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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② - 대학농구 이야기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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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8 (토) 04:04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② - 대학농구 이야기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18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나고 이틀 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세 명의 남자대학농구 감독을 만났습니다. 역대 대학리그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 잠시 침체기를 거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경희대 김현국 감독, 남자대학농구 데뷔 첫 시즌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명지대 조성원 감독입니다.

인터뷰는 대담 형식을 빌리지 않았습니다. 필자의 질문과 대답이 아닌, 어쩌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쏟아내는 그들의 솔직한 얘기들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터뷰도 그렇게 진행이 됐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1차 드래프트 이야기에 이어 대학농구 이야기입니다.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① 드래프트 이야기

http://jumpball.co.kr/article/view.php?no=63953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② - 대학농구 이야기

■ 심판이 못 봤어

2018년 대학농구는 사실상 종료됐습니다. 농구대잔치가 남았지만, 과거와 달리 참가팀이 많지 않습니다. 성격도 대학 농구대회는 아닙니다. 가을걷이도 모두 끝난 지금 대학 감독들은 올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김상준 : 우리 팀은 조금 아쉬웠어요. 리그 성적은 좋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 우리 팀의 기둥(이윤수)가 빠졌으니까. 그래도 연세대를 이겨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것도 어웨이에서 시종 10점 정도를 리드하면서 이겼어요.

※ 2018년 10월 2일, 성균관대는 연세대를 59-58로 이겼습니다. 연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였고, 대학리그에서 성균관대가 연세대를 이긴 것은 이 경기가 처음입니다. 

김현국 : 나도 기분이 좋아요. 성균관대를 두 번 다 이겨서(웃음).

김상준 : 우리가 리그에서 4번을 졌는데 두 번이 경희대, 두 번이 고려대에요. 경희대를 이겼으면 우리가 2위를 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경희대를 이겼으면 연대를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농구가 그렇더라고요(웃음).

조성원 : 저는 목표가 2연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패를 당하더라도 연승을 꼭 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두 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했어요.

※ 명지대는 대학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경희대에게 103-97, 한양대에게 103-84로 승리했습니다. 경희대가 명지대와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김현국 : 마지막에 성적이 떨어진 점은 아쉬워요. MBC배에서 (단국대에게) 앞서다 4쿼터에 역전을 당했고…. 플레이오프도 중앙대를 이길 수 있었어요. 그래도 1학년들 기량이 많이 좋아져서 희망을 갖죠. 그런데 우승을 해도 항상 아쉽지 않나? (웃음)

김상준 : 아쉽지.

김현국 : 난 고려대를 꼭 이기고 싶었어요. 이길 수 있었는데 내가 퇴장당해서 졌습니다. 지금도 심판 판정은 아쉬움이 많아요.

조성원 : 심판 판정이 아쉬울 때가 많죠. 우리 선수가 올라갈 때 ‘짝’ 소리가 벤치까지 들리는데 파울을 안 불어. 그래서 물어봤어요. 선수가 박수치고 올라 가냐고. 어떻게 ‘짝’ 소리가 나냐고. 심판이 미안하데요. 그런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넘어갔죠.

김상준 : 난 연세대와 할 때 코트 바닥을 세게 쳐서 손에 부상을 당했어요. 화는 나는데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 안 되니까... 나도 모르게 바닥을 쳤어요. 아직도 아픈데... 아파도 기분은 좋아요(웃음). 

김현국 : 그것도 테크니컬 파울인데. 테크니컬 안 받았어요?

김상준 : 심판이 못 봤어요(웃음). 공이 반대 코트로 넘어갔잖아.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② - 대학농구 이야기

■  목표는 항상 우승이에요

대학농구는 매년 졸업생이 있고 신입생이 들어옵니다. 프로농구와 달리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있습니다. 세 팀은 어떤 변수가 있을까요? 그 변수가 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세 감독이 예상하는 내년 성적을 들어봤습니다.

김상준 : 우린 졸업생이 하나에요. (신입생) 보강은 많이 했죠. 올해 1학년들이 사고를 쳐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습니다. 특히 최주영(205cm)의 역할이 중요해요. 이윤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김현국 : 우리도 성균관대와 비슷합니다. 졸업생이 적고 신입생들이 괜찮아요. 그런데 신입생들을 바로 투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1학년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이사성(210cm)도 기대하고 있는데, 세련되지 않지만 수비는 곧잘 합니다. 내년에 20분은 뛰어야죠.

조성원 : 우리 학교는 내년에 4학년만 다섯 명이에요. 이 친구들이 키를 쥐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엄청 친한데, 경기장에만 들어오면 안 친해요(웃음). 다섯 명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지고, 잘못하면 다섯 명 모두 프로에 못 보낼 수도 있어요.

김현국 : 조(성원) 감독이 잘 가르치잖아요. 올해 명지대 선수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2m 센터가 두 명이나 오잖아요.

조성원 : 두 명이 아니라 한 명이에요. 2m는 안 되고…. 그래도 든든하죠. 아직 힘은 부족한데 팔이 길고 센스가 있어요.

김현국 : 저는 항상 목표가 우승이에요. 지도자가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선수들이 잘 따라와요. 고등학교 때 실력이 대학에서도 그대로인 선수를 싫어합니다. 달라져야죠. 목적의식이 없고,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약하니까 발전도 없어요.

김상준 : 성균관대에 와서 첫 게임을 졌어요. 너무 약이 올라. 선수들을 다 불렀습니다. 술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하려고. 술값이 14만원이 나왔어요. 술을 안 먹으니까. 운동선수가 술을 안 먹는 건 좋은데(웃음), 별로 화가 나지도 않은 것 같아. 지는 것에 익숙한 거죠. 시합을 져서 약이 오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김현국 : 좋게 보면 애들이 순해요. 착해. 반면, 예전에는 독기들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은 부족해요. 기분이 좋으면 농구를 잘해요. 그런데 지구력이 짧아. 기분에 따라 기복이 심하고 운동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요.

조성원 : 예전에는 도망가면 갈 곳이 없었잖아요. 지금은 도망가면 갈 곳이 많아요(웃음). 일반 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② - 대학농구 이야기

■ 우리를 다 범법자로 바라보고 있어

드래프트가 올해 농사의 마무리라면, 신입생 선발은 내년 농사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변한 입시제도로 인해 감독들의 머리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사전 스카우트가 금지됐고, 선수들은 여러 학교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계성고의 빅맨 김준영은 성균관대와 명지대에 모두 합격했습니다. 명지고 에이스 박민철은 성균관대와 경희대에 합격했습니다. 

김현국 : 잘 하는 선수가 와야 성적이 나오고 학교 홍보도 되는데 우리가 사전 스카우트를 하면 범죄에요.  

김상준 : 스카우트를 하면 안 돼. 홍보를 해야지. 우리 학교 장점을 홍보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사전 스카우트라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어요. 경계가 애매하죠.

조성원 : 우리가 부모님들을 몰래 만나지는 않아요.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만나서 우리 학교의 장점을 알리는 건데, 사전 스카우트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가 있어도 그 선수에게 비전을 알릴 방법이 없어요.

김상준 : 미국에 있을 때 메릴랜드와 곤자가 대학을 갔습니다. 메릴랜드에 스페인에서 온 가드가 있었는데 정말 잘해요. 곤자가에는 캐나다 국가대표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국내 스카우트가 있고, 별도로 해외 스카우트도 있습니다. 그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우리는 법으로 규제할까요?

김현국 : 내년 신입생 중에 우리 학교에서 일찍 운동을 시작한 선수가 있어요. 그런데 교육청에서 공문이 왔어. 다시 고등학교로 보내라고. 절차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동의서를 받았어요. 그래도 공문을 받고 고등학교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문제가 없데요. 엘리트라는 경계가 점점 사라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기생으로 들어오면 특기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요. 점점 하향평준화 된다는 느낌입니다.

김상준 : 더 중요한건 팀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남자 고등학교가 몇 년 사이에 35개에서 30개로 줄었습니다. 여자 고등학교는 더 심해요. 어느 학교는 선수가 5명이야. 몇 년 안에 여자농구는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문을 닫지 않으려면 외국인선수를 3명, 4명 뽑아야 되요.

김현국 : 농구도 하면서 공부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농구도 하고. 그 중에 농구로 성공할 선수를 발굴해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엘리트가 필요 없어요. 재미있게 농구를 하다 그 중에 정말 농구가 하고 싶은 애들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픽업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지금은 부모님이 아이한테 “농구를 해줘”라고 합니다. 대학에 가야 하니까.

조성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의 하나가 입시잖아요. 그래서 기준이 명확해야 합니다.

김현국 : 기준이 없으니까 우리를 다 범죄자로 바라보고 있어요.

■ 모두 양동근과 오세근이 될 수는 없지만

「SPORTS KU」 기사에 의하면 2018년 대학 운동부의 학생 선수는 약 5,000명이라고 합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이들은 ‘학생’과 ‘운동선수’ 두 역할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면서 운동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야구의 경우는 심각합니다. 고려대 야구부가 올해 20경기를 치르기 위해 이동한 거리는 5,367km라고 합니다. 대학야구대회의 공식 구장은 총 5곳인데, 수도권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충북 보은입니다. 농구는 야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입니다. 하지만 훈련시간의 부족은 피할 수 없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가장 큰 목표가 프로 진출인데, 정작 목표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스포츠는 학원스포츠의 최 정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특히 학생선수들의 학사관리는 시급한 연구과제입니다. 

모든 선수가 양동근, 오세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공부하는 학생선수는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다만, 양동근과 오세근으로 향한 길이 너무 좁은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홍기웅 기자 



  2018-12-08   조원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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