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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의 눈] ‘KBO 사내 성추행’ 정운찬 총재의 유체이탈, “클린베이스볼 위해 노력하겠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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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수) 06:05

                           
-3개월간 사내 성추행 2건 터진 KBO, 비판 여론에 “피해자 보호” 강변
-8월 성추행 사건 뒤 재발 방지 노력 전무, 10월에 또 성추행 재발
-쉬쉬한 KBO 대응이 제2의 피해자 낳았다
-반성없는 정운찬 총재의 유체이탈 발언 “클린베이스볼 위해 노력하겠다”
-KBO, "피해자 보호 위해 직원들에게 사내 성추행 안 알렸다" 주장. "8월 사내 성추행 사건 안 알려 10월에 같은 사건 터진 게 아니냐"고 묻자 "직원들이 왜 몰랐겠나. 분위기만 보면 다 알았을 것"이라고 답변. 모순이 일상인 KBO
 
[엠스플의 눈] ‘KBO 사내 성추행’ 정운찬 총재의 유체이탈, “클린베이스볼 위해 노력하겠다”

 
[엠스플뉴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2월 17일 엠스플뉴스가 KBO에서 터진 2건의 ‘사내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뒤, KBO는 시종일관 ‘피해자 보호’를 주장했다. KBO 정운찬 총재는 ‘원리 원칙’을 강조하며 “성폭력 예방교육을 철저하게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릴 높였다.
 
하지만 두 차례 사내 성추행 사건을 다룬 KBO의 대응을 보면, 과연 KBO가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KBO는 ‘피해자 보호’를 외쳤지만, ‘제2의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지 못했고, 성폭력 방지 의무교육도 ‘예방’적 차원보단 형식적이고,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는 데 그쳤다. 
 
정 총재가 강변한 ‘피해자 보호’와 ‘최선의 노력’이 공허하고 내용 없는 구호로 들리는 이유다.
 
초유의 연거푸 성추행 사건에도 KBO, ‘조용히 처리’ 주특기 발휘
 
[엠스플의 눈] ‘KBO 사내 성추행’ 정운찬 총재의 유체이탈, “클린베이스볼 위해 노력하겠다”

 
KBO ‘사내 성추행 사건’이 처음 발생한 건 올해 8월이다. 한 번이면 ‘개인의 일탈’이라 변명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에 같은 조직 내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KBO에선 10월에도 또 한 차례 ‘사내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두 달 사이 KBO 내에서 터진 직원간 성추행 사건만 무려 두 차례. 잇단 성추행 사건을 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KBO 조직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보도를 접한 한 야구 관계자는 “비슷한 불상사가 되풀이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KBO가 처음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KBO는 8월 성추행 사건이 터진뒤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는데 급급했다. ‘최규순 사건’ 당시 최 심판의 퇴사 이유를 ‘건강 문제’라고 둘러대고, ‘KBO 입찰비리 사건’ 때 문제 직원을 ‘개인 사정으로 퇴사했다’고 감싸던 주특기를 그대로 발휘했다. KBO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제 직원을 조용히 내보내는데 주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상적인 회사에선 성폭력 문제로 직원이 해고되면, 사내 게시판에 정확한 사유를 공지한다. 조직이 성폭력 가해자를 감쌀 이유가 없고, 이를 통해 다른 직원들이 성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O는 사유를 밝히지 않은채 문제 직원을 내보내기만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별도 교육도 없었고, 성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사내 공지도 없었다. 그 결과가 10월 또 다른 사내 성추행 사건으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나 KBO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직원들에게 사내 성추행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이 8월 성추행 사건을 인지하지 못해 10월 성추행 사건이 또 벌어진 게 아니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왜 몰랐겠느냐. 분위기만 보면 다 알지 않았겠느냐"는 기가 막힌 모순된 발언을 늘어놓았다.
 
“최선 다했다” “열심히 했다” KBO 총재는 딴세상 사람인가
 
[엠스플의 눈] ‘KBO 사내 성추행’ 정운찬 총재의 유체이탈, “클린베이스볼 위해 노력하겠다”

 
KBO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성폭력 예방교육을 철저히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에도 예방교육을 했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노무법인 노무사가 와서 성폭력 예방 특강까지 했다. 어느 회사나 의무 사항이고, 우리는 더 신중하게 한다.” KBO의 주장은 그랬다.
 
정금조 KBO 사무차장보 역시 “이달 초에도 강사가 KBO에 와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갔다. 모든 직원이 교육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성폭력 예방교육을 담당하는 문정균 KBO 관리팀장도 “해마다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다. 작년과 올해는 12월에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모든 회사는 법률(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다. KBO 관계자들의 답변은 한마디로 ‘법률에 정해진 대로 연 1회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으니 우리 할 일을 다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다. 
 
하지만 KBO에서 처음 사내 성추행 사건이 터진 시기는 8월이다. 두번째 성추행 사건은 10월에 터졌다. KBO의 성추행 예방교육은 첫 사건으로부터 한참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진행됐다. 한 해 두 번이나 사내 성추행 사건이 터진 조직에서, 일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받는 교육을 ‘의례적으로’ 한 걸 갖고 ‘할 일 다했다’며 핏대를 세우는 모양새다.
 
잇단 KBO 사내 성추행 사건과 직원 해고가 정운찬 총재 취임 이후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O 조직 기강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평가도 나온다. 총재가 KBO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야구 원로 사이에선 “총재가 이 정도로 무능할 줄 몰랐다” “구본능 총재 시절이 차라리 나았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미 6월부터 ‘박동원·조상우 사건’, 상무야구단 선수 성폭행 사건, 경기운영위원의 성희롱 사건으로 야구계가 큰 질타를 받았고,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나. 어느 때보다 조심해야 할 때에, 두 차례나 사내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는 건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조직에선 성추행 사건이 연거푸 터지면 수뇌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3개월새 두 차례나 성추행 사건이 터졌는데도 사과나 반성이 아닌 면피로 일관하는 KBO 수뇌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운찬 총재는 사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종일관 당당한 어조로 “조치는 다 취했다” “적절한 절차에 의해 처리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이나 피해자에 대한 유감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총재만 딴 세상을 사는 듯했다. 
 
특히 정 총재는 “열심히 하는 부분은 보도되지 않고, 불미스러운 사건만 보도되는 듯해 안타깝다”며 언론을 탓한 뒤, 남은 임기 동안 “클린 베이스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 첫해부터 두 건의 사내 성추행 사건이 터진 정 총재가 이끌어갈 KBO가 남은 임기 2년 동안 어떤 ‘클린 베이스볼’을 보여줄지,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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