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신형민이 말하는 전북 주장으로 사는 법

이등병 SoccerNews

조회 1,738

추천 0

2018.01.23 (화) 22:28

                           

신형민이 말하는 전북 주장으로 사는 법



 



2년 연속 전북의 주장을 맡은 신형민이 말하는 완장의 무게



 



[골닷컴, 일본 오키나와] 서호정 기자 =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신형민은 한달째 수염을 기르고 있다. 제법 자리를 잡은 수염은 그의 터프한 플레이와 맞아 떨어지며 한층 위압감을 준다. 사연을 묻자 신형민은 덤덤하게 “그냥요”라고 답했다. 아내가 제발 면도 좀 하라는 성화에도 불구하고 수염을 지키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그런 신형민만의 과묵함, 그 안에 있는 자기 표현이 전북 주장으로서의 요건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처음 전북의 주장을 맡은 신형민은 올해도 팀의 리더가 됐다. 신형민은 “지난해에는 감독님이 한번 물어 보고 뽑으셨는데 올해는 선수들 앞에서 주장은 형민이고, 부주장은 철순이다라고 통보해버렸다”라며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전북은 스타가 많다. 그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지난해 신형민은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수비의 1차 저지선으로서 묵직함을 보여줬다. MVP나 베스트11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강희 감독은 신형민의 꾸준한 헌신이 팀 우승의 밑바탕이라고 평가했다. 화려한 스타 군단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방점인 것이다. 



 



신형민은 어떤 주장일까? 그가 베테랑도 많고, 유명한 후배도 많은 팀을 이끄는 방식은 무엇일까?



 



Q. 올해도 주장이다. 



A. 감독님이 하라고 통보했다. 작년에는 그래도 불러 놓고 면담 후 시키셨는데 올해는 선수들 앞에서 그냥 주장이라고 지목했다. 감독님은 “형민이만 잘하면 올해는 문제 없다”고 하셨다.



 



Q. 주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A. 하는 일은 없다.(웃음) 여긴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하고 감독님이 원체 잘 이끌어 주신다.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다. 다들 잘한다는 선수들이 여기 모여 있다. 다른 팀에서 돋보여 전북에 오지만 여기 오면 사실 평범한 선수다. 감독님이 워낙 컨트롤을 잘 해주시고, 철순이처럼 희생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크다. 여러모로 조화가 잘 맞아서 내 역할은 크지 않다.



 



Q. 나름의 고충은 있을텐데?



A. 다른 팀 기준으로는 최고참이 될 수 있는 나이인데 전북에서는 중참이다. 전북이 아니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 올 텐데 여기는 조심스럽다.(웃음) 전북의 주장은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선배들과 후배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부단히 잘 해야 한다. 선수들이 감독님께 말씀 못 드리는 걸 중간에서 공유하고, 정리해서 전달한다. 



 



Q. 그런 역할이 결실을 맺은 예가 있나?



A. 브라질에서 온 물리치료사인 지우반이 치료를 워낙 잘해서 선수들이 함께 하고 싶은데 구단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의 문제로 곤란해 하는 눈치였다. 시즌 끝날 즈음에 팀을 나간다는 얘기가 있었다. 선수들 의중을 모아보니 지우반과 계속 있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냐며 감독님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 방에 찾아갔다. 죄송할 말씀 드려도 되냐고 하니까, 말 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하셨다. 지우반이 팀에 보탬이 되는 스태프인데 같이 가게 해 달라고 했고 감독님이 구단을 설득했다.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니까 지우반의 잔류가 큰 도움이 될 거다. 올해는 경기 수가 많아질 테니까 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의무팀 인력도 늘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드린다. 현재 3명인데 올해 경기 수를 보면 1군 커버도 벅차다. R리그에 나가려면 관리할 부분이 커진다. 



 



Q. 아무리 주장이라도 그런 건의를 하기 쉬운 게 한국적인 정서는 아닌데?



A. 선수들이 필요하다면 내가 총대를 매는 수 밖에...(웃음) 감독님이 선수들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꼭 해 주시려고 하신다. 항상 감사하다. 이렇게 선수 편을 들어 주시는 지도자는 흔하지 않다.



 



Q. 제대 후 중동 등 해외로 나갈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3년 재계약으로 팀에 남았다.



A. 계약이 이제 2년 남았는데, 동국이 형 같은 케이스를 희망한다. 어느 선수라도 전북이라는 팀에는 오래 남고 싶을 거다. 제대하고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감독님과 구단에서 저를 많이 생각해 주셨고 그래서 재계약이 끌렸던 것 같다. 변수는 존재하지만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이 팀에서 오래 하고 싶다. 다시 재계약 제의를 받는다면 감사할 거다. 다른 팀은 나이 든 선수들 다 내 보내고, 인건비 줄이려고 혈안이다. 전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다. 우스개소리라도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주신다면 감사할 것이다.



 



Q. 지난 시즌 우승 후 최강희 감독은 원래 MVP 후보로 신형민을 생각했었다고 한다. 주장이 후보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거기서 제외 돼 섭섭하지 않았나?



A. MVP는 제일 잘하는 선수가 받는 게 맞다. 나는 중간만 하려고 한다. 눈에 띄는 그런 포지션이 아니다. 내 할 일 하고,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게 나와 철순이의 몫이 아닐까? 올 시즌도 각급 대표팀에 나갈 선수들이 많다. 경기 수에 비해 스쿼드가 두텁지는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 헌신적인 선수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Q. 전북의 가장 큰 힘은 경기를 뛰지 못해도 헌신하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내외적으로 있다. 



A. 팀 안에 불만이 하나 둘 늘어나면 주변 선수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이나 장기 부상 중인 선수를 더 잘 챙기신다. 나중에 그 선수들이 준비했다가 제 몫을 해 주고, 그러면 위기에서 팀이 늘 힘을 받는다. 



 



Q. 전북에서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지만 신형민에겐 기회가 오지 않은 지가 꽤 됐다.



A. 글쎄. 대표팀은 잘해야 뽑히는 자리지만, 동시에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이 가기 마련이다. 신태용 감독님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뽑아서 대표팀이 잘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무조건 내가 가야 한다는 생각은 접은 지가 꽤 됐다.



 



Q.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드는 것의 기쁨을 느꼈나?



A. 그 기분 되게 좋았다. 포항과 안산에서도 우승을 했지만, 선수들을 대표해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든다는 것의 감회는 특별했다. 전북이라는 팀을 대표해서 들어올렸다는 자체가 영광이었다. 포항 시절엔 중간에 해외로 이적해서 리그 트로피는 주장으로서 들지 못했다. 그런 기회가 선수에게는 흔치 않고, 주장으로서 가장 먼저 받는 것을 또 하고 싶다.



 



Q. 올해는 몇 차례 정도 들 것 같나?



A. 대회가 3개니까 3개 다 들면 좋을 것 같다.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것처럼 아시아 무대를 한번 더 평정하는 게 중요할 거다. FA컵도 오랜 시간 못 했고, K리그도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해 내야 할 일이다. 트로피를 드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 올해도 최대한 해 보고 싶다. 



 



Q. 군 입대 전에는 공격적인 모습도 꽤 보였는데 최근엔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A. 매년 3~4골 정도는 넣고 공격포인트도 있었는데 작년에는 1도움 뿐이었다. 올해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골 과정에도 욕심을 내 보고 싶다. 나이는 있지만 그래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선수의 역할이다. 감독님이 또 다른 과제도 주셨다. 지금의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서 경고 횟수를 줄여야 한다. 작년에 경고가 10개였다. 한 경기에서 2개를 받아 퇴장 당한 적도 있고, 경고 3회 누적으로 2번 결장해야 했다. 시즌 막바지에 감독님께서 “신형민, 최철순은 경고 2개니까 1개 더 받으면 벌금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경고 안 받고 잘 뛰었다고 평가하셨다. 올해도 경고 트러블 걸리면 벌금이라고 압박을 주셨다. 



 



사진=전북 현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