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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연 신문선 "미술도 축구와 같아…작가 뛰놀 운동장 필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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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3 (월) 08:28

                           


갤러리 연 신문선 "미술도 축구와 같아…작가 뛰놀 운동장 필요"

홍대 정문에 와우갤러리…수십년간 미술애호가·컬렉터로 지내다 결단

"미대 있음에도 미술관 하나 없는 마포…젊은 작가 소개할 계획"



갤러리 연 신문선 미술도 축구와 같아…작가 뛰놀 운동장 필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마포구 서교동 344-11. 홍익대 정문과 마주해 주변에서 가장 목 좋은 곳으로 꼽히는 건물 지하에 최근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홍대가 자리한 와우(臥牛)산에서 이름을 따온 와우갤러리. 화랑 주인은 신문선(61)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다.

신 교수는 축구선수 출신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약했고 축구 행정가로도 일했다. 축구로만 채워졌을 것 같은 그의 인생과 미술 접점을 찾기는 언뜻 쉽지 않다.

"마포에 미술관을 짓는 것이 오랜 꿈입니다. 그 첫 단추가 갤러리고요." 22일 전화로 만난 신 교수에게 '난데없는' 갤러리 개관 이유를 묻자 나온 말이다.

신 교수를 오래 지켜본 이들은 그가 축구만큼이나 미술에 애정을 쏟아왔음을 안다. 그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문에 외국에 갈 때마다 틈나는 대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았다. 한때는 인사동 고미술품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근대 수묵산수화로 이름을 떨친 소정 변관식(1899∼1976)을 좋아한 지도 40년이 넘었다.

"제가 축구계 '만년 야당'으로 살았잖아요. (웃음)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도 거침없이 비판했던 소정 선생인지라, 제 인생과 이력에 대입해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제 뚝심이 거기서 나왔다고나 할까요."



갤러리 연 신문선 미술도 축구와 같아…작가 뛰놀 운동장 필요



미술을 향한 왕성한 호기심은 작품 수집으로도 이어졌다. 거친 필치와 두꺼운 마티에르의 산 그림으로 유명한 박고석(1917∼2002)의 설악산 울산바위, 쌍계사 그림 2점이 첫 컬렉션이다. 소장품마다 얽힌 이야기도 많다. 누드화를 포함해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린 박영선(1910∼1994)의 브론즈 조각도 그중 하나다.

"어릴 적 효창동에 살았는데 선생님 작업실이 동네에 있었어요. 발가벗은 여자를 그린다고 소문이 나니까 애들끼리 담치기했다가 선생님에게 잡혀서 혼도 나고 그랬어요."

그때 본 조각을 2006년 박영선 유작전에서 발견해 기어코 샀다는 신 교수는 "이렇게 문화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돈이 있어서 작품을 결코 산 것이 아니다"면서 "강의료를 미리 받아 사기도 하고, 수년 전 권순철 그림 한 점을 살 때도 교사로 30년 일한 아내 퇴직금을 갖다 썼다"고 말했다. 지금껏 한 점도 팔지 않은 것도 그렇게 하나하나 어렵게 모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갤러리 명목상 대표는 아내이지만, 전반적인 운영은 명예관장인 신 교수 몫이다. 개관전 '우보천리'를 위해 권순철, 서용선, 주태석 작가를 섭외한 것도 그다. 미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작가를 끊임없이 소개하고 거래도 성사시켜야 하는 화랑주 역할을 굳이 자청한 까닭은 무엇일까.



갤러리 연 신문선 미술도 축구와 같아…작가 뛰놀 운동장 필요



"축구랑 미술이 똑같아요.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려면, 뛰놀 '운동장'이 있어야 합니다.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걸출한 작가를 배출한 미대가 있음에도 마포에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 없어요. 몇 안 되는 갤러리도 귀퉁이로 밀려났고요. 본연의 예술적인 색깔은 퇴색한 대신에 옐로 문화가 자리 잡았죠."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신 교수가 미술관 꿈을 품은 것은 20년 가까이 됐다. 바쁜 가운데서도 전시장 오픈을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수익성이나 영업수지 등을 따지다 포기했다. 2년 전 나이 예순이 되면서 이제 결단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개관전 특성상 한국 화단에서 손꼽히는 원로·중견 작가를 내세웠지만,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를 소개할 계획이다. 이미 4번째 전시 작가 섭외까지 마쳤다. 그는 홍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지금은 축구로 치면 관중 없는 축구 경기를 할 때와 같습니다. 관중을 일단 모으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제일 좋은 곳에 운동장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든 홍대를 지날 때 편하게 들러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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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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