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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확대경] LPGA 진출에 '시큰둥'한 비회원 챔피언 장하나·시부노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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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수) 05:29

                           


[권훈의 골프확대경] LPGA 진출에 '시큰둥'한 비회원 챔피언 장하나·시부노



[권훈의 골프확대경] LPGA 진출에 '시큰둥'한 비회원 챔피언 장하나·시부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여자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박세리와 박인비의 성공을 보고 자란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예외 없이 어릴 때부터 LPGA 투어 무대를 꿈꾼다.

LPGA 투어 비회원이 LPGA 투어에 입성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회원 신분으로 출전한 LPGA투어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다.

특히 LPGA투어 대회 우승은 LPGA투어로 직행하는 특급 티켓이다.

LPGA투어를 꿈꾸는 선수의 LPGA투어 대회 우승을 '신데렐라' 탄생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 탄생한 두 명의 LPGA투어 비회원 우승자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지난 8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여자 브리티시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시부노 히나코(일본)는 석 달이 다 되도록 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말이 없다.

시부노는 여자 브리티시오픈 우승 직후 원하기만 하면 당장 LPGA투어 회원 자격을 취득하고 2019년 시즌을 LPGA투어에서 뛸 수 있었지만 마감 시한을 넘기도록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았다.

2020년 LPGA투어 시즌을 뛸 기회가 있지만 시부노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는 이달 초 일본여자오픈에 출전해서는 미국 진출 여부를 묻는 말에 "언젠가는 LPGA투어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내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가는 쪽보다 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뜻이다.

지난 27일 LPGA투어 BMW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오른 장하나(27)도 역시 미국으로 무대를 옮길 기회를 잡고도 신중한 태도다. 마찬가지다.

대회 2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우승해도 LPGA투어에 갈 생각이 없다"던 그는 우승 기자회견에서는 "의논해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LPGA투어에서 뛰다가 2년 전 "가족, 특히 편찮으신 어머니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국내로 복귀했던 장하나는 "어머니 건강이 여전히 좋지 않고, 아버님 연세도 많다"면서 LPGA투어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장하나와 가까운 인사는 "아마 가지 않는 쪽으로 결심을 할 것 같다"면서 "간다고 해도 아마 완전히 미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일정과 입맛에 맞는 대회만 출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PGA투어를 겪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데는 한국이 더 낫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시부노의 일본 잔류 이유는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비롯해 좀 더 준비를 더 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라는 시부노의 말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

'충분한 준비를 한 다음에 LPGA투어에 도전하겠다'는 말은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급 선수한테 흔히 듣는다.

KLPGA투어에서 올해 4승이나 따낸 최혜진(20)은 "LPGA투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크지만, 언제 가는 게 맞는지는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올해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참가 신청을 냈다가 철회했다.

이승연(21)은 BMW 챔피언십에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치고선 "우승해도 KLPGA투어에서 더 경험을 쌓고 (미국에)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BMW챔피언십에서 상위권에 오른 이소미(20), 임희정(19) 역시 '고민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꿈의 무대로 나아갈 기회를 잡고도, 또는 코앞에 있는데도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선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많아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준비 없이 갔다가 쓴맛을 본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투어 대회에 덜컥 우승해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겼다가 기대만큼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고진영(24)이 사실상 유일하다.

고진영도 3년 동안 KLPGA투어에서 뛰면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웠다. 고진영은 KL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틈틈이 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고, 영어 공부를 비롯해 언제인지 모를 미국 진출에 대비한 준비를 했다.

시부노나 최혜진, 이승연, 이승연, 이소미, 임희정 등이 보인 태도에서는 무작정 LPGA투어로 가는 게 급선무가 아니라는 공감대를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미국 무대 진출이 무조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한국과 일본 여자프로골프 선수 사이에 퍼졌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장하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하나가 올해 한국에서 번 상금은 11억원이 넘는다. 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2승을 올린 해나 그린(호주)이 번 상금(99만7천567달러)과 비슷하다.

시부노도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올해 1억1천741만 엔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LPGA투어가 상금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4라운드 대회로 치러지고, 이동 거리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길고, 경비가 훨씬 더 든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일본과 한국이 낫다는 평가가 제법 설득력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3라운드 경기가 많고 투어 동안 이동이 수월하다.

음식을 비롯해 컨디션 조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여건도 훨씬 낫다.

일본여자프로골프에서는 LPGA투어 '기피' 풍조가 이미 만연했다. 이제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까지 LPGA투어 진출에 목을 매는 열망은 점점 희미해질 조짐이다.



[권훈의 골프확대경] LPGA 진출에 '시큰둥'한 비회원 챔피언 장하나·시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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