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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없고 취재진도 없고'…우여곡절 29년 만의 '평양 원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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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6 (수) 10:51

                           


'중계 없고 취재진도 없고'…우여곡절 29년 만의 '평양 원정'

북한, 한국 취재진·중계진·응원단 방북 불허…생중계도 무산



'중계 없고 취재진도 없고'…우여곡절 29년 만의 '평양 원정'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9년 만에 성사된 한국 남자축구의 '평양 원정'이 생중계 없이 치러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이 경기는 국내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지 않았다.



월드컵 예선이 TV 중계가 시작된 이후 현장 중계가 되지 않은 건 1985년 3월 2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 이후 34년 만이다.

당시 네팔 현지의 위성 송출 상황이 좋지 않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중계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이번 평양 원정 중계 불발은 북한이 실시간 중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애초 월드컵 2차 예선 남북대결을 생중계하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계 에이전트사를 통해 중계 협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이 생방송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국내 팬들이 안방에서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대신 경기 영상을 녹화본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북한의 레바논과 홈경기도 실시간으로 중계하지 않고 녹화 중계로 대신했다.

북한의 중계 거부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차원의 징계는 쉽지 않다.

AFC가 중계권을 보유한 월드컵 최종예선과 달리 2차 예선은 해당 개최국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취재진과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응원단의 방북도 불허됐다.

월드컵 예선을 비롯한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때는 통상적으로 원정팀 국가의 미디어와 응원단, 중계진이 해당 경기 개최국에 들어가 자국 선수단을 취재하고 응원하는 게 국제적인 관례다.

그런데도 북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 지원 스태프 등의 방북만 허용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초청장을 발급해 주지 않았다.

앞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AFC 아시안컵 예선 '평양 원정'에 나섰던 2017년 4월에는 취재진과 중계진의 방북을 허용했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했던 육로 또는 전세기를 이용한 직항로 방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상된 부분이었다.

북한은 AFC 규정에 따른 선수단 입국과 경기 전 애국가 연주, 태극기 게양 등 최소한만 허용했다.

FIFA와 AFC의 징계를 피하면서도 한국 미디어와 응원단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북한의 현재 상황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또 선수단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제한을 가했다.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길에 오른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 반입을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휴대전화를 맡기고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10월 11일 남북 통일축구 1차전을 위해 방북했던 한국 선수단 일행이 거리를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방북했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 풍경이다.



'중계 없고 취재진도 없고'…우여곡절 29년 만의 '평양 원정'



북한이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에 부담을 느껴 평양이 아닌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종예선 3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개최했던 때보다는 진전됐지만 한국 선수단은 결국 북한 홈 관중까지 없는 무관중의 색다른 '평양 원정'을 경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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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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