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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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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월) 18:05

                           
+'베테랑 투수' 장원삼, 삼성 떠나 LG 유니폼 입는다.
+다시 만난 류중일 감독의 한마디 "원삼아 내 좀 도와도"
+'가을 남자' 장원삼을 만든 비결은 '자신감'
+"LG에서 맞이할 2019시즌, 벌써 기다려져"
 
[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엠스플뉴스]
 
# 꿋꿋했다. 어떤 시련과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웃으며 위기를 넘기곤 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의 눈동자엔 여전히 '자신감'이란 무기가 또렷했다. 
 
장원삼. 한때 KBO리그를 대표했던 좌완 투수다. 뛰어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삼성 라이온즈 왕조 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큰 경기에 강했다. 가을만 되면 그가 김일융이었고, 때론 김시진이었다.  
 
그랬던 그가 삼성을 떠난다. 다음 시즌부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는다. 장원삼은 “LG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 다시 기회를 준 구단과 류중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어느 보직이든 맡은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원삼의 선택이었다. 스스로 방출을 택했고, LG 이적을 결정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성적 부진.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익숙함을 벗고, 절박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최근 이적 시장은 베테랑들에게 유독 냉정하다. 프로 13년 차 베테랑 투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구단(삼성)과 방출에 합의하고, 구장을 나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혹시 다른 팀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불안했던 거죠. 그 후 며칠 뒤였어요. 류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더라고요.” 

류중일의 한 마디 “원삼아 내 좀 도와도”  
 
[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이젠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겠습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었고요(웃음). 속이 조금 타들어 간 정도?
 
LG와의 계약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습니다. 
 
팀을 나오고, 며칠 뒤였습니다. 류중일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딱 한 마디 하셨습니다. “같이 한 번 해보자. 네가 많이 도와도”라고요(웃음). 차명석 단장님도 만났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축하해 주셨어요. 사실 잘 보여야 하는 건 제 쪽인데 말이죠(웃음). 
 
특별히 LG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보단 가장 먼저 연락을 준 팀이 LG였어요(웃음). 그 점이 고마웠고요. 류 감독님이 계신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계약 과정은 순탄치 않았어요. 다른 게 아니라 LG와 협상 중에 계약을 확정했단 기사가 나와버렸거든요. 계약서조차 쓰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한 편으론 ‘LG와 뭔가 인연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류중일 감독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듯해요.
 
류 감독님과는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함께 우승도 했고, 저도 그땐 야구를 잘했거든요. 감독님은 무심해 보이지만, 속정이 많은 분이에요. 보이지 않지만, 늘 뒤에서 챙겨주십니다. 그런 점은 새 팀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삼성 시절 함께 했던 코치님들도 LG에 많이 계십니다. 제겐 좋은 기회예요. 

돌고 돌아 다시 서울권 팀으로 복귀했습니다. 
 
이젠 익숙해요(웃음). 크게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도 없고요. 한 가지 다른 점은 제 마음가짐이에요.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동기 부여가 되더라고요. 마치 삼성으로 처음 갈 때 느꼈던 기분이랄까? 
 
‘절친’ 배영수와는 이제 라이벌이 됐어요(웃음).
 
(고개를 끄덕이며) 인생은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배)영수 형이나 저나 삼성을 떠나 이젠 새로운 팀을 찾았어요. 나이를 먹긴 했나 봅니다. 영수 형은 여전히 열정적이에요. 전화로 “야. 장원삼이. 한 번 붙자”더라고요(웃음). 말 그대로 서로에게 동기 부여가 커요. 다음 시즌엔 같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성 시절 얻은 '자신감'이 날 성장시켰다.”
 
[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프로 데뷔 후, 사건이 많았어요. 소속팀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됐고, 히어로즈 시절엔 삼성과 트레이드가 한 차례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시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할 일은 하나였어요.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일이었죠. 삼성 이적은 제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전성기를 삼성에서 보냈고, 우승도 차지했어요. 투수에게 이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행복했다?
 
제가 타이밍이 좋았죠(웃음). 당시 삼성은 정말 살벌했습니다. 타석에선 최형우, 박석민 같은 젊은 타자들이 폭발했고, 투수진엔 역대급 불펜진이 갖춰진 상태였죠.   
 
삼성 불펜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마운드에 서면 뒤가 든든했어요. 솔직히 그땐 질 것 같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점수를 내줘도 곧 뒤집을 거란 확신이 있었죠. 덕분에 저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랬을 거에요. 
 
당시 장원삼의 투구에선 ‘우승팀의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투수에겐 ‘자신감’이 정말 중요해요. 때론 150km/h 속구보다 위력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삼성에 와서 달라진 건 그런 자신감과 안정감이 동반된 덕분이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전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닙니다. 삼성 시절, 마음 편히 공을 던지니 제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심리적인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 덕분일까요. 가을에 정말 강했습니다. 
 
저도 신기해요. 한국 시리즈만 되면 평소엔 없던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 엄청난 응원 소리. 그런 상황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마운드에 서 있으면 정말 짜릿짜릿 했습니다. 
 
재미있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짝수 해 투수’란 별명, 들어봤습니까.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상하게 시즌이 끝나면 늘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삼성 와선 홀수 해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해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웃음). 요즘엔 계속 못 해서 그런지,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더라고요. 
 
'삼성맨' 장원삼이 스스로 방출을 택한 이유
 
[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올해 초, 일본 오키나와 캠프가 생각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의가 넘쳤어요. 당시 강렬했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숨을 내쉬며)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죠.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4월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해 6이닝 3실점을 기록했어요. 
 
초반엔 감이 좋았습니다.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갔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부상이 찾아왔습니다. 무릎 부상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었어요. 최근 2년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고, 몸은 낫질 않고.  
 
답답했겠습니다.  
 
정말 죽겠더라고요.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오래 아픈 건 처음이었어요. 수술한 것도 아닌데 6월부터 내리 넉 달을 쉬었습니다. 막막했죠.
 
시즌 종료 후엔 갑작스런 방출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방출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구단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시즌이 모두 끝나면 방출 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스스로 방출을 요구했다고요?
 
최근 몇 년간 고민이 많았습니다. 야구에 대한 고민이었죠. 제 나름대로 동기 부여가 필요했습니다. 더 절박해져야 한단 생각도 들었고요. 독하게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설 자릴 잃고 있어요. 최악의 경우엔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설마설마했죠. 처음엔 어느 팀이라도 잡아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오고 보니 조금 초조해지더라고요. LG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얼굴이 해쓱해지지 않았을까요(웃음) 
 
방출을 결정하고 나왔을 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올 시즌을 시작할 때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정말 후회 없이 던지고 떠나자”고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결의’를 다지고 임한 시즌이었어요. 자존심 같은 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어떻게든 재기해서 저 자신과 팬들에게 떳떳해지고 싶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feat 장원삼)
 


[엠스플 먼데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 '살아있네' 소리 듣고 끝내야죠

 
요즘 헬스장에서 산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돈 아니고요(웃음). 어렸을 땐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몰랐어요. 그저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노동처럼 느꼈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웨이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무더운 여름에 말이죠. 최근엔 전체적인 밸런스 유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장원삼과 현재의 장원삼은 전혀 다른 선수 같습니다(웃음).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간 야구를 너무 쉽게 봤어요. 자신만만 했죠. ‘올해도 당연히 잘 될 거야’라고 속단했어요. 안일한 생각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젠 작은 것부터 챙기려고요. 기초적인 훈련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지금이라도 깨닫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세월이 흘렀습니다. 장원삼에게도 예외가 아니었고요. 
 
전 (노쇠화가) 조금 일찍 온 편이에요. 그래서 더 아쉬워요. 
 
이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돌파구요? KBO리그 타자들을 보면 정말 잘 쳐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웃음). 반대로 투수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더 분발할 필요가 있는 거죠. 요즘 후배들을 보면 공을 놓는 지점부터 궤적이나 회전수까지 세밀하게 연구해요. 하지만, 지금 제겐 예전 기억을 되살리는 게 우선입니다. 그 감각, 그 기억을 다시 되찾는 게 저만의 돌파구 아닐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LG에선 선발 보직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보직 욕심은 미뤄놔야죠(웃음). 팀이 원하는 대로 던질 생각입니다. 선발 욕심에 삼성을 나온 게 아니에요. 이젠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보직'입니다. ‘장원삼, 아직 살아 있구나’하는 소리 한 번 듣고 끝내야죠. 
 
반면, 삼성 팬들은 아쉬움이 클 듯합니다.   
 
얼마 전, 대구 시내에 나갔는데 한 팬께서 ‘그동안 고마웠다’며 덕담을 들려 주시더라구요. 그때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니 ‘그래도 내가 삼성에서 참 열심히 했었구나’하는 자부심도 생겼고요. 삼성은 제게 특별한 팀이에요. 대구 팬분들의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다음 시즌부턴 '유광잠바 입은 장원삼'을 볼 수 있겠군요.  
 
LG 팬들, 정말 대단하잖아요. 야구 열정 또한 삼성 팬들 못지않다고 들었습니다. 재미있을 거 같아요. 잠실구장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LG 팬들 기 좀 받아야겠습니다(웃음). 벌써 궁금해요. LG 유니폼을 입고 뛸 다음 시즌 말이죠.
 
전수은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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