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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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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화) 21:05

수정 1

수정일 2018.12.19 (수) 06:37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엠스플뉴스]


 


"I'm Bo Jackson. I use 5 hour energy."


 


2013년경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시청한 팬들이라면 이닝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 봐야 했던 모 에너지 드링크 광고다. 


 


해당 광고에 나오는 보 잭슨은 통산 8시즌 동안 694경기에 출전해 598안타 141홈런 415타점 타율 .250 OPS .784이란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물론 1989시즌에는 135경기 32홈런 105타점 타율 .256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은퇴한지 거의 20년이 지났는데도 유명 에너지 드링크의 광고 모델을 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야구 선수가 아닌 '스포츠 선수'로 평가 영역을 확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잭슨은 어번 대학 4학년 시절 전미 최고의 대학 미식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러닝백이었다. 한편, NFL 드래프트 신체능력 측정에서 40야드 대시 4.12초라는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잭슨은 이런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1986년 MLB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지명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지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탬파베이가 야구 선수로 뛰는 것을 막으려고 하자, 한 종목의 선수로만 남길 원하지 않았던 잭슨은 탬파베이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이듬해 투잡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그를 지명한 LA 레이더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2년 뒤인 1989년 잭슨은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MLB에서 엘리트급 타자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30홈런-100타점 클럽에 가입하며 올스타에 선정된 데 이어, NFL에선 특급 러닝백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1000야드에 근접한 기록(950야드)을 남긴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0년 NFL 올스타에 뽑히면서 잭슨은 미국 4대 스포츠 두 종목에서 모두 올스타로 선정된 역사상 유일한 선수가 됐다.


 


그렇게 두 종목에서 올스타급 선수로 자리 잡아가던 그가 1990년 NFL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선수의 악의적인 태클로 대퇴골 탈골이란 부상을 입으며 미식축구선수 커리어가 끝난 데 이어, 그 후유증으로 인해 얼마 못 가 야구선수로서도 은퇴한 것은 지금까지도 미국 올드 스포츠팬들에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2018년 이런 보 잭슨을 연상시키는 만능 스포츠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오클라호마 대학 미식축구팀 쿼터백이자, 야구팀 중견수였던 카일러 머레이(21)다.


 


머레이가 야구와 미식축구를 병행할 확률이 높은 이유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머레이는 오클라호마 대학 야구 선수로서 2018년 타율 .296 10홈런 47타점 10도루란 준수한 성적을 거둔 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아 466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바로 올해 후반기에 오클라호마 대학 미식축구 선수로서 잔여 시즌을 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올해는 고교시절 전국 최우수 선수로 꼽혔으나 정작 대학에 진학한 후로는 전학(텍사스 A&M 대학→오클라호마 대학)으로 인해 2학년 시즌을 날렸을 뿐만 아니라, 3학년 때는 베이커 메이필드(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이자, 2018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게 밀리는 바람에 제대로 뛰지 못한 머레이에겐 마지막으로 대학리그 주전 쿼터백으로서 뛸 기회였다.


 


머레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제대로 살려냈다. 올해 대학리그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하면서 3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포함해 패싱으로 3674야드를 기록했고, 러싱으로도 11개의 터치다운을 포함해 853야드를 전진하면서 오클라호마 대학을 11승 1패로 이끈 것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머레이는 지난 9일 2018년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했다.


 


이를 통해 175cm 88kg이라는 미식축구 쿼터백으로선 작은 체격과 부족한 대학리그 커리어로 인해 미식축구 유망주로선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머레이는, 평가가 급등하며 NFL 구단들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면서 현지에선 머레이가 오클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NFL 선수로 전향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돌고 있다.


 


(* 보 잭슨 외에도 MLB와 NFL를 병행한 선수로는 디온 샌더스가 있다. 샌더스는 빠른 발을 살려 MLB에선 중견수로, NFL에선 코너백으로 활약했으며, 역사상 슈퍼볼과 월드시리즈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잭슨의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미국 내에서 NFL이 차지하는 위상과 인기를 고려했을 때, 머레이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머레이가 MLB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됐음에도 대학 미식축구 잔여 시즌을 뛰길 희망했다는 점은 이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하지만 <팬그래프> 셰릴 링에 따르면, "머레이가 오클랜드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NFL 드래프트에 참가해 전문 미식축구 선수로 전향하는 것은 계약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머레이가 NFL 선수로 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오클랜드와의 합의 하에 메이저리그 비시즌 중에는 NFL 선수로 뛸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계약 규정 5조 b항에는 구단이 소속팀 선수가 미식축구를 포함한 부상 위험성이 높은 스포츠를 하지 못하도록 막을 권리가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는 머레이가 미식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합법적으로 막을 권한이 있으며, 보 잭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속 구단 입장에서는 부상 위험성이 높은 다른 스포츠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이득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오클랜드란 구단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머레이가 NFL과 MLB를 병행하도록 허락하는 것이 반드시 손해라곤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마케팅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머레이는 제2의 보 잭슨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시범경기에 출전한 팀 티보(영상=엠스플뉴스)


 


 


지난 2016년 뉴욕 메츠는 NFL 출신인 팀 티보와 1년 1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판매를 시작한 지 고작 일주일 만에 티보의 유니폼은 오티즈와 브라이언트에 이어 온라인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사실 티보는 NFL 시절 '티보잉(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이마에 댄 채 기도하는 자세)'으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실력은 전형적인 반짝스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티보의 MLB 도전은 지금까지도 팬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물론 여기에는 티보가 백인 미남이자 신실한 개신교 신자인 것도 한몫했다). 만약 머레이가 NFL과 MLB를 병행해서 뛰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어떨까? 비인기 구단인 오클랜드가 머레이를 통해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한편, 미식축구 선수로 뛰고 싶은 선수를 억지로 눌러 앉힘으로써 동기 부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 지명권과 함께 466만 달러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오클랜드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머레이가 야구와 미식축구를 병행하길 원할 경우 그것을 허용하는 게 오클랜드 입장에서도 손해라고만 보기 어렵다.


 


지난 9일 머레이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 인터뷰에서 "가능하다면 프로에서도 미식축구와 야구를 병행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머레이가 NFL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많다.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머레이는 오클랜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여기에도 미식축구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말은 없다.


 


(* 한편, 머레이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 이후 SNS 프로필에 ‘그린 라이트(green light)’라 적고 옆에 '초록불'이라고 한국어로 써놨다. 머레이가 한국어를 쓴 것은 그의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점과 관련이 깊다).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이현우의 MLB+] MLB와 NFL을 동시에? 제2의 보 잭슨 탄생할까


 


또한, 스포츠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NFL 구단들 역시 머레이에게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머레이의 두 종목 병행을 가로막는 요소는 하나다. 바로 오클랜드의 승낙 여부다. 만약 오클랜드가 머레이의 NFL 병행을 허락한다면 우리는 보 잭슨에 이어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모습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물론 2007년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한 티보가 먼저 콜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오클랜드는 머레이의 두 종목 병행을 허용할까? 그 경우 머레이는 MLB와 NFL에서 주전 선수급 이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대 스포츠에서 투타겸업 이상으로 힘든 두 종목 병행을 하기에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을까? 이처럼 아직 머레이가 제2의 보 잭슨이라고 불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확실한 점도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음에도 MLB.com 기준 팀 내 유망주 랭킹 4위를 차지할 만큼 야구에 재능이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NFL 드래프트 1라운드 후보급으로 평가받는 유망주는 이전에도 매우 드물었고, 두 리그가 발전해감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드물어질 것이란 점이다. 


 


머레이의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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