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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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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목) 08:20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점프볼=민준구 기자] 2012-2013 시즌 서울 SK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SK는 44승 10패를 기록하며 2011-2012 시즌 원주 동부(현 DB)가 세운 최다 승리 기록 타이를 세운 바 있다. SK가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3-2 드롭존. 애런 헤인즈를 중심에 둔 SK는 김선형, 박승리, 최부경, 박상오 등을 앞세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미 동부가 김주성, 윤호영을 중심에 세워 드롭존을 펼쳐왔지만, 실질적으로 유행을 탄 건 SK의 우승 직후였다. 하지만 유행과 함께 해법도 같이 나왔는데 현재에 이르러 3-2 드롭존은 마치 양날의 검처럼 여겨지고 있다. 처음에는 생소한 느낌의 전술이지만, 익숙해지면 너나 할 것 없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롭 존(Drop-Zone)


 


일반적인 3-2 지역방어는 앞 선에 3명, 뒷 선에 2명의 수비수가 위치해 각자 맡은 지역을 지켜내는 것을 말한다. 드롭 존은 3-2 지역방어의 변형으로 수비수의 배치는 같지만, 중앙에 위치한 선수가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드롭’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 드롭 존, 과연 어떤 전술일까?


 


일반적으로 지역방어는 2-3, 3-2로 나뉜다. 드롭 존은 대부분 3-2 형태로 나타나는데 차이점은 앞 선 수비에 장신 선수가 위치한다는 것이다. 드롭 존의 핵심이자 중심부인 이 장신 선수는 대체로 전술 이해도가 높고 공수 밸런스가 좋은 선수가 선정된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앞 선에 위치한 선수들은 신장이 작기에 장신 선수가 수비하는 상황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빠른 발을 이용해 뚫어낼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비 이해도가 높은 선수가 앞에서 막아내기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2대2 플레이가 많은 국내농구에서 초기 3-2 드롭 존을 깰 방책은 많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 동부와 SK가 드롭 존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했던 건 당연했다. 김주성, 헤인즈 등 가운데에서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존재했기에 3-2 드롭 존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드롭 존의 핵심은 수비 성공 이후 빠른 공수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2 지역 방어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으로 앞 선 3명의 선수는 물론, 뒷 선에 배치된 장신선수까지 속공에 가담할 수 있어 굉장히 위력적이다. 2017-2018 시즌 SK는 테리코 화이트와 최준용의 스피드를 주로 이용해 한 때 정규리그 1위를 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먼저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한 외곽슛에 취약하다. 능력 있는 슈터를 보유한 팀들은 SK의 드롭 존을 외곽슛으로 부쉈다. KGC인삼공사와 DB가 대표적이다.


 


또 높이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드롭 존의 특성 상 양쪽 사이드 공격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뒷 선에 배치된 장신 선수들이 이 부분을 커버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비워진 골밑에서 수많은 리바운드를 빼앗기기도 한다. 단순하게 펼쳐지는 세트 오펜스 방어율은 높은 편이지만, 변칙적인 공격 전술에 많은 약점을 노출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드롭 존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비자 3초룰이 있는 NBA에선 일반적인 지역 방어 자체를 펼치기 어렵다.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에선 지역 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재미를 부추길 수 있다. 더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들이 가능해지기 때문.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유럽 팀들에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지역 방어의 생소함 때문인 부분도 있다.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 드롭 존의 원조, 원주 동부


 


2000년대 중후반, 동부는 김주성을 중심으로 한 드롭 존을 펼치며 KBL의 강자로 올라섰다. KBL 최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김주성이 드롭 존의 가운데에 선 동부는 다양한 퍼즐들을 조합해 철저한 ‘수비농구’를 펼쳤다.


 


윤호영의 성장과 로드 벤슨의 합류 이후 동부의 수비력을 더욱 강해졌다. 전성기가 지난 김주성을 뒷 선에 배치한 동부는 윤호영을 중심에 세워 더 탄탄하고 빨라진 드롭 존을 탄생시켰다. 당시 역대 최고의 팀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했던 2011-2012 시즌 동부는 엄청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KBL 시즌 최다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동부는 세로 수비에 능한 김주성과 벤슨의 높이로 상대 골밑 공격을 저지했다. 당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될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윤호영은 유기적인 움직임과 특유의 센스를 발휘해 동부 수비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앞 선에 위치했던 박지현과 황진원 역시 강한 압박을 통해 일선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며 동부의 수비 농구를 뒷받침했다. 이들의 활약 속에 동부는 최초로 단일 시즌 최저 실점 기록(67.9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KGC인삼공사에 밀리며 통합우승에 실패했지만, 동부가 보여준 강력한 수비 농구는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적은 득점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KBL의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 바톤 이어받은 SK, 드롭 존 꽃 피우다


 


윤호영의 군 입대, 황진원과 벤슨이 타 팀으로 옮겨간 동부는 드롭 존을 펼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SK다. 2012-2013 시즌 SK는 당시 2년차에 접어든 김선형을 중심으로 헤인즈, 김민수, 박승리 등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심지어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최부경까지 SK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올라섰다.


 


이 시즌 전까지 SK를 상징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모래알’.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다녀간 팀이지만, 탄탄한 조직력 없이 금방 모래알처럼 흩어진다는 것에서 유래된 단어다. 하지만 정식 감독으로 부임된 문경은 감독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재다능한 헤인즈를 중심으로 김민수, 최부경 등 국내 장신 선수들을 뒷 선에 배치해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김선형과 변기훈, 헤인즈가 이끄는 빠른 공수전환 역시 SK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특히 김선형의 속공 플레이가 빛을 발휘하며 SK는 도무지 막아낼 수 없는 팀으로 변모했다.


 


화려한 공격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SK는 수비가지 탄탄해지며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 봤다.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완패 당하며 통합 챔피언의 꿈은 물 건너갔지만, SK가 보였던 드롭 존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 드롭 존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드롭 존에 대한 해법 역시 명확하다. 유능한 포인트가드와 슈터, 그리고 파워 게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센터가 있으면 된다. 최근, SK는 헤인즈, 최준용을 중심으로 한 드롭 존으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하지만 점점 힘이 떨어지며 3위까지 내려앉았다.


 


가장 큰 이유는 드롭 존의 파괴다. 과거를 살펴보자. 2012-2013 시즌 전성기를 맞이한 SK는 KGC인삼공사와 모비스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오세근의 부상으로 전력상 열세를 보였던 KGC인삼공사는 김태술의 환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SK의 드롭 존을 무너뜨렸다. 드롭 존의 약점인 수비 중앙까지 파고든 후 외곽에 위치한 동료들에게 패스를 뿌리며 외곽슛을 도운 것. 결과는 SK의 승리였지만, 김태술이 보인 드롭 존 해법은 명확했다.


 


모비스 역시 유재학 감독이 드롭 존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완벽한 수비 조직력으로 SK의 공격을 봉쇄한 모비스는 공격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벤슨이 상대 골밑에서 우위를 점한 모비스는 양동근과 박구영의 외곽슛으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역시 최부경, 김민수가 뒷 선을 든든히 지킨 SK는 헤인즈와 최준용을 앞세워 2012-2013 시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하지만 확실한 슈터를 보유한 팀들에게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MJG의 농구용어사전] 양날의 검이 된 ‘드롭 존’



SK의 상대 전적을 살펴보자. 전성현, QJ 피터슨, 양희종을 보유한 KGC인삼공사에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외곽 수비의 붕괴. 지난 2경기에서 SK는 KGC인삼공사에 25개의 3점슛을 허용했다. 경기당 12.5개의 3점슛을 얻어맞은 SK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DB와 삼성 등 경기당 10개 이상의 3점슛을 허용한 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SK는 드롭 존의 약점을 명확히 보이고 있다. 최부경과 김민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기에 수비 역시 헐거워졌다. 헤인즈도 전성기를 지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예전과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 최준용의 활약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강력했던 드롭 존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참가한 남자농구 대표팀도 드롭 존을 통해 뉴질랜드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표팀의 수비 전술을 파악한 중국에 완패 당하기도 했다. 정확한 슛과 높이의 우위를 가진 중국은 대표팀의 3-2 드롭 존을 쉽게 허문 것이다. 


 


이처럼 드롭 존은 장·단이 분명한 수비 전술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드롭 존의 실패 후 빠른 전술 변화다. 하지만 드롭 존은 정교한 수비 전술로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드롭 존을 위해 비시즌을 온전히 쏟아낸 팀들이 한 순간 수비 전술을 변화하기는 힘들다. 현재에 이르러 드롭 존은 마치 ‘양날의 검이’된 셈이다.


 


# 사진_점프볼 DB(이선영, 홍기웅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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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병장 대충놀자

2018.01.25 08:24:04

ㅅ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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