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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완급 조절, 볼 소유력까지 키웠다

이등병 Socc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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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6 (토) 07:53

                           

손흥민의 완급 조절, 볼 소유력까지 키웠다



완급 조절하는 방법 터득한 손흥민, 이제는 공을 지킬 줄도 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아홉 경기 연속 선발 출전. 최근 토트넘이 치른 아홉 경기에 연이어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이렇게 오랜 기간 연속으로 주전으로 뛴 건 이번이 그가 독일을 떠난 후 처음이다.

이는 다소 놀라운 기록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컵대회를 포함해 토트넘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인 역사상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토트넘의 '붙박이 주전'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그가 가장 오랜 기간 연속으로 선발 출전한 건 다섯 경기가 전부다. 이를 두고 데이터 기반 축구 분석업체 '스쿼카'는 지난 시즌 도중 손흥민에 대한 칼럼을 통해 그를 토트넘의 '럭셔리(Luxury) 선수'라고 칭했다. 여기서 '럭셔리'란 단어의 뜻은 좋은 의미로는 최고급 명품을 뜻하지만, 반대로는 '사치품'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당시 '스쿼카'는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도 분명히 기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이 맹활약을 이어간 올 시즌에도 비슷한 평가가 잇따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로이 킨은 지난 11월 현지 방송 'ITV' 패널리스트로 출현해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축 선수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공격수의 백업으로는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12월 전후로 손흥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글렌 호들 前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前 토트넘 미드필더 저메인 제나스 등이 언론을 통해 '손흥민 붙박이 선발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호들은 'BT 스포트' 패널리스트로 출현한 방송에서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 두 명 중 한 명으로 중용되면 팀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며 공간까지 만들어준다. 그는 항상 뒷공간으로 침투할 준비가 돼 있는데, 이렇게 그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수비를 물러서게 하면 케인이 그 앞에서 발생하는 공간을 찾아들어갈 수 있다"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활용하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손흥민 시즌별 프리미어 리그 선발 출전 비율
(시즌 - 출전 횟수 대비 선발 출전 비율)

12/13 - 93.9% (함부르크)
13/14 - 93.5% (이하 레버쿠젠)
14/15 - 93.3%
15/16 - 46.5% (이하 토트넘)
16/17 - 67.6%
17/18 - 71.4%

손흥민이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 당시 그가 프리미어 리그 진출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였다. 엄밀히 따지면 당시 프리미어 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보다 수준 높은 무대가 아니었다. 이때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도 분데스리가는 스페인 라 리가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며 프리미어 리그에 앞서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며 편안해진 독일을 떠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 팬이 지켜보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 더 성숙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토트넘 이적을 선택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 적응하는 건 예상보다도 쉽지 않았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 출전한 경기 중 선발로 나선 비율은 고작 46.5%. 그 결과 그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단 네 골을 넣는 데 그쳤다. 심지어 손흥민이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14골, 컵대회 포함 21골을 터뜨린 지난 시즌에도 그의 출전 횟수 대비 선발 출전 비율은 67.6%로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손흥민은 프리미어 리그 진출 이후 최초로 선발 출전 비율 70%를 넘겼다. 게다가 그는 12월부터 프리미어 리그에서 출전한 7경기 중 4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차츰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점유율과 공의 흐름을 중시한다. 그는 올 시즌 들어 챔피언스 리그 등 몇몇 빅매치에서는 내려앉은 채 기회를 기다리다가 역습을 구사하는 축구를 보여주곤 했다. 그러나 그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축구는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며 흐름을 이어가는 경기 방식이다.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이 자주 2선으로 내려와 패스 연계에 가담하고, 발밑에 공을 두고 있을 때 이를 지켜내는 능력이 탁월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가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 시즌 손흥민의 선발 출전 빈도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손흥민 시즌별 90분당 평균 디스포제션 횟수
(시즌 - 리그 경기 90분당 평균 디스포제션 횟수)

10/11 - 3.6 (이하 함부르크)
11/12 - 2.4
12/13 - 1.7
13/14 - 2.4 (이하 레버쿠젠)
14/15 - 2.4
15/16 - 4.3 (이하 토트넘)
16/17 - 2.7
17/18 - 1.9

'디스포제션(dispossession)'이란 선수가 부정확한 패스(unsuccessful pass)나 터치 실수(unusual touch)로 공 소유권을 내준 상황을 제외한 채 온전히 공을 발밑에 둔 상황에서 경합을 시도해온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이를 빼앗긴 횟수를 뜻한다. 이 수치를 90분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과 비교할 때 공을 빼앗긴 빈도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흥미로운 점은 손흥민이 프로 무대에 데뷔한 2010-11 시즌 이후 올 시즌보다 디스포제션이 적었던 건 그가 함부르크에서 활약한 2012-13 시즌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아르트욤스 루드네브스와 투톱 체제를 이루며 4-4-2 포메이션을 골자로 한 함부르크의 공격진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이와 비슷하게 토트넘도 올 시즌 들어 3-5-2, 4-1-2-1-2 등의 투톱 전술을 자주 활용 중이다.

손흥민의 향상된 볼 소유 능력은 그의 디스포제션 기록을 프리미어 리그 내 타 팀에서 활약 중인 주요 2선 공격수와 비교해보면 더 눈에 띈다.

# 17/18 시즌 주요 측면 자원 디스포제션 횟수
(90분당 평균 디스포제션 횟수 - 선수 - 팀)

3.7 - 윌프리드 자하 - 팰리스
3.0 - 모하메드 살라 - 리버풀
2.9 - 알렉시스 산체스 - 아스널
2.7 - 히샤를리송 - 왓포드
2.3 - 라힘 스털링 - 맨시티
1.9 - 손흥민 - 토트넘

아울러 손흥민이 올 시즌 향상시킨 건 단지 공을 발밑에서 지키는 능력만이 아니다. 그는 더 저돌적인 모습으로 상대 수비수를 공략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분데스리가 시절 손흥민이 보여준 호쾌한 돌파력이 살아나고 있다. 그는 맹활약을 펼친 지난 시즌에도 유독 상대 수비수와의 1대1 상황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안정적인 볼 소유가 가능해진 손흥민은 공이 발밑으로 들어왔을 때 속도와 흐름을 살려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토트넘의 팀 전체 드리블 성공률도 지난 시즌 57.4%에서 올 시즌 59.3%로 소폭 상승했다.

# 손흥민 시즌별 드리블 돌파 성공률
(시즌 - 리그 경기당 평균 돌파 성공률 - 돌파 성공/시도)

10/11 - 50.0% - 1.5/3.0 (이하 함부르크)
11/12 - 53.8% - 1.4/2.6
12/13 - 50.0% - 1.3/2.6
13/14 - 62.7% - 2.7/4.3 (이하 레버쿠젠)
14/15 - 45.7% - 1.6/3.5
15/16 - 54.5% - 0.6/1.1 (이하 토트넘)
16/17 - 45.1% - 1.4/3.1
17/18 - 53.3% - 1.6/3.0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프로로 데뷔한 후 줄곧 돌파 성공률 50%를 넘겼다. 그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2013-14 시즌에는 돌파 성공률이 무려 62.7%에 달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 마지막으로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2014-15 시즌 돌파 성공률이 45.7%로 크게 떨어졌다. 그는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돌파 성공률 54.5%를 기록했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치다. 당시 그의 경기당 평균 돌파 성공 횟수 자체가 1회도 되지 않은 데다 돌파 시도 자체도 1회를 가까스로 넘겼기 때문이다.

이어 손흥민은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이 일정 부분 확보된 지난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돌파 성공률이 45.1%로 평균 이하에 그쳤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측면, 혹은 2선 공격수 자원으로 평가된 에당 아자르(76.9%, 첼시), 알렉시스 산체스(68.2%, 아스널), 사디오 마네(54.3%)는 모두 그보다 훨씬 높은 돌파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올 시즌 돌파 시도 횟수 자체는 근소하게 줄였으나 오히려 성공 횟수는 늘어났다. 그가 어느 때보다 볼을 발밑에서 지키는 작업이 잘 되다 보니 더 안정적으로 상대 수비수와의 1대1 상황에서 압도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흥민의 향상된 볼 소유 능력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기록은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 중시하는 '흐름'을 이어주는 '패스'에 있다. '프로 데뷔 8년차'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을 포함해 올 시즌 개인 통산 가장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 손흥민 시즌별 패스 성공률
(시즌 - 리그 경기 90분당 평균 패스 성공률)

10/11 - 77.1% (이하 함부르크)
11/12 - 78.4%
12/13 - 77.6%
13/14 - 80.3% (이하 레버쿠젠)
14/15 - 76.1%
15/16 - 79.6% (이하 토트넘)
16/17 - 81.2%
17/18 - 85.7%

손흥민이 지난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고도 최근까지 붙박이 주전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에릭센과 알리의 입지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에릭센과 알리보다 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유했으나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은 이들의 수준에 못 미쳤다. 물론 여전히 손흥민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프리미어 리그 최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인 에릭센과 비교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손흥민은 발밑에 둔 공을 동료에게 연결할 때 타이밍과 정확도가 훨씬 더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올 시즌 손흥민의 패스 난이도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의 올 시즌 평균 패스 길이는 지난 시즌과 동일하며 패스 성공률이 79.6%에 그친 2015-16 시즌보다는 오히려 늘어났다. 손흥민이 2015-16 시즌 짧은 패스를 구사하고도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며 팀 공격의 맥을 끊는 빌미를 제공한 점만 봐도 왜 당시 포체티노 감독이 그를 100% 신임하지 못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 손흥민 시즌별 평균 패스 길이
(시즌 - 리그 경기 평균 패스 길이)

12/13 - 16m (함부르크)
13/14 - 16m (이하 레버쿠젠)
14/15 - 13m
15/16 - 12m (이하 토트넘)
16/17 - 14m
17/18 - 14m

심지어 손흥민은 올 시즌 전진 패스 비율마저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그의 전진 패스 비율은 단 42.3%. 이는 손흥민이 대개 전방에서 활약하며 패스를 앞으로 찔러줄 기회가 적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매우 낮은 수치다. 실제로 지난 시즌 아자르(81.8%), 산체스(58.4%), 마네(57.2%)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전진 패스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 손흥민은 이마저도 차츰 개선하고 있다.

# 손흥민 시즌별 전진 패스 비율
(시즌 - 리그 경기 평균 전체 패스 대비 전진 패스 비율)

12/13 - 52.1% (함부르크)
13/14 - 52.6% (이하 레버쿠젠)
14/15 - 56.6%
15/16 - 46.6% (이하 토트넘)
16/17 - 42.3%
17/18 - 47.4%

물론 전진 패스 비율 47.4%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는 수치다. 그러나 그가 패스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패스 길이나 전진 패스 비율을 낮추지 않고도 예전보다 훨씬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한다는 데는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그만큼 손흥민이 공을 상대 선수에게 내주는 횟수를 줄이면서 팀 공격의 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볼 소유 능력이 향상된 원인은 무엇일까? 오는 7월이면 만으로 26세가 되는 손흥민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갑자기 없던 능력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건 무리다. 이에 대한 답은 손흥민이 '완급 조절'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는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활발한 수비 가담을 펼치곤 했다. 손흥민은 경기에 나섰을 때 의욕적으로 뛰는 모습이 돋보이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에는 이러한 의욕이 오히려 그의 공격력에 지장을 줬다. 손흥민은 완급 조절을 시작한 지난 시즌부터 비로소 잃어버린 득점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손흥민 시즌별 90분당 평균 수비 가담 횟수
(시즌 - 태클 성공 / 시도 - 가로채기 횟수)

10/11 - 1.4 / 1.9 - 1.0 (이하 함부르크)
11/12 - 1.3 / 2.7 - 1.1
12/13 - 1.0 / 1.9 - 1.1
13/14 - 1.4 / 3.2 - 1.0 (이하 레버쿠젠)
14/15 - 1.3 / 2.8 - 0.8
15/16 - 2.2 / 3.7 - 1.0 (이하 토트넘)
16/17 - 0.8 / 1.7 - 0.3
17/18 - 0.9 / 1.8 - 0.3

손흥민은 지난 시즌 전까지 90분당 평균 태클과 가로채기 횟수가 공격수치고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여전히 그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서 케인과 함께 '1선 수비'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 적응하며 노련미를 더한 손흥민은 이제 완급 조절에 더 능숙해졌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무조건 상대로부터 공을 빼앗기 위해 체력을 소진하기보다는 더 영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체력을 안배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이 덕분에 90분 내내 쓸 체력이 충만해진 그는 공격 시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지난 시즌까지 약점으로 꼽힌 '볼 소유'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이 발전을 거듭하자 측면, 최전방, 처진 공격수 등 다양한 자리 중 어느 한 자리에도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그의 애매한 포지션도 이제는 장점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손흥민처럼 (특정 자리를 소화하는) 페셜리스트가 아닌 선수가 좋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지만, 최전방 공격수처럼 뛸 수 있다. 그는 측면 공격수가 아니지만, 측면에 배치될 수도 있다. 그는 포켓(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 공간)에 서는 처진 공격수가 아니지만, 그 자리를 소화할 줄도 안다. 이는 우리 팀 전체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흥민은 올 시즌 예전부터 자신의 장점으로 꼽힌 공간 침투와 득점력을 변함없이 발휘하는 동시에 단점까지 보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올 시즌 그는 이를 넘어 완생이 되어가고 있다.

자료 제공: OPTA

댓글 1

병장 광주송교창

2018.01.06 12:50:57

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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