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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① 드래프트 이야기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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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화) 18:48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① 드래프트 이야기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18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나고 이틀 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세 명의 남자대학농구 감독을 만났습니다. 역대 대학리그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 잠시 침체기를 거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경희대 김현국 감독, 남자대학농구 데뷔 첫 시즌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명지대 조성원 감독입니다.

세 감독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습니다. 피곤한 얼굴로 질문도 나오기 전에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습니다.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드래프트 이야기’입니다. 이어 ‘대학농구 이야기’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인터뷰는 대담 형식을 빌리지 않았습니다. 필자의 질문과 대답이 아닌, 어쩌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쏟아내는 그들의 솔직한 얘기들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터뷰도 그렇게 진행이 됐습니다.

■ 대역 죄인이 된 기분이야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 10분 전. 세 감독은 이미 도착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었습니다. 

김현국 : 요즘 너무 힘들어. 드래프트에 신입생 선발까지 흰 머리가 늘었어요.

김상준 : 난 밤에 잠을 못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어요. 조(성원) 감독은 (명지대 출신 선수가) 오랜만에 일라운드로 뽑혀서 좋겠어요.”

조성원 : 턱걸이에요. 턱걸이(웃음).

김상준 : 드래프트 장소에 가면 대역 죄인이 된 기분이야. 지옥 같아요. 제자가 프로에 못 갔어. 그러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잠시 침묵하다) 지금도 안 뽑힌 선수들이 눈에 밟혀요. 부모님도 못 보겠고, 선수도 못 보겠어.

김현국 :  ○○○ 아버님이 옆에 계셨는데 그 쪽으로는 고개도 못 돌렸어요.

김상준 :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지금 대부분의 대학 감독들이 잠을 못 자요.

김현국 : 예전에는 대학 감독이 괜찮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사실은 프로보다 대학이 코치가 더 필요해요. 프로는 스스로 알아서 하잖아. 대학은 일대일로 붙잡고 가르쳐야 해.  

조성원 : 난 왜 힘들 때에만 올까요? (웃음)

명지대는 김시래와 박지훈 이후 처음으로 1라운더를 배출했습니다. 7년 만의 경사죠. 하위권 팀이 세 명의 졸업생 중 두 명을 프로에 진출시켰습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조성원 감독의 얼굴은 밝지 못했습니다. 선택 받지 못한 한 명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입니다.

“만족하죠.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워요. 기대를 했던 친구가 프로에 못 갔으니까. 그 선수를 불러서 얘기를 들었어요. ‘예상은 했습니다’라고 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래도 부모님 마음이 제일 아플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지금이 끝이 아니니까 마음 정리되면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 즉시전력감은 변준형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올해 드래프트는 흉작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와 발전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물었습니다.

김상준 : 즉시전력감은 변준형이요. 발전가능성 높은 선수는 좀 애매한데...

김현국 : 나도 변준형. 센스가 좋고 힘에서도 안 밀려. 3~4라운드 되면 경기에 나올 것 같아요.  

조성원 : 선수도 운이 따라야 해요. 대학에서 1, 2위를 하던 친구들을 즉시전력이라고 표현하는데, 팀을 잘못 만나면 즉시전력감이 아닌 거죠.

김상준 : 발전가능성 있는 선수가 생각났어요. 우동현. 동현이는 클 수 있는 팀에 갔어요. 그런데 혼자 하던 농구에서 벗어나야 되요.

김현국 : 김준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조성원 : 프로에서 몸싸움을 이기는 것이 관건이겠죠? 

김상준 : 냉정하게 얘기해서 아직은 보여 것이 슛 밖에 없어. 프로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슛을 못 던지게 하면 장점을 보여주기 힘들어요.

김현국 : 점프력이 좋아(웃음). 그 선수가 구력이 짧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어. 그 점을 고려하면 기대할 부분이 있어요. 신장과 스피드에 슛도 좋으니까…. (삼일상고에서 김준형을 지도했던) 강혁 코치를 다시 만났으니 지켜봐야죠.

조성원 : 키우려면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하는데 기회가 있을까요?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데. D리그도 없잖아. D리그가 있으면 키울 수도 있어. 그런데 경기를 내보내기 쉽지 않아요.

김상준 : (이)윤수도 조기진출을 고민했는데 내가 한 마디만 했어요. 올해 나가면 일 순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외국선수만 수비하다 끝날 수도 있다. 지금은 참고 조금 더 준비해서 나가자. 

조성원 : 감독이 기회를 줘도 잡는 선수는 소수에요. 대부분은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성장을 하는데 뛸 기회가 없어요. 그나마 D리그를 운영하는 팀은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팀으로 간 친구들은 쉽지 않습니다.

김현국 : 프로에 빨리 가야할 선수가 있어요. 어느 정도 구력이 있고 농구만 생각하는 아이. 이런 선수들은 빨리 프로에 가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운도 따라야 해요. 지난 시즌에 KCC에 부상이 많았잖아, 그래서 송교창이 게임을 많이 뛰었고 기량이 많이 늘었어요.

조성원 :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잖아요. 농구는 잘한다는 것은 선생님들이 코트에서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시전력감도 마찬가지에요. 그것을 보여주는 선수가 즉시전력감이죠.

[조원규의 시원한 농담] 대학 감독들의 수다 ① 드래프트 이야기

■ 누가 너한테 대표팀 가래?

화제는 팀과 선수의 궁합에서 얼리 엔트리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프로농구로 넘어갔습니다.

김상준 : 프로농구가 재미있어졌다는 기사도 있고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기사도 있는데, 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봐요. 외국선수를 일대일로 막을 수 있는 친구는 세 명 밖에 없어. (제임스) 메이스가 공을 안주니까 (조)성민이가 발을 못 맞춰요. 김시래도 역할이 줄었어요. 국내선수 경쟁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국내선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대학에서 찾는데, 사실 대학에서 선수 키우는 것이 힘들어요. 모두 모여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우리 학교는 모두 모여서 운동하는 시간이 월요일 하루밖에 없어요.

김현국 : 우리는 교수님들이 배려를 해줘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제외하면 오후에 훈련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죠. 예전에 전희철, 이상민은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을 했잖아. 그러니까 성장하는 것이 보였어요.

김상준 : 미국은 학점을 못 따면 경기를 못나간다고 알고 있는데 학교마다 달라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어요. 미국은 아주 먼 지역에서 경기를 하면 수업에 불참해도 됩니다. 그런데 한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고 수업에 들어왔어. 그래서 박수를 받아요. 그런 학생이 많으면 박수 받을 이유가 없잖아. 모든 선수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김현국 : 지금 대학생 국가대표는 상황이 아주 심각합니다. 대표팀에 뽑혀서 그 기간은 수업에 못 들어온다고 했더니 교수님이 그러더래요. 누가 너한테 대표팀 가래? 우리 학교 얘기는 아니에요(웃음).

■ 다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드래프트 현장에 가면 무대 옆으로 프로 지명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 중의 일부는 지명의 기쁨을 누리지만 씁쓸하게 일어서야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이 선수들을 다 부를 필요가 있었을까? 드래프트 이야기의 마지막은 다시 미지명 선수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다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NBA처럼 상위 지명이 확실한 선수들만 불러도 되잖아요. 대신 그 선수들은 확실하게 스타로 만들어줘야죠. 화려하게 조명도 비춰주고, 영상도 만들어주고.”

공부하는 운동선수는 필요한 정책입니다. 짧은 프로선수 이후의 긴 시간을 생각하면 운동 외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있습니다. 

하나는 운동과 공부의 균형입니다. 학생과 선수를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공부의 방법입니다. 과도기적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대학의 운동선수들은 기초학력이 부족합니다. 그들을 일반 학생들과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지도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커리큘럼도 중요합니다.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는 전제 하에 대학 졸업 이후 그들의 삶은 일반 학생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드래프트는 인생이란 긴 여정의 짧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대학농구 이야기는 드래프트 이야기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진=홍기웅 기자 



  2018-12-04   조원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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