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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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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토) 06:08

                           


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최초 올림픽 본선행…"한국 럭비가 대중 관심받을 마지막 기회"

"좋은 경기, 창피하지 않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장성민(27·포스코건설)은 경기 종료를 불과 20여초 남기고 동점 트라이를 찍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한다.

한국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은 11월 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도 0-7로 끌려가던 승부를 12-7로 뒤집고 아시아 지역 예선에 걸린 단 1장의 올림픽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준결승, 결승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 드라마의 연속이었지만 더 극적이었던 것은 '복병' 중국과의 준결승이었다.

한국은 0-7로 뒤진 후반 종료 20여초를 남기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김현수(한국전력공사)가 장성민에게 공을 넘겼다.

한국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기회였다.

장성민은 달려드는 중국 수비수를 한 손으로 밀쳐낸 뒤 최종 수비수의 태클까지 벗겨내고 극적인 동점 트라이를 찍었다.

국내 최고의 피지컬(키 187㎝·체중 103㎏)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파워와 스피드까지 탁월한 장성민은 그 마지막 기회에서 중국의 수비벽을 뚫고 한국 럭비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성민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트라이를 찍었지만 가장 기분 좋은 트라이였다"며 "그 영상을 평생 소장했다가 손주에게도 자랑하고 싶다"고 해맑게 웃었다.



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럭비는 1924년 파리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당한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무려 9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5년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일본, 홍콩에 이어 3위에 그친 끝에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는 데 실패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도 전망은 어두웠다.

아시아 최강인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홍콩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 2차 대회에서 홍콩을 꺾은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준결승에서 홍콩에 7-19로 패해 3회 연속 동메달에 그쳤다.

영국계 귀화 선수가 대부분에다 자국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번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1년간 해외 전지훈련을 하며 전력을 착실하게 다진 홍콩을 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준결승에서의 역전승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홍콩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장성민은 "우승이 확정됐을 때 진짜 꿈만 같았다. 현실인가 싶었다"며 "럭비 인생을 떠나서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솔직하게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홍콩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장성민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우리들끼리 했던 얘기가 있어요. 항상 중요한 국제대회에서는 중요한 선수가 꼭 한명씩 빠졌는데, 이번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7인제 주축 멤버가 제대로 들어왔어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장성민을 비롯해 정연식(일본 히노), 장용흥(NTT 커뮤니케이션스), 한건규, 장정민, 김현수, 박완용(이상 한국전력공사) 등이 '완전체'를 이룬 한국은 결국 2017년 9월 이후 한 번도 꺾지 못했던 홍콩을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이번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대한럭비협회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일본 유통경제대학 감독인 찰스 로우를 기술코치로 데려온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서천오(국군체육부대) 대표팀 감독이 베스트 멤버를 선발하자 로우 코치는 각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해 정확한 역할을 부여했다.

중앙의 박완용, 이성배가 빠르게 패스를 돌리면 장성민, 한건규와 같은 몸싸움에 능한 선수들이 상대 수비 라인을 부서트린 뒤 스피드가 탁월한 장용흥, 장정민이 헐거워진 틈을 파고들어 트라이를 시도하는 전술이었다.

역할 분담이 분명해지자 실수가 줄고, 경기 운영이 훨씬 매끄러워졌다.

실제로 한국의 우승을 확정 지은 결승전 역전 트라이는 로우 코치의 전술대로 장용흥이 찍었다.

장성민은 "로우 코치와 함께한 기간은 2주 정도 안 됐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로우 코치도 한국 선수들은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가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장비를 부착하고 플레이했다.

GPS를 활용하면 선수별 이동 거리와 움직임, 스피드, 심박수, 활동량 등을 실시간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체력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돼온 장성민은 그 덕분에 출전 시간 동안에는 자신의 100%를 아낌없이 쏟아낼 수 있었다.

대표팀의 김동후 S&C 트레이너가 장성민의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교체해줬기에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장성민은 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한 뒤 2017년 일본 NTT 도코모에 입단해 2시즌을 뛴 뒤 올해 초 포스코건설과 계약하며 국내로 돌아왔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일본이라는 낯선 환경 적응에 실패했고, 센터로 뛰기 원했던 장성민의 바람과는 달리 NTT 도코모는 그를 윙으로만 활용했다.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국내로 유턴했던 그이기에 일본에서 열리는 내년 올림픽은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NTT 도코모 팀 스태프들에게 너희들이 사람 잘못 봤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럭비 '간판' 장성민 사상 첫 올림픽, 일본과 꼭 붙고 싶어요



물론 이런 개인적인 마음보다는 올림픽이라는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무대를 통해 한국 럭비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이로 인해 저변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는 "어떻게 보면 한국 럭비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우리를 보면서 꿈을 키우는 선수들도 있으니까 큰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기적을 만들어냈으니까 또 한 번의 기적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며 "분명히 할 수 있고, 많이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대진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림픽에서 만날 팀 중에서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한다.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케냐, 호주,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피지,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그리고 오는 6월 20∼21일 대륙간 예선에서 올림픽 본선에 오르는 12개국의 마지막 팀이 결정된다.

장성민은 "어느 정도 레벨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강국을 만나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창피하지 않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꼭 일본과 올림픽 무대에서 붙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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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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