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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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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화) 07:27

                           

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기자’라는 직업 특성 상 기본이 되는 덕목 중 하나가 객관성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여러 팀이 경쟁하는 스포츠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잠시 그 객관성을 내려놓고, 팬심으로 다가가는 코너를 준비했다. 이른바 ‘팬-心터뷰’다. 팬-心터뷰 첫 주인공은 올 시즌 ‘주간배구’ 메인MC를 맡은 이재형 SBS스포츠 아나운서(39)다. 그는 13년 차 스포츠 전문 캐스터다. 성악과 출신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시원한 샤우팅은 이 캐스터의 매력 포인트. 영국프리미어리그(EPL) 전문 중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배구 역시 SBS스포츠가 배구 중계를 한 이후로 꾸준히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SBS 프리즘타워에서 이재형 캐스터와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캐스터 계 유일무이 캐릭터, 이재형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SBS스포츠 배구, 축구 전문 캐스터 이재형입니다. 배구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올해로 몇 년차가 되신 건가요?

제가 2006년 11월부터 출근을 했어요. 2006년을 경력으로 쳐야하는 건지 애매하지만 올해로 만 12년이 됐습니다. 배구 중계는 SBS스포츠가 V-리그를 맡기 시작했던 2013~2014시즌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원래 축구 중계로 유명세를 타셨는데 요즘은 배구에서도 자주 뵐 수 있어서 좋아요.

해가 갈수록 배구 중계 기회가 더 늘고 있어요. 제게는 운 좋은 일이죠. 게다가 올해는 우리 방송사에서 매주 진행하는 ‘주간배구’ 메인 MC도 맡아서요. 요새는 배구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재형은 축구 캐스터’라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사실 입사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대학배구도 중계했어요. 그 당시 해남대회였는데요, 지금 뛰고 있는 최홍석, 강영준 이 선수들이 경기대 에이스 노릇을 할 때였어요. 아무튼 제가 주목받기 시작했던 것도 축구였고,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아홉 시즌 진행했으니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끼어들기 : ‘이재형’은 시바사키 전후로 나뉜다.

이재형 캐스터 하면 유명한 사건이 있다. 2015 AFC 아시안컵 당시 일본과 아랍에미리트 간 8강전을 중계하던 중 일본 ‘시바사키 가쿠’를 부른다는 것이 그만…. 방송인에겐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팬들이 즐겁게 받아줬고, ‘재밌는 캐스터’로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직접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저기서 ‘시바사키 사건’을 검색하면 볼 수 있으니 찾아보자.

 

아무래도 V-리그로 본격적인 배구 중계를 시작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처음 배구중계를 들어갔을 때 정말 욕을 많이 먹었어요. 첫 해 반응은 9대1이었어요. 9가 욕이면 1이 ‘참신하다’였죠. 그런데 그 1도 사실은 EPL 팬들이 저를 옹호해 준 거였어요(웃음). 그러다가 그 다음 시즌에는 7대3, 6대4로 서서히 욕이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오히려 저를 찾는 반응들도 있었죠.

처음에는 왜 그런 반응들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제 중계 스타일 때문이겠죠. SBS 중계가 주로 지르는 스타일인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르거든요. 성악을 해서 그런지 샤우팅도 잘 하거든요(웃음). 프리미어리그, 여자농구 때 했던 것을 가져와서 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저처럼 하는 중계가 별로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과 다르니까 욕하기 딱 좋은 중계였던 거죠.

그럼에도 스타일을 고수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중계를 하고 싶었어요. 기존 것을 따라하게 되면 후발 주자로만 남게 되니까요. 배구 중계는 KBS에서 참 오래 했어요. 그래서 KBS 스타일이 ‘정석’처럼 자리잡았죠. 그런데 그게 정석이든 아니든, 제가 그걸 따라한다면 저는 뒤따라가는 입장밖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럴 바에는 내 스타일대로, 내 것대로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저를 잘 이끌어주셨던 강준형(현 KBSN 아나운서) 선배께서 제게 ‘우리나라 배구 캐스터 중 너 같은 캐릭터는 없다’라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스타일을 고집해 온 덕분에 그런 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배구 중계는 다른 종목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배구는 여러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중계하기 힘든 종목이에요. 점수가 많이 나는 스포츠니까 매번 임팩트를 줘야 해요. 농구도 비슷하지만 농구는 공이 곡선을 그리는 반면 배구는 직선적이죠. 더 힘 있게 소리를 내야 해요. 그래서 배구 5세트는 축구 두 경기 정도 치르는 수준으로 체력이 들어가요.

사실 배구는 어떻게 보면 18점까지는 조금 힘을 빼고 해도 되는데 성격 상 그게 잘 안 돼요. 현장서는 매 포인트마다 같이 흥분하거든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 포인트 그렇게 하냐’라는 반응도 있는데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은 매 포인트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잖아요. 그게 보이기 때문에 살살 할 수가 없더라고요.

중계를 들어보면, 장면마다 스토리를 담아 말씀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스포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려면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V-리그는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잖아요. 그래서 여러 스토리를 자꾸 만들어줘야 해요. 역사가 긴 프로리그 같은 경우는 굳이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담겨 있어요. V-리그는 아직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매 플레이, 매 경기마다 크고 작은 스토리를 담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하나 기억이 났는데요, 이상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공격수 어깨가 넓어야 강한 공격이 나온다’라는 게 있어요. 그럼 이걸 이용해서 우리카드 아가메즈 선수가 득점할 때 ‘역시 넓은 어깨에서 강한 공격이 나오네요!’라고 하는 거죠. 단순히 백어택, 스파이크 이런 식이 아니라요.

그런 표현 때문에 ‘재밌는 캐스터’라는 이미지가 계속 남는 것 같아요.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에요. 너무 가벼운 이미지로 남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재미있는 건 가벼운 게 아니에요. 재밌는 것과 가벼운 건 전혀 다른 것이라 생각해요.

‘재미’라는 것 안에는 기쁨 뿐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 좌절, 슬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어요. 코트 위에서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선수가 울었어요. 제가 그걸 보고 ‘그런 걸로 왜 울고 그래~’라고 했으면 가벼운 사람이라고 비난받아도 마땅해요. 그렇지만 ‘박정아 선수가 눈물을 흘립니다!’라고 할 순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단순히 가벼운 게 아니라 박정아라는 선수의 심리를 풀어주는 것이니까요.

 

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캐스터, 하늘이 제게 정해준 천직이죠”

 

중계 준비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배구 같은 경우 오후 7시에 경기가 시작되면 최소 세 시쯤엔 현장에 도착해요. 일반적으로 두 시간 전이 기본인데요, 저는 조금 더 빨리 갑니다. 놀아도 현장에 가서 노는 게 편해요. 거기서 밥도 먹고, 그러면서 PD, 카메라 감독들, 해설위원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준비하는 거죠. 이렇게 해야 제가 열심히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경기 중계는 다 챙겨보시나요?

물론이죠. 그 팀에 대해서도 중계해야 하니까요. 또 이번 시즌은 주간배구를 하다보니까 웬만한 경기는 다 봐요. 대신 플레이 위주로 봐요. 다른 분들 중계를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경기 도중 하시는 재밌는 애드립은 미리 준비하시는 건가요?

경기 전부터 미리 준비해서 하지는 않고요. 평소 선수, 감독들 표정, 해설위원들 멘트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을 소스로 활용해서 중계하는 도중 가지고 노는 거죠. 제가 중계를 하면서 뛰어 놀아야 재밌는 중계가 나오는 것 같아요.

‘가지고 논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중계는 막 해야 한다’라는 주의에요. 이건 대충 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죠. 제 스타일대로 해야 진정성 있게 전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충 준비해선 안 돼요. 사전에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준비해 둬야 실제 방송에서 제대로 반영이 돼요. 경기장에 일찍 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내가 이 중계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스스로에 자신감을 줄 수 있거든요.

저는 같은 나이 대 스포츠 캐스터들 가운데 ‘과거 배구’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해요. 나이에 비해 많은 걸 기억해요. 예전에 1984년 LA올림픽 당시 한국이 토너먼트에 떨어졌던 뉴스를 본 게 기억나요. 지금 국가대표 감독으로 계신 김호철 당시 선수가 뉴스에서 슬퍼하던 장면이 아직도 떠올라요. 이종경 SBS 해설위원이 현역 시절로 뛰던 장면도 기억이 나고요.

그런 지식이 캐스터를 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뜻이군요.

가끔 제게 ‘배알못(배구 알지도 못한다)’라고 비난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배구 뿐 아니라 축구, 농구 등 많은 종목에 흥미를 가졌죠.

그게 훗날 캐스터 길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나요?

네, 어렸을 때 무심코 TV에서 하는 월드컵을 보며 ‘아, 나는 나중에 커서 월드컵을 중계하는 사람이 될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보통 직업을 정할 때 현실적인 여건을 많이 따지잖아요. 반면 어린 아이들은 그런 걸 따지지 않고 정하니까요. 그래서 전 어린 시절 꿈을 정하는 건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전 운이 좋게 하늘에서 내려준 천직을 직업으로 삼아 하고 있네요.

적성에 맞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한 달 30일 가운데 29일 힘들고, 돈 들어오는 그 하루 기쁘고 이렇다고 하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29일 기쁘고 돈 들어오는 하루 ‘어 뭐지?’ 싶죠(웃음).

 

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그렇다면 왜 성악과로 지원하신 건가요?

고등학교 때 공부는 소질 없었어요. 그렇지만 노래는 잘 했어요.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노래 잘하는 세 명을 꼽아 선생님께서 성악과에 추천해주셨는데, 거기에 제가 들어갔어요. ‘공부로는 못 들어본 순위권인데 노래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라는 생각에 진로를 결정했죠. 물론 대학에 가자마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단번에 알았어요.

그럼 대학교 때부터 스포츠 캐스터를 준비하신 건가요?

네, 그 때부터 진로를 이쪽으로 설정해 준비했어요. 다른 쪽보다도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고 싶어서 SBS스포츠에 지원했죠. 스포츠가 아닌 공중파 아나운서로 가도 스포츠를 하긴 하지만 많이 안 하잖아요. 4년에 한 번 큰 행사가 있을 때만 하죠. 저는 ‘내가 입사해서 스포츠를 많이 안 하면 나보다 스포츠에 열정 없는 사람들에게 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저는 스포츠를 중계해야 즐거운 사람이에요. 4년에 한 번 즐겁기보다는 매일 배구, 축구로 즐겁고 싶었어요.

이번에 ‘주간배구’ 메인MC 역할을 맡으셨어요!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MC는 처음이에요. 사실 아직 제겐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대본 없이 하는 것에 더 강해요. 중계방송 같은 경우 자료는 철저하지만 대본 없이 제가 풀어가는 것이어서 다르죠. 그런데 이건 두 해설자를 두고 제가 정해진 틀 내에서 진행해야 해요. 균형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별에서 온 고민’을 참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교회 오빠’ 스타일이죠.이 코너같은 경우는 순전히 제 애드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 쪽이 마음은 더 편합니다(웃음). 꼭 선수, 감독 뿐 아니라 경기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 이야기도 들어봤는데요, 평소에 접하기 힘든 분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눠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팬 분들께 감사하죠.

그래도 MC를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제 얼굴이 자주 나오니까요, 많은 분들이 ‘배구 중계하는 이재형’을 알아봐주시는 게 좋죠. 축구 팬 분들께서도 저를 보고 ‘얼굴 많이 봐 좋아요’라고 종종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앞으로 ‘주간배구’ 통해서 시도해 보고픈 콘셉트가 있나요?

예전에 했는지 정확하진 않은데요, 배구 레전드들과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제가 기억하는 예전 것들을 그 당사자와 함께 풀어가는 거죠.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서 재구성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재밌는 제목을 달아서 ‘꼰대 레전드와 함께!’ 이런 식일까요? 표현은 조금 거칠지만 ‘나 때는 말이야~’하고 레전드들이 이야기하는 거죠.

 

SBS스포츠 이재형 캐스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쾌한 중계"

“재미 속에 숨은 고뇌를 알아주셨으면 해요”

 

고민해결사 이재형 캐스터도 고민이 있겠죠?

스포츠는 팬들이 심각하게 보지 않아요. 인생도 심각한데 스포츠마저 심각하면 우리는 어디서 즐거움을 얻을까요. 그래서 저는 무게를 내려놓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중계를 지향해요.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스포츠에는 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잖아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전달되죠. 저는 이게 곧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재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 캐스터 역할이고요.

그렇게 이야기 속에서 진심이 전달되었으면 하는데 제 스타일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대충 일하고, 성실하지 않은 식으로 바라보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가벼운 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반대로 무거운 건 좋은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직업이시니 팬들 반응을 안 볼 수 없죠.

기자님도 그러시겠지만 댓글을 신경 안 쓸 수 없더라고요. 가끔 저를 향해 ‘배운 것 없고 근본 없다’라고 평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재밌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면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잖아요. 재미 하나를 위해서 그 속에 수많은 이들의 고민, 눈물, 애환이 담겨 있어요. 제 중계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중계를 막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뒤에서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래도 지금처럼 그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캐스터는 ‘전문 지식’의 영역이 아니에요. 같은 지식이라도 제가 말하는 것과 해설위원 분들이 말하는 건 ‘입술의 무게 차이’가 크죠. 그래서 전 최대한 쉽게 말하고 싶어요. 그래야 팬들도 쉽게 들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선수가 못 했어요. 그러면 ‘아, 이 선수 오늘은 부진하네요’가 아니고 ‘이 선수 오늘은 진짜 못 하네요’라고 하는 식이죠. 공감대 형성이 될 수 있도록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그걸 해설위원 분들이 그 위에 전문성을 더해주시는 거죠.

‘편함’을 추구하고 싶다는 뜻이군요.

스포츠는 편하고 쉽게 보는 것이잖아요. 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소파 위에서 보는 게 스포츠죠. 저는 제 중계가 ‘인터넷 1인 방송’으로 느껴질 정도로 최대한 가볍게 내려놓고 팬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그런 분위기여야 해설위원 분들도 전문적인 지식을 더 편하게, 빨리 이야기할 수 있어요. 팬 분들이 ‘이재형하고 집에서 배구를 보며 대화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캐스터와 해설위원, 그리고 중계를 들어주시는 팬들까지. 이렇게 세 구성원이 마치 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그림이 제 지향점이에요. 저와 해설위원이 가진 지식이 깊을수록 그 자리는 가벼워 보이더라도 풍성해지죠. 그런 캐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배구중계를 하며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 쪽으로 치우친 경기, 그러니까 세 세트 모두 25-16으로 끝나는 시시한 경기도 ‘이재형’이 중계하면 마치 챔피언결정전 같다고 느껴지게끔 하는 게 꿈이에요. 그렇게 되도록 화려하게 억지로 꾸미지 않고, 원래 제 스타일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 속에서 선수들 표정 하나하나, 감독들의 짧은 멘트를 놓치지 않고 스토리에 녹여내서 그들의 삶을 같이 나누고, 고민과 기쁨, 성취를 매 플레이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해놓고 보니까 굉장히 어렵네요. 그런 게 목표입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12-18   이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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