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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여자농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단정 지을 수 있나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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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월) 15:05

                           


거칠어진 여자농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단정 지을 수 있나





 


[점프볼=이원희 기자] 올시즌 여자프로농구와 거친 몸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전날(10일) 부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위비와의 경기에선 이사벨 해리슨(KEB하나)과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가 심하게 충돌했다. 둘은 코트에 뒤엉켜 서로를 밀어댔다. 양 측 벤치가 모두 튀어나와 둘의 싸움을 말렸지만, 어천와는 해리슨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고, 해리슨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천와를 노려봤다. 여자프로농구 역사를 통틀어도 이정도로 심한 몸싸움은 많지 않았다.


 


농구는 몸싸움을 허용하는 스포츠다. 대표적으로 골밑에서 상대와 자리싸움을 벌이는 것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코트 곳곳에서 선수들끼리 기 싸움을 벌인다. 이를 통해 팬들도 농구를 보는 몰입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올시즌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전날 KEB하나-우리은행전을 포함해 지난 11월4일 KB스타즈-신한은행 에스버드전에서 김아름(신한은행)이 넘어져 있는 김보미(KB)를 발로 밀었고, 그 경기에서 박지수(KB)가 김연주(신한은행)에게 맞아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11월24일 청주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KB의 경기에선 어천와가 다미리스 단타스(KB)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고 코트에 쓰러져 울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심판진의 파울 콜이 완화됐다는 것. 올시즌 WKBL은 FIBA 룰 도입과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으로 몸싸움에 대한 기준을 완화시켰다. 올시즌 웬만한 몸싸움에 대해선 콜이 불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현역 선수는 “지난 시즌보다 몸싸움에 관한 콜이 잘 불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몸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선수들도 감정이 있어 화가 난다. 전날 해리슨과 어천와가 싸웠던 것도 그 상황 이전부터 몸싸움이 격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치진도 같은 반응이다. A구단 코치진 중 한 명은 “휘슬이 잦으면 경기 흐름이 끊어진다는 이유로 올시즌 파울 기준이 완화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FIBA에서도 팔을 쓸 수 있다는 기준은 없다. 해리슨과 어천와가 충돌하는 장면만 봐도, 어천와가 팔로 해리슨을 막고 있다. 몸으로 부딪히면 선수가 상대 선수를 빗겨갈 수 있지만, 상대가 팔을 써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올시즌 그런 장면들이 많다. 스크린을 하는 동작에도 팔을 사용한다”고 아쉬워했다.


 


이환우 KEB하나 감독은 11월27일 우리은행 경기에서 김정은이 자즈몬 과트미에게 과하게 밀고 들어왔는데도 콜이 불리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한 해설위원도 “심판들의 콜이 완화되면서 선수들이 예민해졌다. 한 번 부딪히고 나서 콜이 불리지 않으면, 선수들이 ‘이 정도는 괜찮구나’라고 생각한다. 어천와가 먼저 해리슨을 막아섰고, 해리슨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 전부터 몸싸움을 강하게 해 서로 예민해진 것 같다”고 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코치진 선수들 모두 예민해지는 시기다. 같은 몸싸움을 하더라도 선수들끼리 감정이 상하고,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자제력을 잃고 경기에 뛰게 된다. 선수들이 흥분하는 것을 막고,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칙에 관한 심판진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물론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프로는 이겨야 한다. 상대 선수의 득점과 리바운드를 막아내고, 반대로 상대 선수의 치열한 견제를 뚫고 득점에 성공해야 한다. 때문에 선수들은 경기 내내 치열한 몸싸움을 달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11월24일 KB-신한은행 경기에서 2쿼터 중반 심성영(KB)이 슛을 던지는 과정에서 윤미지(신한은행)가 실수로 발을 밟으면서, 오른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9일 삼성생명과 KDB생명전에선 김한별(삼성생명)이 돌파하는 한채진(KDB생명)을 향해 발을 내미는 장면도 있었다. 심성영과 한채진,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윤미지와 김한별이 고의로 발을 뻗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조심해야할 동작은 분명하다. 구단들도 선수들에게 미리 경고를 주거나 조언을 건네 선수들이 도를 넘어서는 걸 사전에 막을 필요성이 있다. 








프로선수들에게 몸은 전부나 마찬가지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투혼이란 상대를 존중하는 그 기준 안에서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앞으로 구단 심판진 선수단 모두 지켜야하고 신경 써야할 일이 많아졌다. 한편 11일 오후에는 해리슨-어천와와의 격돌에 대한 재정위원회가 열린다.


 


#사진_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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