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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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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금) 10:33

                           

 



[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점프볼=양준민 기자] ‘백전노장(百戰老將)’, 흔히들 산전수전 다 겪고 노련미까지 갖춘 노장을 일컬어 우리는 백전노장이라 부른다.


 


최근 NBA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2016년 여름, 코비 브라이언트, 팀 던컨, 케빈 가넷의 은퇴가 이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초·중반 리그를 주름 잡던 이들 슈퍼스타들은 이젠 영원히 빛나는 전설로 발돋움, 선수가 아닌 단 한명의 인간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개막에 앞서 보스턴 셀틱스의 영원한 녹색 심장, 폴 피어스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들과 한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마지막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도 짧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코트를 누비며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빈스 카터, 더크 노비츠키, 마누 지노빌리, 제이슨 테리다.


 


물론, 이들을 향해 “이제는 기량이 떨어질 데로 떨어졌으니 욕심 그만 부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라”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노장의 존재가치는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노장들은 비록 많은 시간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코트 안팎에서 선수단의 멘토가 되어주는 등 다양한 역할들을 맡고 있다. 이에 필자는 2000년대 초반 데뷔해 어느덧 리그 10년차 이상이 된 수많은 고참 선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제는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마지막 90년대 드래프티들의 활약상을 살펴보고자 한다.[표기 순서는 가나다순]   


[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더크 노비츠키, 댈러스 매버릭스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


 


먼저, 1998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댈러스 매버릭스에 입단한 더크 노비츠키(39, 213cm)는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버릭스의 유니폼만을 입은 댈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러다보니 노비츠키의 기록에는 항상 ‘댈러스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NBA 역사상 20년 이상을 한 팀에서만 활약한 선수는 노비츠키와 함께 코비 브라이언트가 유일하다. 코비는 1996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A 레이커스에 지명,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고 최근 그의 등번호인 8번과 24번이 모두 영구결번이 되기도 했다. 노비츠키의 등번호인 41번도 댈러스에서 영구결번이 이미 확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댈러스 구단 역사상 영구결번은 데릭 하퍼(12), 브래드 데이비스(15), 로날도 블랙맨(22)까지 단 3명 밖에 없다)


 


노비츠키는 댈러스와 함께 파이널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MVP 수상 등 수많은 영광들을 함께 해왔다. 2010-2011시즌 댈러스는 노비츠키를 앞세워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안을 수 있었다. 노비츠키는 2010-2011시즌 파이널에서 6경기 평균 26득점(FG 41.6%) 9.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 파이널 MVP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노비츠키는 독감으로 인해 제 컨디션을 찾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비 때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며 팀과 본인의 첫 우승달성에 큰 기여를 했다. 파이널 직후 인터뷰에선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올 시즌 우승을 이루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또,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역경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나와 우리 팀은 세계 최고가 됐다. 이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는 말로 우승에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비츠키는 NBA 역사상 최고의 非 미국 출신 선수다. 댈러스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노비츠키의 수상경력에 따라 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바로 ‘유럽 출신 최초’라는 타이틀이다. 그간, 수많은 유럽 출신 선수들이 NBA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노비츠키만큼의 발자취를 남긴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노비츠키에 견줄 수 있는 선수로 파우 가솔(SAS)이 있기는 하지만 우승 경력을 제외하곤 노비츠키의 기록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2001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NBA에 데뷔한 가솔 역시 2차례의 NBA 우승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등 그가 리그를 대표하는 전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가솔은 26일 현재 정규리그 1,116경기 출장 커리어 통산 20,505득점 10,942리바운드 3,79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또, 장신임에도 정확한 슈팅능력을 앞세워 NBA 역사상 7번째로 180클럽(2007년)에도 이름을 올렸던 노비츠키는 NBA 역사상 최고의 득점기계 중 한 명으로 26일 현재 커리어 통산 30,844득점을 기록, NBA 역사 전체로 볼 때는 단, 7명에게만 허용된 대기록으로 노비츠키는 6번째로 30,000득점을 돌파해 이 기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 선수 출신으론 처음으로 +30,000득점을 달성, NBA 역사에 또 다른 한 획을 긋기도 했다. 노비츠키는 NBA 역사상 +30,000득점-10,000리바운드-3,000어시스트-1,000스틸-1000블록-1000개의 3점슛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로 이미 은퇴 후 명예의 전당입성도 확실한 리그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 중의 한 명이 됐다.(*노비츠키는 26일 현재 정규리그 1,442경기 출장 커리어 통산 30,844득점 11,156리바운드 3,57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렇게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올 시즌도 코트를 누비며 댈러스의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성기 때처럼 내·외곽을 넘나드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고는 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으며 해리슨 반즈,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 등 앞으로 댈러스를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노비츠키는 커리어 내내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팀을 위한 희생정신과 다른 팀의 선수들까지 배려하는 동업자 정신으로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았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이후 노비츠키는 항상 팀이 FA영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봉삭감을 자청했다. 지난해 여름에도 노비츠키는 댈러스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연봉은 자진해서 삭감했었다. 다만, 노비츠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최근 댈러스는 FA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해 팀 전력재편에 애를 먹음과 동시에 리빌딩 계획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댈러스와 노비츠키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노비츠키 본인의 부단한 노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노비츠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마크 큐반 구단주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큐반 구단주는 스티브 내쉬를 피닉스 선즈로 트레이드 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등 노비츠키가 팀의 간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아낌없이 지원을 쏟아 부었다. 어쩌면 큐반이 있었기에 노비츠키가 지금 이 위치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최근까지도 “노비츠키가 은퇴하기 전까지 팀 리빌딩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는 등 아직까지도 노비츠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노비츠키와 큐반, 두 사람의 관계의 돈독함은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어 이제는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2016년 여름, 노비츠키는 ‘댈러스에서만 20년’이라는 숫자를 커리어의 또 다른 목표로 세웠고 올 시즌 결국, 그 꿈을 이뤘다. 이에 일각에선 “올 시즌이 끝나고 노비츠키가 코트를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지만 노비츠키는 “댈러스와의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 나의 은퇴는 시즌 종료 후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라는 말로 여지를 남긴 상황. 현재로선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은 아니지만 노비츠키가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책임지는 등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방대하다. 한편으론 통산 득점 5위인 윌트 체임벌린(31,419점)의 기록을 넘고 코트를 떠날 것이란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다만, 노비츠키의 선수생활 연장의지가 댈러스의 리빌딩을 늦추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항상 본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던 노비츠키가 과연 올 여름에는 어떤 선택을 내릴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마누 지노빌리,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


 


마누 지노빌리(40, 198cm)도 노비츠키와 마찬가지로 NBA 데뷔 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유니폼만을 입은 샌안토니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9 NBA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7순위로 샌안토니오에 입단한 지노빌리는 토니 파커, 팀 던컨과 함께 총 4번의 NBA 파이널 우승을 경험하는 등 사실상 지금의 샌안토니오 왕조 구축의 ‘개국 공신’이다. 지노빌리는 ‘유로스텝’이라는 본인만의 장기와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앞세워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노빌리는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폭발력과 함께 농구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를 바탕으로 1번과 2번 포지션을 넘나들며 팀 공격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들을 맡았다. 이 때문에 지노빌리는 NBA 역사상 최고의 스틸픽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수가 됐다. 이쯤 되면 지명 당시, 샌안토니오의 선택에 대해 격한 비난을 보내던 사람들이 무안할 정도로 지노빌리도 리그 전설 중 한 명으로 발돋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노빌리는 샌안토니오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조국인 아르헨티나에 대한 애정도 깊은 선수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의 국민들도 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스타로 지노빌리는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리오넬 메시 역시 지노빌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노빌리는 2016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국제대회가 있는 해에는 항상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한때는 이로 인해 그렉 포포비치 감독과 마찰까지 빚었을 정도로 조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선수다. 리우올림픽 당시, 미국대표팀과 8강 경기를 치른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지노빌리에게 모두가 존경의 박수를 보냈을 정도로 지노빌리는 NBA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농구대표팀의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지노빌리는 1998년 피바 농구월드컵을 통해 아르헨티나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가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노빌리는 선수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이 끈질기게 지노빌리를 설득한 결과, 지난해 8월, 샌안토니오와 1년 재계약을 맺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샌안토니오는 던컨이 은퇴한 직후 맞이한 시즌인 2016-2017시즌, 카와이 레너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안착에 성공했지만 완벽히 정착했다고 말하기엔 아직은 불안요소들이 많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토니 파커와 레너드가 부상으로 인해 초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칫 지노빌리마저 없다면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기에 포포비치 감독은 사력을 다해 지노빌리를 설득, 결국 지노빌리의 은퇴를 잠시 미룰 수 있었다.


 


실제로 포포치치 감독은 시즌 개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은 지노빌리의 리더십이 무척이나 중요한 시즌이 됐다. 그의 리더십은 지난 시즌 팀에 너무나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져왔었다. 지노빌리는 여전히 샌안토니오의 시즌 계획에 있어 중요한 옵션이다. 당초, 나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고 나로선 지노빌리가 팀으로 돌아와 준 기쁨을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라는 말로 지노빌리의 복귀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포포비치 감독의 기대대로 올 시즌 지노빌리는 샌안토니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 레너드의 부재 속에서도 샌안토니오가 리그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데는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부활과 함께 지노빌리의 리더십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지노빌리의 역할이 단순히 정신적 지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지노빌리는 정규리그 37경기에서 평균 20.5분 출장 9.1득점(FG 45.1%) 2.2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 팀 내의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26일 현재 지노빌리는 정규리그 1,029경기 출장 커리어 평균 13.4득점(FG 44.7%) 3.5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 예로 지난 6일, 피닉스 선즈전에서 21득점(FG 70%)을 올렸던 지노빌리는 이틀 뒤인 8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전에서도 26득점(FG 56.3%)을 기록하며 NBA 역사상 처음으로 연속경기 +20득점을 달성한 40세 선수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동시에 포틀랜드전에선 3점슛 6개(3P 66.7%)를 기록, 빈스 카터(SAC)와 함께 40세 선수로는 처음으로 3점슛 6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 그 이름을 올리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많은 샌안토니오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26일 현재 지노빌리는 통산 13,802득점을 올리며 현역 선수 기준, 통산 벤치 선수 득점 3위에 올라있다. 1위는 18,548득점으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자말 크로포드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지노빌리의 대활약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샌안토니오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리빌딩’이라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 특히, 샌안토니오의 백코트진은 다른 포지션과 달리 세대교체가 시급한 포지션이다. 올 시즌도 샌안토니오가 패하는 경기 대부분을 살펴보면 백코트 전력에서 상대에게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포포비치 감독은 최근 파커를 대신해 디욘테 머레이(21, 196cm)를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포포비치 감독의 결정에 대해 파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본인의 역할을 받아들였고 지노빌리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젊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건네는 등 샌안토니오 미래들의 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다는 후문.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지난 18년의 세월동안 지노빌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샌안토니오를 위해 바쳤다. 본인 역시 이 부분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4번의 파이널 우승 등 커리어를 본다면 남부러울 것이 없는 지노빌리라 조금은 쉬엄쉬엄 커리어의 막바지를 즐길 법도 하지만 그는 코트에 들어서면 아직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승부욕을 보이며 팀원들을 독려한다. 이렇게 노장이 솔선수범을 이어가다보니 샌안토니오의 다른 선수들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샌안토니오가 레너드의 부재 속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노빌리의 활약상을 보고 있으면 노장의 존재가치가 단순히 경기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 수가 있다.




[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빈스 카터, 새크라멘토 킹스 영건들의 든든한 멘토!


 


노비츠키와 지노빌리처럼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빈스 카터(41, 198cm) 역시 2000년대 초반 NBA가 포스트 조던을 갈구하던 시절, 그 선두주자 대열에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1998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토론토 랩터스에 입단한 카터는 노비츠키와 지노빌리에게는 없는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데뷔 시즌부터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득점력을 앞세워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카터는 매 경기 고무공과 같은 탄력으로 화끈한 덩크슛 쇼를 연출, 연일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어내는 등 팬들로부터 ‘에어 캐나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카터는 2017-2018시즌 ‘최고령 선수’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터의 전성기 시절 서전트 점프력은 약 111c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2000년 카터가 참가했던 NBA 올스타 전야제 슬램덩크 콘테스트는 현재도 NBA 올스타 전야제 역사상 최고의 슬램덩크 콘테스트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프랑스 대표팀과의 결승경기에서 자신보다 무려 20cm나 더 큰 프레데릭 와이스를 뛰어넘고 덩크슛을 성공시킨 장면도 올림픽 농구 역사상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이자 카터의 커리어 사상 최고의 덩크슛 중 하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당시, 카터는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13득점 4리바운드 4스틸을 기록, 미국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도 기여했다.


 


다만,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것과 달리, 카터는 한 팀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저니맨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새크라멘토 킹스의 유니폼을 포함, 카터가 지금까지 수집한 유니폼의 개수만 해도 무려 7개에 이른다. 어느덧 전성기를 지나 은퇴를 바라보는 백전노장이 됐지만 FA시장에서 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여름에도 올랜도 매직을 비롯해 다수의 팀들이 카터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와 함께 한 시즌을 풍미했던 코비나 던컨 등이 소속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난 것과 달리 카터의 커리어에 정착이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카터는 팀의 주축 전력에선 밀려났지만 식스맨으로선 충분히 활용한 가능한 선수다. 폭발적인 운동능력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전성기 때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팀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는 살림꾼으로 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최근 5시즌 연속으로 +60경기 출장을 기록할 정도로 자기관리 또한 철저하다. 무엇보다 카터가 많은 팀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코트 안팎에서의 ‘리더십’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새크라멘토가 카터의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카터가 팀 내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카터와 새크라멘토는 지난해 여름 1년 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카터는 개막 후 29경기에서 평균 16.3분 출장 4.6득점(FG 38.6%) 1.9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에선 24득점(FG 83.3%)을 몰아치며 팀의 깜짝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또, 새크라멘토의 바람대로 젊은 선수들의 멘토를 자처하는 등 멘토와 선수, 1인 2역을 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새크라멘토와 계약을 맺은 당일, 서머리그 경기장을 찾아 일일 코치를 자처하는 등 디애런 폭스 등 젊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독려하기도 했다. 트레이닝캠프 개최 이후에도 꾸준히 젊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등 멘토로서의 역할을 200% 수행하면서 데이브 예거를 비롯한 새크라멘토 구단 관계자들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직접 젊은 선수들의 훈련파트너가 되어 선수들에게 움직임 하나하나 세세하게 지도하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카터에 대한 극찬의 말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2016년 여름, 카터는 “프로 경력 20년을 채우고 농구화를 벗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카터가 언급한 20년이 되는 해가 바로 오는 2018년 여름이다. 아직까지는 은퇴시기에 대해 별다른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아직 은퇴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말로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올 시즌 개막 후 토론토의 홈, 에어 캐나다 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단 하루가 되도 좋으니 마지막은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등 또 한 명의 살아있는 전설, 빈스 카터도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서서히 팬들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카터는 정규리그 1,376경기에서 커리어 통산 24,687득점 6,195리바운드 4,54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줌 인 NBA] ‘노병은 죽지 않는다’, 황혼기를 걷는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



▲제이슨 테리, 밀워키 벅스를 이끄는 숨은 리더!


 


마찬가지로 제이슨 테리(40, 188cm)도 올 시즌 본인의 ‘커리어 19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당초, 지난해 여름 선수은퇴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던 테리는 함께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한 제이슨 키드, 前 밀워키 벅스 감독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현역 생활 연장을 결정, 밀워키와 단년 베테랑 미니멈에 재계약을 맺고 코트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테리는 밀워키 소속으로 뛰면서 정규리그 74경기 평균 18.4분 출장 4.1득점(FG 43.2%) 1.4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 벤치멤버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도 테리는 야니스 아데토쿤보, 크리스 미들턴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밀워키에서 라커룸 리더의 역할을 맡아 선수들을 독려하는 등 팀의 맏형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후문.(*올 시즌 테리는 정규리그 17경기에서 평균 9.7분 출장 1.2득점(FG 27.6%) 0.9리바운드 0.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1999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입단한 테리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리그를 지배하던 단신 공격형 가드였다. 2004년 댈러스 매버릭스 입성 이후에는 식스맨으로 보직을 변경, 2008-2009시즌, 올해의 식스맨상을 수상하는 등 리그 정상급 벤치멤버로 활약하며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테리는 전성기 시절 ‘악마 테리’라 불릴 정도로 매서운 득점력을 앞세워 2010-2011시즌, 노비츠키와 함께 댈러스의 첫 우승이자 본인의 생애 첫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당시, 테리는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득점을 몰아치며 마이애미 빅3과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2008-2009시즌 테리는 정규리그 74경기에서 평균 19.6득점(FG 46.3%) 2.4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테리는 다른 단신 가드들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와 함께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갖춘 선수다. 테리의 포지션은 슈팅가드지만 안정적인 볼 핸들링과 날카로운 시야를 갖추고 있는 등 포인트가드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듀얼가드다. 무엇보다 커리어 평균 38%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테리는 26일 현재 커리어 통산 2,244개(평균 1.6개 성공)의 3점슛 성공, 레이 알렌(2,973개)과 레지 밀러(2,560개)의 뒤를 이어 이 부문 3위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7-2018시즌에 등록된 현역 선수를 기준으로 했을 땐 1위의 기록으로 2위인 카일 코버(2,154개)와는 90개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26일 현재 테리는 정규리그 1,376경기에서 커리어 평균 13.6득점(FG 44.4%) 2.4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또, 테리는 화끈한 득점력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그 예로 지난 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자자 파출리아가 카와이 레너드에게 한 행동에 대해 F로 시작하는 욕을 언급하며 “매우 비열한 플레이”라는 말을 남기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5-2016시즌 휴스턴 로케츠에서 뛸 당시에도 제임스 하든과 드와이트 하워드의 불화설에 거침없이 불만을 토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등 테리의 쓴 소리 리더십은 베테랑으로서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올 시즌도 쟁쟁한 후배들에게 밀려 많은 시간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즉각 쓴 소리를 작렬, 호랑이 선생님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자신의 재계약을 적극 지지하던 키드 감독이 팀을 떠나는 등 입지가 좁아진 테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코트를 떠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흔히들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시간은 금이다”는 말을 많이 쓰고는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직접 몸을 부딪치며 축적된 경험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이다. 비단 NBA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관계자들과 감독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젊은 선수들의 영입과 함께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잘 나가는 팀들을 보면 베테랑과 영건들이 신구 조화를 잘 이루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그에서 점점 더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최후의 90년대 드래프티 4인방도 커리어의 황혼기를 잘 마무리,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에서 영원히 빛나는 전설들로 기억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사진-점프볼 DB, NBA 미디어센트럴, 나이키


#기록참조-NBA.com, BASKET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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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병장 대충놀자

2018.01.26 15:28:56

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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