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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의 타임머신] 만년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표명일의 인생 바꾼 트레이드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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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금) 15:05

                           

[민준구의 타임머신] 만년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표명일의 인생 바꾼 트레이드



[점프볼=민준구 기자] 9년이란 세월을 식스맨으로 살았던 남자. 강동희와 이상민에게 가려진 남자가 드디어 빛을 봤다. 2007-2008시즌이 한창이던 2008년 1월, 표명일의 인생을 180도 뒤바꾼 트레이드가 시행됐다.

표명일은 통산 12시즌 547경기 동안 KBL 무대를 활보했다. 초대 드래프트인 1998년 전체 8순위로 부산 기아의 유니폼을 입은 뒤, 2011-2012시즌 부산 KT에서 은퇴할 때까지 터프한 플레이와 성실함으로 무장한 선수였다.

사실 표명일의 농구 인생은 대부분 2인자였다. 명지대 졸업 후, 큰 꿈을 품고 기아에 입단했지만, 강동희라는 대스타가 버티고 있었다. 2002년 4월,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던 표명일은 KCC로 트레이드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선수로서 기회였지만, 그의 앞에는 당대 최고의 가드 이상민이 있었다.

표명일은 “KBL은 물론 한국 최고의 가드들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물론 선수로서 매번 식스맨으로 나서는 일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그들과 함께하며 많은 걸 배웠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만년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표명일의 인생 바꾼 트레이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식스맨, 그러나 표명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농구를 마음껏 펼쳤다. 주 역할은 주전 포인트가드의 뒤를 받쳐주는 것이었지만, 코트에 나설 때마다 에너지를 다 쏟았다. 상복도 따랐다. 2003-2004시즌 역대 최초로 식스맨상과 기량발전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2006년 11월 12일 LG 전에선 무려 40득점을 폭발시키며 ‘표비’라는 애칭을 듣게 된다. 단순한 식스맨으로 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 표명일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트레이드가 등장한다. 2007년 1월 9일 KCC의 표명일, 변청운, 백주익과 동부의 김영만, 정훈, 배길태가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 6명 중 가장 빛을 보인 선수는 단연 표명일이었다. “트레이드 전에는 다 소문이 돌지 않나.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리고 당시 동부를 맡고 계셨던 전창진 감독님이 나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근데 트레이드를 하셨길래 조금 놀라기는 했다.” 표명일의 말이다.

시즌 중 트레이드는 구단과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도박’이다. 비시즌 트레이드처럼 아예 손발을 맞추는 경우는 위험요소가 적지만, 시즌 중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또 팀마다 다른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력이 좋은 선수라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대개 실패한다.

표명일은 “사실 농구에 대해선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시즌 중에 많이 만나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생활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더라. KCC의 경우, 숙소가 체육관 바로 앞에 있다. 근데 동부는 근처 아파트에서 지내야 하더라. 체육관에서 15분 정도 걸렸는데 미세한 차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애를 썼다”고 말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만년 식스맨에서 주전으로, 표명일의 인생 바꾼 트레이드

다행인 건 동부 선수들 모두 표명일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점. “주성이, 대협이, 그리고 광재 등 여러 선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신뢰감이 쌓였던 것 같다. 또 선수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렸기 때문에 많이 도와준 부분도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고 해야 할까. 여러모로 행복했던 때였다.” 표명일의 말이다.

생애 첫 주전으로 올라선 표명일은 동부 유니폼을 입고 24경기 출전 9.5득점 3.2리바운드 6.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쇼케이스를 마친 표명일은 최전성기였던 2007-2008시즌에 진가를 발휘한다.

2007-2008시즌 표명일은 49경기에 출전해 9.5득점 2.6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레지 오코사와 김주성, 그리고 이광재, 강대협 등과 함께 활약하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때를 회상한 표명일은 “정말 행복했던 때였다. 오코사와 (김)주성이는 어려운 패스를 줘도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광재와 (강)대협이도 앞선에서 많은 도움을 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농구 인생에서 뭘 해도 잘 됐던, 가장 재밌게 보냈던 시절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동부에서의 황금기를 보낸 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후 표명일은 KT로 이적한 뒤, 선수 인생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는 모교 양정중의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걷고 있다. 표명일에게 있어 트레이드는 기회였고, 행복이었다. 그런 그가 프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표명일은 “지금도 비시즌, 시즌 중을 가리지 않고, 트레이드가 나오고 있다. 정든 팀을 떠난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고, 또 나처럼 기회로 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 바로 감독님의 마음을 읽으라는 것이다. 내게 어떤 부분을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트레이드라는 기회를 120% 살릴 수 있다. 나처럼 평생을 식스맨으로 살다가 주전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회는 반드시 오니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이 답이다”라고 말이다.

# 사진_KBL 제공



  2018-12-14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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