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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나눈 김주성 “팬들에게 더 환히 웃어주지 못해 미안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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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화) 18:46

                           

마지막 인사 나눈 김주성 “팬들에게 더 환히 웃어주지 못해 미안해”



[점프볼=원주/김용호 기자] 코트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김주성의 시선은 팬들을 향해 있었다.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원주 DB와 전주 KCC의 3라운드 경기. 연장 혈투 끝에 DB가 84-81로 승리하며 이날 원주종합체육관은 더욱 기쁘게 레전드 김주성의 은퇴식을 맞이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156명의 팬들의 함성 속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축하를 받으며 김주성은 은퇴식을 성대하게 마쳤다. 팬들은 물론 김주성도 뭉클함에 젖어있었지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써 웃어보이던 김주성이었다.

은퇴식을 마친 김주성은 “사실 경기를 보는데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 접전이 펼쳐지길래 다시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다(웃음). 선수들끼리 며칠 동안 열심히 하자고 미팅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은퇴식까지 이렇게 마쳐서 감사하고 고맙다. 날 챙겨주는 구단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은퇴를 실감했다.

팀의 큰 기둥이 빠진 상황에서도 선전하는 후배들을 바라본 그는 “내가 있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웃음). 농담이고, (윤)호영이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김)태홍이도 궂은일을 잘 해준다. 선수들이 지난 시즌 초반에 가졌던 마음가짐을 다시 잘 새긴 것 같다. 미국에서도 다는 아니지만 DB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뛰었겠구나 짐작이 갔다. 선수들에게는 접전이나 연장이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이 경험이 축적돼서 후반기에는 더 잘할 거라 믿는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으로 넘어가 지도자로서의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공부도 하고, 농구도 보러 다녔다. 정착할 시간이 필요해서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며 입을 연 그는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1년 단위로 생각 중인데 더 있다 올 수도 있다. 내가 적응하는 걸 봐서 결정하겠다(웃음). 나보다 애기들이 더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고 현재의 계획을 전했다.

지도자의 꿈을 꾸고 있는 김주성. 그는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인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완벽해지겠다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더 많이, 다양하게 농구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코치 생활도 길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상범 감독은 지도자를 꿈꾸는 김주성에게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의 이름을 버려야 한다”는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이를 전해들은 김주성은 “듣기 지겨우시겠지만, 선수 때부터 기록이나 내 이름의 명예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얘기했던 건데 벤치 멤버든, 어린 선수들이든 자신이 아는 게 있으면 충분히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했다. 실제로 후배들이 나에게 호통도 내고 좋은 얘기도 해줬었다. 때문에 그런 감독님의 조언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 인사 나눈 김주성 “팬들에게 더 환히 웃어주지 못해 미안해”

은퇴식과 함께 자신을 상징했던 ‘32’번의 영구결번식까지 함께한 김주성. 그는 “영구결번식 때는 조금 뭉클했다. 진짜 끝이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체육관에 영원히 남을 번호가 새겨지니 영광스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제 자신에게 뿌듯했고, 많이 좋았다. 영구결번이 더 돋보이게 꼭 허재 감독님(9번)과 붙여서 걸어 달라 했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마지막 인사 나눈 김주성 “팬들에게 더 환히 웃어주지 못해 미안해”

인터뷰가 말미에 접어들자 김주성은 팬들을 향한 진심도 잊지 않았다. 3점슛을 던지는 라스트 세레모니를 돌아본 그는 “슛이 안 들어가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자켓을 벗었다. 사실 팬들에게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퍼포먼스를 많이 못보여줬던 게 계속 아쉬웠다. 1,000블록을 달성할 때는 원정이라 많이 웃지 못했고, 그래서 10,000득점 때는 많이 웃었다. 그래도 왜 더 밝게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계속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려다보니 표정을 어둡게 했었는데, 그게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행히 지금 후배들이 팬들에게 잘 다가가주고 있는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속마음을 털어놓은 김주성. 그는 인터뷰실을 떠나며 “이제 여기 못 들어오는 건가요”라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언젠가 명경기를 펼치고 승장이 되어 다시 원주종합체육관의 인터뷰실에 들어올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 사진_ 이선영 기자



  2018-12-25   김용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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