효희는 "또래에 뛰어난 세터가 있어서, 좋은 자극이 됐다.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래들이 은퇴한 뒤에도 이효희는 코트 밖에서는 후배들을 챙기고, 코트 안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

2019-2020시즌에는 21살이나 어린 세터 안예림과 함께 뛰었다.

이효희는 "후배들의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했다"며 "부모님께 잘 다치지 않은 몸을 물려받았고,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후천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22년을 보냈다"고 했다.

이제 코치로 새 출발 하는 이효희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세터 후배들을 떠올리며 "'잘하면 공격수 덕이고, 못하면 세터 탓'이란 말이 있다. 우리 세터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차분하게 경기를 치른다"며 "외부 시선에 서운함을 느끼는 선수들을 내부에서 따듯하게 감싸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희 은퇴식에서 웃고 싶은데…난 복 받은 세터였어요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이효희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편안한 휴가'를 즐긴다. 그는 "힘든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라고 웃었다.

물론 "5월 초에 팀 훈련을 시작하면,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선수일 때나, 코치로 새 출발을 앞둔 지금이나, 이효희가 가장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이들은 가족이다. 이효희는 "나를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한 가족들 덕에 22년을 뛰었다. 지도자 생활을 해도 또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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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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