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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리포트] 호세 페르난데스, 쿠바산 '타격 기계'가 왔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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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7 (목) 11:02

                           
-두산, 새 외국인 타자로 호세 페르난데스 영입
-기존 외국인 타자들과 다른 정확성과 선구안에 초점 맞춘 영입
-타격 능력은 명불허전, 문제는 제한된 수비 포지션
 
[외국인 리포트] 호세 페르난데스, 쿠바산 '타격 기계'가 왔다

 
[엠스플뉴스]
 
2018시즌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제 2의 버나디나를 바라고 데려온 지미 파레디스는 잠실보다 이천에서 더 많은 타석에 나섰고(2군 타율 0.247), 대신 영입한 스캇 반슬라이크는 재크 루츠가 가면을 쓰고 돌아온 듯한 성적을 냈다.
 
계속된 영입 실패에 질린 두산은 새 외국인 타자 영입 없이 국내 타자들만 데리고 포스트시즌을 치렀고, 결과적으로는 이게 정규시즌 1위를 하고도 우승에 실패한 한 원인이 됐다. 반면 막강한 국내 타선을 보유하고도 굳이 제리 샌즈를 추가 영입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넥센 히어로즈의 선택은 시즌 막판과 단기전에서 신의 한 수가 됐다.
 
다행히도 두산은 실패로부터 배울줄 아는 구단이다. 두산이 12월 26일 깜짝 발표한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 영입이 그 증거다. 두산 관계자는 “파레디스와 반슬라이크의 잇단 실패를 겪은 뒤 타격 정확도에 중점을 두고 외국인 타자를 찾았다”고 했다. 삼진이 적고 선구안이 좋은 타자란 것도 이전 두산을 거쳐간 외국인 타자들과 다른 점이다. 
 
쿠바, 미국 찍고 한국까지…호세 페르난데스의 인생극장
 
[외국인 리포트] 호세 페르난데스, 쿠바산 '타격 기계'가 왔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Jose Miguel Fernandez)는 1988년 쿠바 산타클라라 태생이다. 대부분의 쿠바 출신 선수들이 그렇듯 20대 중반까지는 쿠바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다. 
 
2007년 19살 나이에 쿠바리그 마탄사스 팀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2015년까지 8시즌 동안 활약했다. 쿠바리그 통산 타율 0.319에 0.403의 출루율이 말해주듯 정교한 타격과 선구안을 앞세웠다. 통산 608경기 2580타석 동안 페르난데스가 당한 삼진은 단 113개. 페르난데스의 삼진을 한번 구경하려면 마탄사스 팀의 6경기를 관전해야 했단 얘기다. 
 
대표팀에서도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대단했다. 특히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524에 OPS 1.212로 팀내 최고의 타격감을 발휘했고 21타석 동안 단 한 개의 삼진도 당하지 않았다. 
 
쿠바 출신 야구선수의 클리셰를 따라, 페르난데스도 2015년 쿠바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와 공백기간 탓에 바로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진 못했고, 2017년 1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LA 다저스와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대박 계약은 없었다. 계약금 20만 달러에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 
 
미국 무대 첫해 페르난데스는 주로 더블 A에 머물렀고 9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6에 장타율 0.498로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준수한 타격 실력을 선보였다. 트리플 A에서도 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을 기록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같은 LA 연고이면서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소속 LA 에인절스로 팀을 옮겼다.
 
에인절스 트리플 A에서 5월까지 맹타를 휘두른 페르난데스는 6월 마침내 빅리그의 부름을 받고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룬다. 빅리그 36경기 성적은 타율 0.267에 2홈런 11타점. 트리플 A에서 기록한 타율 0.333에 0.931의 OPS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서른살의 적지 않은 나이, 빅리그 1루수와 지명타자로 살아남기엔 부족한 파워 등을 생각하면 2019시즌 이후 페르난데스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좋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페르난데스가 단 2년 만에 빅리그 도전을 마치고, KBO리그 도전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정확성+선구안에 기대, 문제는 수비 포지션
 
[외국인 리포트] 호세 페르난데스, 쿠바산 '타격 기계'가 왔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우리가 흔히 ‘외국인 타자’하면 떠올리는 클리셰(거구의 홈런타자)와는 다른 유형의 타자다. 키 178cm에 몸무게 83kg로 거구보다는 ‘다부진’ 쪽에 가까운 체격조건, 홈런보다는 정확성과 출루에 중점을 둔 타격을 한다. 
 
컨택트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홈플레이트 전역을 커버하는 넓은 타격 포인트를 자랑한다. 몸쪽 빠른 볼은 물론 브레이킹 볼에도 잘 대응한다. 강한 타구를 외야 라인드라이브로 날려보내는 유형의 타자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2018년 페르난데스의 ‘하드 히트’ 비율은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높은 36.6%였다. 
 
선구안도 빼어나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섣불리 배트를 내지 않는다. 뛰어난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의 협응력)을 바탕으로 볼과 유인구를 잘 골라내고,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정확성+선구안+적은 삼진’은 페르난데스가 쿠바리그, 마이너리그, 빅리그, WBC 등 다양한 수준의 무대를 거치는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한 장점이다. 딱히 리그 적응 기간도 필요치 않았다. KBO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인센티브(35만 달러)가 연봉(30만 달러)보다 많은 특이한 계약조건도 페르난데스에겐 큰 문제가 아니다. 페르난데스는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겨우 20만 달러의 계약금만 손에 쥐었다. 계약금과 연봉 합쳐 35만 달러는 그간 페르난데스가 받은 돈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35만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면, 페르난데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수비다. 페르난데스는 쿠바 시절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지만, 수비력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2루보다는 주로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평균 이하 수비수’라는 게 정직한 평가다. 두산 관계자도 “수비 실력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명타자와 1루수를 오가며 출전할 듯싶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두산은 1루에 오재일이라는 비교적 확실한 주전 좌타자가 있다. 다른 내야 자리도 오재원(2루), 허경민(3루) 등 주전 멤버가 뚜렷해 내야수 최주환이 92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두산이 애초 1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찾았던 것도 이런 팀 구성 때문이다.
 
페르난데스가 지명타자로 출전하면 최주환과 자리가 겹친다. 1루수 역시 오재일과 역할이 겹친다. 외야는 아직 페르난데스가 경험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기존 두산 타자들의 출전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페르난데스의 뛰어난 타격 능력을 100% 활용하는 게 두산 코칭스태프 앞에 과제로 주어졌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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