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웨스트 햄전 득점 후 원정 팬 가리키며 '쉿!'…"그들은 내 뒤풀이 이해할 거야"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약 두 달 전 인종차별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손흥민(25)이 다시 만난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득점한 후 선보인 손동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이 웨스트 햄을 상대로 치른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22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뒤진 84분 약 30미터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했다. 결과는 1-1 무승부.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경기에서 개인 기량을 앞세운 득점을 터뜨리며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득점 후 쏟아지는 빗속에서 관중석 한편에 자리한 웨스트 햄 원정 팬들을 가리켰다. 이어 그는 쫙 편 오른손 둘째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이는 누가 봐도 웨스트 햄 팬을 향해 '조용히 해!'라고 외치는듯한 동작이었다. 이를 두고 잉글랜드 언론은 손흥민이 지난 11월 경기장 밖에서 한 웨스트 햄 팬에게 당한 인종차별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손흥민 또한 경기 도중 선보인 골 뒤풀이와 관련해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이에 대해 굵고 짧은 답변을 남겼다. 그는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웨스트 햄전 골 뒤풀이는) 딱히 특별한 게 아니었다. 여기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웨스트 햄 원정 팬)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y knew why I did it)"고 밝혔다.

웨스트 햄 팬에게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한 건 올 시즌 초반이다. 당시 잉글랜드 현지의 한 '트위터' 유저(@GeorgeBunce)가 올린 영상에서 한 남성은 차를 타고 경기장을 떠나는 손흥민에게 "친구!(Mate!)"라고 부른 뒤, 우리말로 의역하면 '안녕히 가세요'를 뜻하는 작별 인사인 "All the best!"를 외쳤다. 이어 그는 "영화 '혹성 탈출' 복사본 DVD 좀 구해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DVD는 영국에서 흔히 아시아인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할 때 쓰이는 단어. 이는 아시아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복사된 영화 DVD를 판매한다는 악의적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이 웨스트 햄 팬은 손흥민이 "무슨 뜻이냐?(What do you mean?)"고 묻자 "DVD! 당신 DVD 팔잖아. 좋은 복사본 없어?"라고 외쳤다. 이 남성의 의도를 파악한 손흥민은 고개를 젖히고 웃으며 "아니다(No)"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창문을 올렸다. 그러자 이 남성은 손흥민에게 "그래. 나는 웨스트 햄이다, 이 재수 없는 놈아!(Yeah, I'm West Ham, you wanker!)"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당시 토트넘 구단 대변인은 "인종차별 행위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 우리는 가해자의 신원이 파악되고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웨스트 햄 구단 대변인 또한 "해당 영상에 찍힌 가해자의 행동을 주저 없이 규탄한다. 이 행동은 우리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 데다 앞으로도 차별 행위 목격자는 [email protected]로 빠른 제보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잉글랜드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작년 3월 12일 밀월을 상대한 FA컵 8강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밀월 팬들은 경기 내내 모든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편견, 북한의 핵문제,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불법 DVD를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을 비속어와 욕설이 섞인 구호로 만들어 손흥민을 모독해 물의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