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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10개 구단 울상, “KBO 졸속 ‘공인구 정책’으로 혼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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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수) 13:05

수정 1

수정일 2018.12.19 (수) 13:15

                           
-KBO, 2019시즌부터 반발력 낮춘 새 공인구 도입


-KBO, 12월 14일에서야 새 공인구 규격 확정, 구단들 "무슨 재주로 내년 스프링캠프 때까지 수요 맞추겠나"


-스프링캠프 때까지 충분한 공급 어려워, 예년 절반 수량만 공급


-투수와 야수는 새 공인구로, 타자는 기존 공인구로 훈련 “공 낭비 불가피”


-현장에선 타자들 타격감에도 악영향 줄까 우려


 


[엠스플 이슈] 10개 구단 울상, “KBO 졸속 ‘공인구 정책’으로 혼란”


 


[엠스플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2019시즌부터 새로운 규격의 공인구를 사용한다. 문제는 공인구 규격 변경을 앞두고 10개 구단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구입한 공인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반면, 스프링캠프 때 사용해야 하는 새 공인구는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KBO는 12월 감독자 회의와 규칙위원회 등을 거쳐 14일 새로운 공인구 규격을 확정하고, 이를 제조사(스카이라인)에 통보했다.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비슷한 규격의 공인구로 타고·투저를 완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KBO의 생각이다.


 


새 공인구는 기존 공인구보다 솔기가 넓어지고, 공 둘레도 커진다. 솔기 높이는 미세하게 낮아진다. 여기다 반발계수까지 낮춰 전체적으로 미국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인구와 비슷한 규격을 갖출 예정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의 완화가 주된 목적이다. 2014시즌 이후 KBO리그는 3할 타자가 쏟아져 나왔다. 팀 타율 3할대 팀이 탄생하는가 하면, 200홈런 팀이 한 시즌 둘이나 나오는 등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경험했다. 현장에서 공인구 반발력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결국 KBO가 반발력과 규격을 조정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새 공인구,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절반만 공급된다”


 


[엠스플 이슈] 10개 구단 울상, “KBO 졸속 ‘공인구 정책’으로 혼란”


 


KBO는 공인구 규격 변경을 위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앞서 5월부터 공인구 변경 계획을 세웠고, 정규시즌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를 거치면서 타고·투저와 국제경쟁력 관련 분석도 마쳤다. 이를 토대로 10개 구단과 제조사에 공인구 규격 변경 방안을 미리 알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KBO의 공인구 변경 방침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당장 내년 시즌 사용할 새 공인구 규격이 12월 중순이 돼서야 뒤늦게 확정되면서, 2월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야구공 제조엔 많은 시간과 전문화된 노동력이 필요하다. 쇠가죽을 덮어 실로 꿰매는 작업은 사람이 100%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숙련된 노동자도 공 하나를 꿰매는 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공인구 업체 '스카이라인'은 이 작업을 스리랑카에 공장을 세워 현지 노동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KBO는 12월 14일이 돼서야 새 공인구 규격을 확정해 스카이라인에 전달했다. 내년 2월 1일 스프링캠프 전까지 새 공인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공인구 제조 공정 특성상 하루아침에 대량생산하는 건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스카이라인 관계자는 “시즌 때까지 새 공인구를 제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스프링캠프 때까진 100%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 같다. 구단별로 캠프 때 공급하는 공인구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 구단의 운영팀 관계자는 이번 스프링캠프 땐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받았던 수량의 절반(10박스)만 공급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캠프를 온전히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기존 공인구 재고를 활용해 스프링캠프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지방구단 운영팀장은 “새 공인구는 투수와 수비 훈련 때 사용하고, 기존 공인구를 타격 훈련 때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투수와 야수들은 공을 직접 손에 쥐고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훈련할 때 반드시 새 공인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운영팀장은 “공인구의 낭비가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유가 있다. 구단들은 훈련 때 공인구 하나를 갖고 여러 훈련에 골고루 활용한다. 먼저 투수들의 피칭 훈련 때 사용하고, 이 공을 모아 수비수들이 펑고를 받을 때 쓴다. 이 공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타자들의 배팅 훈련이다. 


 


그런데 공인구가 바뀌고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존 공인구를 투수와 수비 훈련 때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타격 훈련에서만 사용하게 됐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공인구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부 구단은 공인구 재고 처리 문제로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수량을 잘 조절해서 구매했기 때문에 재고 소진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도 “악성재고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구단도 있다. 사인볼로 소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일정부분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사정은 공인구 제조업체도 다르지 않다. 스카이라인 관계자는 “6천 타(12개 들이) 정도의 기존 공인구 재고가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재고 소진엔 큰 문제가 없다. KBO와 잘 협의해서 재고를 효과적으로 소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 밝혔다.


 


캠프 땐 기존 공인구로 타격, 시즌 땐 새 공인구로 타격? “혼란 불가피”


 


[엠스플 이슈] 10개 구단 울상, “KBO 졸속 ‘공인구 정책’으로 혼란”


 


공인구 규격 변경은 구단들에 금전적 손실은 물론,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지방구단 운영팀장은 “캠프 때 기존 공을 갖고 타격훈련을 해야 하는데, 타자들의 타격감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캠프 기간엔 새 공인구가 아닌 기존 공인구로 타격훈련을 진행한다. 훈련은 반발력 좋은 공을 사용해서 하다가, 막상 시즌 때 반발력 낮은 새 공으로 타격하는 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구단 운영팀 관계자도 “캠프 때와 시즌 때 다른 공인구를 사용하는 게 타자들에게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인 관계자는 “생산에 박차를 가해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 새 공인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도 있다. 2차 캠프에서 실전을 치를 때는 공인구가 부족하지 않게 공급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구단들 사이에선 “갑작스런 공인구 대량생산이 공의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통 1경기에 쓰이는 야구공은 120여개. 한 시즌을 치르는 데는 7, 8만 개의 야구공이 필요하다. 


 


한달 반 남은 스프링캠프 공급 물량도 맞추기 어려운데, 3월말 시즌 개막 때까지 충분한 양의 공을 좋은 품질로 만들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공인구 제조과정을 생각할 때, 생산 속도와 퀄리티를 함께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공의 품질 때문에 리그 전체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전에 국내 공인구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공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거나, 저품질 양모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나오는 걱정이다. 


 


여기에 대해 스카이라인 관계자는 “시범경기 전까지는 필요한 만큼의 공인구를 생산하는 데 전혀 차질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시즌 중에 KBO와 공인구 규격 변경을 갖고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새 공인구 생산을 준비했다. 공인구 제조 업체가 늘상 겪는 일이다. 공의 물량은 물론 품질에도 전혀 문제 없다.”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야구공은 야구에서 화폐와 같다. 안정적 화폐 정책이 시장의 발전을 이끌듯이, 안정적인 야구공이 리그 발전과 공정한 경기로 이어진다. KBO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마치 하루아침에 화폐 단위가 바뀐 시장처럼 반응하고 있다. 


 


당장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될 공인구 혼란이 자칫 시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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