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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큰손’ 롯데의 조용한 겨울,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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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화) 09:23

                           
-지난 3년간 스토브리그 ‘큰손’으로 활약한 롯데의 조용한 겨울
-2018시즌 추락은 주력선수 부상과 부진, 외국인 선수 활약 부재가 원인
-2019시즌 앞두고 톰슨, 아수아헤 등 수준급 외국인 선수 보강 성공
-약점인 포수와 3루에 안중열-전병우 발굴, 나종덕-한동희 성장도 기대
 
[배지헌의 브러시백] ‘큰손’ 롯데의 조용한 겨울,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엠스플뉴스]
 
과거 한국 증권시장엔 백할머니, 광화문 곰, 목포 세발낙지 등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 존재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선 지난 몇년간 ‘부산 거인’ 롯데 자이언츠가 큰손 역할을 했다. 손승락+윤길현에 98억 원, 이대호에 150억 원, 민병헌에 80억 원을 쏟아 부으며 남들은 흉내도 못낼 물량공세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곤 했다.
 
그랬던 큰손 자이언츠가 올 겨울엔 조용하다. 꼴찌 NC가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하고 KT가 2건의 트레이드를, 삼성이 삼각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등 다른 하위권 팀들이 바쁜 겨울을 보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양의지 영입 1순위 후보로 예상됐지만 끝까지 참전하지 않았다. 외부 3루수 영입 가능성도 크지 않다. 내부 FA 노경은만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외엔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개편, 새 외국인 선수 2명 영입으로 전력 보강을 마무리짓는 분위기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은 아니다. 그보단 FA 시장 거품을 걷어내는데 서로 협조하기로 한 ‘어른들의 사정’과 구단의 전략적인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 다만 NC 양의지 영입이 보여주듯 ‘어른의 사정’이란게 언제든 없던 얘기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외부 영입 없어도 충분하다는 계산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부진 선수 반등, 외국인 선수 활약…2019시즌 롯데의 최고 시나리오
 
[배지헌의 브러시백] ‘큰손’ 롯데의 조용한 겨울,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2018시즌 롯데가 추락한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타선 때문이 아니었다는 건 확실하다. 8, 9번 타순을 미국 내셔널리그처럼 운영하면서도 팀 OPS 3위(0.827), 팀 홈런 3위(203개), 조정 득점생산력(wRC+) 리그 3위(103.9)를 기록한 롯데 방망이다. 
 
롯데의 7위 추락은 투수력 붕괴(팀 ERA 5.41로 8위)와 수비 붕괴(팀 실책 117개 최다), 그리고 믿었던 선수들의 집단 부진과 부상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한번 2018년 롯데에 벌어졌던 일을 돌아보자. 토종 에이스 박세웅은 시즌 내내 아팠고, 토종 선발 김원중은 마치 왕년의 송승준처럼 건강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는 예전만 못했고, 앤디 번즈는 공갈포가 됐다. 그리고 ‘롯적화’된 몸으로 나타난 펠릭스 듀브론트는 시즌 내내 희망고문만 하다 떠났다.
 
안방마님 강민호는 영남 라이벌팀 삼성으로 떠났다. 그리고 삼성은 2018시즌 롯데전 12승 4패를 기록했다. 포수와 3루 약점은 시즌 끝날 때까지 채우지 못했다. 포수 자리에선 유망주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나나랜드’라는 신조어만 남겼다. 3루 자리 역시 확실한 새 주인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시즌 전 기사로 나오는 ‘최고, 최악의 시나리오’ 중에 최악의 시나리오만 그대로 실현된 듯하다. 
 
이제는 행복회로를 가동할 시간이다. 만약 2019시즌 전년도 시나리오가 반대로 실현된다면 어떨까. 2018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던 선수들이 제 자릴 찾고, 새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하고, 포수와 3루 자리에서 좀 더 나은 생산력을 발휘한다면, 롯데가 다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번 행복회로를 가동하기 시작하니, 몇 가지 긍정적인 면이 보인다. 박세웅 등 부상·부진 선수들의 반등 가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박세웅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 쪽에서는 확실한 플러스 효과가 예상된다.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은 모든 면에서 전임 듀브론트보다 나은 선택이다. 24살 젊은 나이에 3시즌 빅리그 경력을 갖췄고, 빅리그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140km/h 후반대 빠른 볼에 커터, 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 구사가 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새 외국인 2루수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전임 번즈보다 여러 면에서 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유망주’로 분류됐던 아수아헤는 마이너리그 시절 준수한 컨택트 능력과 빠른 발, 수준급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호평을 받았다. 외국인 효자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수아헤다.
 
행복회로 풀가동, 젊은 포수-3루수 대활약 기대
 
[배지헌의 브러시백] ‘큰손’ 롯데의 조용한 겨울,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남은 문제는 포수와 3루수 자리다. 2018시즌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합계 리그 꼴찌(포수 -1.92승, 3루수 0.01승)에 그친 두 포지션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팀 성적도 반등을 이룰 수 있다.
 
다행히 포수와 3루수 모두 희망적인 요인이 있다. 2018시즌 롯데 안방은 내셔널리그 투수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한 전반기(OPS 0.396)와 안중열이 합류한 후반기(OPS 0.689)로 뚜렷하게 나뉜다. 후반기 등장한 안중열은 준수한 포수 수비와 롯데 기준으로는 감사한 공격력(OPS 0.710)으로 주전 포수 자릴 꿰찼다.
 
나종덕, 나원탁 등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도 아직 거둬들이기엔 이르다. 특히 나종덕은 역대 KBO리그에 4명밖에 없는 ‘20세 이전 1군 100경기 이상 출전 포수’다. 나종덕 외에 입단 2년차까지 이만한 경험을 쌓은 포수는 이도형, 강민호, 장성우 밖에 없었다. 
 
강민호, 박경완 등 전설적인 포수들도 1군 주전으로 제 몫을 하기까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나종덕, 나원탁 등 롯데 포수 유망주들에 대한 비난과 평가절하는 섣부른 감이 있다. 아직은 1군 무대가 힘에 부치는 듯해도,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이다. 
 
3루 자리엔 2018시즌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전병우와 특급 유망주 한동희가 경쟁한다. 전병우는 후반기 27경기에서 타율 0.364에 장타율 0.606을 기록하며 롯데 공격에 힘찬 피를 공급했다. 변화구 대응에 다소 약점은 있지만, 좋은 게임 파워와 안정적 수비력을 갖춰 3루수로 활약이 기대된다.
 
한동희도 1군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선 타율 0.438에 15홈런 장타율 0.884를 기록하며 ‘여포’ 노릇을 했다. 아무리 2군 리그라도 19살 신인이 곧바로 3할 이상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기는 쉽지 않다. 역대 19세 시즌까지 한동희보다 많은 1군 경기에 출전한 3루수는 정성훈과 김태균 둘 밖에 없었다. 
 
결국 나종덕, 한동희의 성장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몇몇 예외적 사례는 있지만, 청소년 대표 출신의 특급 유망주들은 대부분 때가 되면 1군에 자릴 잡고 제몫을 해준다. 강백호처럼 그 시기가 빨리 찾아오느냐, 좀 더 나중에 찾아오느냐의 차이다. 
 
롯데의 쌍두마차로 활약한 강민호와 이대호도 입단하자마자 바로 1군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하진 못했다. 강민호는 3년차인 2006년부터 주전 포수로 자릴 굳혔고, 이대호는 4년차인 2004년부터 간판 타자로 올라섰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도 1군 무대에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인 건, 강민호-이대호의 신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롯데 사정이 훨씬 낫다는 점이다. 둘의 신인 시절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는 답이 없는 팀이었다. 4년 연속 리그 꼴찌,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덕분에 신인급 선수들이 소년가장 노릇을 해야만 했다. 
 
반면 지금의 롯데는 불과 1년전만 해도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팀이다. 리그 최상위권의 공격력과 탄탄한 불펜을 갖췄고, 좋은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다. 여기에 2018시즌 실패를 딛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2019시즌 롯데가 다시 치고 올라가더라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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