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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맥커친 영입, 필리스의 FA 영입 행진 시작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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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수) 20:05

                           
[이현우의 MLB+] 맥커친 영입, 필리스의 FA 영입 행진 시작될까?

 
[엠스플뉴스]
 
앤드류 맥커친(32)은 더는 '해적 선장'이 아니다.
 
단순히 그의 소속팀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아니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맥커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타율 .263 24홈런 77타점  OPS .802 WAR 2.5승을 기록했다. 이는 연평균 타율 .313 25홈런 90타점 OPS .926 WAR 7.2승을 기록하며, 2013년 NL MVP를 포함해 4년 연속으로 MVP 투표 5위 안에 들었던 '해적 선장' 시절(2012-2015년) 활약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한국시간) 맥커친과 보장 연봉 3년 5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택은 몇 가지 이유에서 아주 합리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점은 역시 올해 필라델피아의 외야진이 기록한 성적이다. 2018시즌 필라델피아의 외야수들은 타율 .241 출루율 .325 장타율 .430 WAR 4.4승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WAR 4.4승은 30개 구단 가운데 23위에 해당한다. 
 
실제로 2018시즌 필라델피아의 외야수 가운데 WAR 1승 이상 기록한 선수는 '주포' 리스 호스킨스뿐이었다. 하지만 호스킨스는 2018시즌 수비율 .976 UZR(수비 기여도) -13.7점이란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외야 수비수로선 낙제점을 받았다. 그런 호스킨스가 기존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의 시애틀 매리너스 이적 덕분에 1루수로 복귀한 것은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현우의 MLB+] 맥커친 영입, 필리스의 FA 영입 행진 시작될까?

 
하지만 호스킨스가 1루수로 보직을 옮기는 것이 확정되면서 그대로 시즌을 시작할 경우 필라델피아의 외야진은 지난해 WAR 1.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명도 없을 뻔했다. 이는 2018시즌 후반까지 NL 동부지구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2019시즌 다시 한번 대권 도전에 나서는 팀으로선 결코 좌시하기 어려운 약점이었다.
 
그렇기에 과거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평균 이상의 공격력과 함께 코너 외야수로선 나쁘지 않은 수비를 펼치는 맥커친을 영입한 것은 필라델피아에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맥커친 영입에 대한 평가를 가를 수 있는 요인은 하나로 압축된다. 바로 현시점에서 맥커친에게 3년 5000만 달러를 주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다.
 
맥커친의 계약이 합리적인 이유
 
 
 
맥커친의 계약 규모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우선 그의 나이에서 찾을 수 있다. 평균적인 선수에 비해 일찍 기량을 만개했을 뿐만 아니라, 성적이 급락한 시기가 너무 빨리 찾아온 탓에 잊혀지는 감이 있지만, 맥커친은 이제 막 만 32세가 된 선수다. 한편, 맥커친의 성적이 급락한 것은 2015년 단 1시즌으로 그후 최근 2년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비록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나고 에이징 커브Aging curve, 나이대별 성적 변화 곡선)가 과거보다 가팔라진 경향을 보이지만, 계약 기간 내 맥커친의 나이인 만 32세에서 만 34세 구간에서는 비교적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맥커친이 2010년 이후 지난 9시즌 동안 연평균 155경기에 출전했을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맥커친이 계약 동안 지난 2년간 평균 기록인 타율 .267 24홈런 76타점 OPS .820 WAR 3.2승에 근접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면, FA 계약 기준 WAR 1승 당 투자 금액이 1000만 달러(출처: 팬그래프닷컴)에 육박하는 시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간 약 1670만 달러는 오버페이라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맥커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ESPN 기준 2018시즌 홈런 팩터가 1.190(전체 4위)에 달하는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홈으로 쓰게 된다는 점이다.
 
[이현우의 MLB+] 맥커친 영입, 필리스의 FA 영입 행진 시작될까?

 
맥커친은 커리어 대부분을 홈런 팩터가 .849(26위)에 불과한 PNC 파크에서 뛰면서 홈런을 치는 데 있어 큰 손해를 봤다. 이는 홈런 팩터가 .752(29위)에 불과한 AT&T 파크를 홈으로 쓰면서 130경기를 뛴 2018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홈으로 쓰면 PNC와 AT&T 에선 뜬공 또는 2루타에 그쳤을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지난 시즌 맥커친의 타구 스프레이 차트를 시티즌스 뱅크에 옮겨 놓은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맥커친은 시티즌스 뱅크였다면 홈런이 될 수도 있었으나, 뜬공아웃 또는 2루타에 그친 타구를 20개 이상 쳐냈다. 홈/원정 비율을 1대1이라고 했을 때, 맥커친이 시티즌스 뱅크를 홈으로 썼다면 그 절반인 10개 정도는 홈런을 더 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맥커친은 양키스로 이적한 후 25경기에서 타율은 .253에 그쳤지만, .421에 달하는 높은 출루율을 기반으로 wRC+ 149를 기록했다. 따라서 내년에도 비슷한 타구 분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시티즌스 뱅크를 홈으로 쓰게 된 맥커친은 극적인 반등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이번 맥커친 영입은 이후 이어질 필라델피아발 FA 영입 행진의 시발점이 될 확률이 높다.
 
맥커친 영입에도 여전히 여유있는 페이롤
 
[이현우의 MLB+] 맥커친 영입, 필리스의 FA 영입 행진 시작될까?

 
필라델피아는 2010시즌부터 리빌딩이 시작된 2014시즌까지 5년 연속 MLB 전체에서 2~4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출한 대표적인 빅마켓 팀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지난 11월 필라델피아 구단주 존 미들턴은 "FA 영입을 위해 큰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투자 규모는 어쩌면 조금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전문가는 내년 시즌 필라델피아의 개막전 기준 연봉이 사치세 규정선(1억 9800만 달러)를 뛰어넘거나, 적어도 사치세 규정선 근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필라델피아의 2018시즌 연봉 총액은 맥커친에게 줄 연봉을 더해도 1억 28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이 말은 곧 필라델피아가 FA 계약 등 전력 보강을 위해 쓸 수 있는 연봉이 아직도 최소 7000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오프시즌 전부터 소문이 돌았던 FA 최대어 2인방인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를 동시에 영입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물론 최근 좌완 선발 J.A. 햅과 불펜 잭 브리튼 영입에 근접했다는 소식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라델피아가 내년 시즌 게임에나 나올법한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퍼+마차도 영입 시 필라델피아의 2019시즌 예상 라인업
 
SS 진 세구라
LF 앤드류 맥커친
RF 브라이스 하퍼
1B 리스 호스킨스
3B 매니 마차도
CF 오두벨 에레라
2B 세자르 에르난데스
투수
 
요약하자면 1. 호스킨스의 포지션 이동으로 외야 뎁스가 더 얕아진 필라델피아에게 외야 보강은 필수적이었고 2. 계약 동안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큰 맥커친을 3년 5000만 달러에 영입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으며 3. 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최소 7000만 달러(연봉 기준) 이상을 전력 보강을 위해 투자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필라델피아가 속한 NL 동부지구는 마이애미를 제외한 모든 팀이 전력 보강에 몰두하고 있다. 따라서 팬그래프닷컴을 기준으로 2019시즌 예상 성적이 77승 85패에 불과했던 필라델피아가 N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맥커친의 영입은 그 일환이자, 추후 대규모 영입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스토브리그 초반 적절한 규모의 계약을 맺고 펜실베니아주로 돌아온 것은 맥커친으로서도 만족스러워할 만한 결과였다. 한편, 펜실베니아주의 인기 스타였던 맥커친을 영입함으로써 필라델피아는 지역 마케팅 측면에서도 일정 수준 이득을 볼 수도 있다. 2010년 378만에서 2018년 210만 명으로 관중수가 줄어든 필라델피아로선 이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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