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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500승을 함께. 윤유량 코치가 기억하는 오리온 역사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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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수) 14:53

                           

1승~500승을 함께. 윤유량 코치가 기억하는 오리온 역사



[점프볼=고양/이원희 기자] 윤유량 고양 오리온 코치(48)는 구단의 역사를 함께한 인물이다. 1997년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오리온)가 프로농구에 출범한 시절부터 21년간 한 구단을 지켜왔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동양 시즌 32연패를 겪기도 했고, 2011년에는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동양과 오리온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그 순간 모두 윤유랑 코치가 있었다. 윤유랑 코치는 “오리온은 내 인생이다”며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윤유량 코치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하거나 의무 트레이너 역할을 맡고 있다. 용인대를 졸업한 뒤 태릉선수촌에서 유도 대표팀과 함께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나가기도 했고, 이후 중앙대 농구팀 소속으로 있다 오리온으로 건너왔다. 


 


▶ 동양 32연패부터 구단 첫 통합우승까지


 


팀이 연패를 한다는 것은 코치진, 선수뿐 아니라 스탭들도 힘이 드는 순간이다. 


 


1999년 동양의 32연패. 윤유량 코치는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매번 패배해 더 아쉬웠다. 3쿼터까지 팀이 잘하다가도 4쿼터만 되면 와르르 무너지더라. 시즌 중간에는 외국선수인 그렉 콜버트가 갑자기 고국으로 돌아갔다. 전희철과 김병철, 김광운이 입대해 팀 전력이 워낙 약했다”고 했다. 당시 동양은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즌을 보냈다. 1997-1998시즌 주축 선수였던 전희철과 김병철, 김광운이 군에 입대했고, 콜버트는 부인과의 불화로 인해 야반도주하며 한국을 떠났다. 


 


윤유량 코치는 “경기에 지면 우리도 힘이 빠진다. 보람이 없다고 해야 할까. 선수들이 건강하게 뛰면서 경기에 이겨주면 기분이 최고다”고 말했다.


1승~500승을 함께. 윤유량 코치가 기억하는 오리온 역사



 



동양에도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오리온은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포인트가드 김승현을 지명. 또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마르커스 힉스를 선발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라이언 페리맨도 리바운드를 열심히 잡아내는 등 궂은일을 피하지 않았다. 국내외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동양은 승승장구. 결국 2001-2002시즌 구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승현이 에이스였다. 현재 MBC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승현은 2001-2002시즌 평균 7.96어시스트 3.24스틸을 기록했다. 두 기록 모두 리그 1위. 김승현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를 한꺼번에 수상했다. 참고로 그때 힉스가 블록슛 평균 2.94개를 기록해 외국선수상을 차지했고, 페리맨은 리바운드 부문 1위(평균 14.81개)에 올랐다.


 


윤유량 코치는 “김승현이 오자 팀이 달라졌다. 가드 한 명에 팀이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김승현과 힉스의 호흡이 엄청났다. 김승현은 재주가 많고 대단한 선수다. 팀 패턴이 먹히지 않으면 김승현이 반대로 뛰거나 직접 공격을 해결했다. 김승현이 뛰면 진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힉스와 앨리웁 플레이를 펼치는 걸 보고 ‘이런 농구도 있구나’라고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윤유량 코치는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김병철 코치다. 동양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팀에 같이 있었다. 신인 시절에는 코 질질 흘리면서 ‘형’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래 있었던 만큼 서로 잘 통한다.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진 친구다”고 웃었다.


1승~500승을 함께. 윤유량 코치가 기억하는 오리온 역사



▶ 오리온 2015-2016시즌 챔프전 우승 “아직도 짜릿해”


 


오리온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전주 KCC를 상대로 4승2패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윤유량 코치의 두 번째 우승. 윤유량 코치는 “오리온에서 우승했을 때 하늘을 날아갈 거 같더라. 점수차가 벌이진 상황에서 경기가 끝나 가는데 그 순간, 울음이 나올 거 같으면서 흥분도 되고 그랬다. 우승 축포가 터질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하다”고 했다.


 


오리온에선 애런 헤인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오리온의 통합우승을 이끌어서가 아닌, 독특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유량 코치는 “참으로 재밌는 친구다. 서로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등 장난도 많이 쳤다. 지금도 만나면 재밌게 얘기한다”고 웃었다.


 


오리온은 지난 21일 부산 KT에 승리하면서 구단 통산 500승을 기록했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팀이 1승부터 500승을 하는데 까지 김병철 윤유량 코치가 함께 했다. KBL의 역사다”고 치켜세웠다.


 


윤유량 코치는 추일승 감독에 대해 “제가 처음으로 트레이너로 일하게 됐을 때 추일승 감독님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성격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오리온에서 감독 코치로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여러 감독님을 모셨지만 추일승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최근까지 함께 우승을 이뤄냈다”며 “코치 직책도 추일승 감독님이 달아주신 것이다. 팀에 오래 있었다고 구단에 코치로 추천하셨다. 주위 분들에게 저를 보고 배우라고 칭찬해주시는 분이다.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윤유량 코치는 “500승의 영광에 제가 있어 기분이 묘하다. 추일승 감독님의 인터뷰도 감동 받았다. 함께 고생해서 KBL의 역사를 이뤄 다들 고맙다. 팀에 계속 있게 해준 오리온에도 감사하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고비도 왔지만, 서로 도와주면서 잘 넘겼던 거 같다”고 웃었다.


1승~500승을 함께. 윤유량 코치가 기억하는 오리온 역사



▶ 오리온은 내 인생의 전부


 


윤유량 코치는 “추일승 감독님은 ‘농구가 내 인생’이라고 말하시더라. 나는 오리온이 내 인생이다. 한 팀에 오래 있는 건 쉽지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걸 보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히 내 일을 해왔기 때문에 팀과 함께 500승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윤유량 코치의 인터뷰는 24일 오전에 이뤄졌다. 오리온은 전날(23일) KCC전을 치렀기 때문에 24일 구단 전체적으로 휴일을 맞았다. 하지만 윤유량 코치는 체육관으로 나왔다. 


 


윤유량 코치는 “직업병인거 같다. 체육관에 있으면 뭔가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다. 팀 훈련이 있든 없든 12시까지는 체육관에 남는다. 개인 훈련하는 선수들도 있고, 치료를 받는 선수들도 있어서 돌볼 때가 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2시쯤 체육관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제가 집이 성남이어서 가족들과 따로 살고 있다. 애들이 너무 보고 싶을 때가 많다. 이사를 갈까 생각도 했지만, 나 하나 때문에 가족이 불편해할까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오리온 경기에 많이 오라고 얘기한다. 28일 DB전에도 가족들을 초청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고 했다. 윤유량 코치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마지막으로 윤유량 코치는 “오리온은 제게 참으로 고마운 구단이다. 오리온에 있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했으니 내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팀의 스카웃 제의를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니 모두가 가족처럼 느껴지더라. 내가 딴 데로 가버리면 오리온 초코파이의 ‘정’ 정신을 위배하는 거 아닌가(웃음).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고맙다”고 웃었다.


 


#사진_문복주 이원희 기자, 윤유량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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