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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깊은 성찰과 반성’ 송광민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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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목) 13:03

                           
-태업 논란과 아쉬운 마무리, “모두 제 잘못입니다.”
-타율 3할과 20홈런, 마음 다잡은 송광민의 내년 목표
-‘생애 첫 FA’ 송광민 “돈보단 FA가 됐다는 명예가 더 중요”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입니다.”
 
 
[엠스플 인터뷰] ‘깊은 성찰과 반성’ 송광민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

 
[엠스플뉴스]
 
송광민은 ‘대전 토박이’다. 대전에서 출생해 대전 신흥초·충남중과 충남 공주고를 거친 송광민은 동국대 재학 시절을 제외하곤 대전 부근을 떠나지 않았다. 송광민의 부모도 일찌감치 대전에서 터를 잡았다. 
 
송광민은 ‘이글스 맨’이다. 송광민은 유년 시절 빙그레 이글스를 지켜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지켜본 송광민은 이글스 유니폼을 입는 게 로망이었다. 그리고 2006년 마침내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후 송광민은 13년 동안 ‘원 클럽맨’의 명예를 지켜왔다.
 
올 시즌 5월까지 송광민은 타율 0.315/ 64안타/ 6홈런/ 40타점으로 팀 동료 제러드 호잉(같은 기간 타율 0.339/ 65안타/ 14홈런/ 46타점)과 함께 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태균과 정근우 등 베테랑 타자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준 송광민이었다.
 
송광민에겐 악재도 있었다. 시즌 막판 송광민은 ‘태업 논란’과 함께 한용덕 감독의 공개 질책을 받고서 2군으로 내려갔다. 한 감독과의 극적인 화해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송광민은 시리즈 도중 옆구리 부상이 재발하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송광민은 이제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다사다난했던 시즌이 끝난 만큼 송광민에게도 복잡했던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했다. 송광민이 내린 결론은 하나다. ‘내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이라는 것이다. 영원한 이글스 맨이 되고 싶은 송광민의 진심을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송광민의 두 차례 눈물 “다 제 책임입니다.”
 
[엠스플 인터뷰] ‘깊은 성찰과 반성’ 송광민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

 
올 시즌 끝나고 마음이 복잡했겠습니다.
 
(짧은 한숨 뒤) 제가 경솔한 행동을 했으니 시즌이 끝나고도 도저히 밖으로 못 나가겠더라고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삼갔습니다. 무엇보다 대전 한화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단도 진입으로 물겠습니다. 시즌 막판 ‘태업 논란’이 큰 폭풍을 몰고 왔습니다.(*한용덕 감독은 10월 3일 옆구리를 다친 송광민을 2군으로 내리면서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서 제 마음이 많이 다쳤다. 여태까지 다른 선수들이 고생해서 이렇게 팀이 만들어온 것을 부정해선 안 된다. 지금 같은 시기에 팀플레이에 위배되는 생각과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제 잘못입니다. 스윙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 공에 옆구리 통증이 확 오더군요. 이제 다른 얘기는 필요 없을 듯싶어요. 감독님이 그때 하셨던 말씀도 이제 다 이해가 됩니다. 깊게 성찰해보니 다 제 잘못이더군요.
 
서산 2군에 있는 동안 심정이 어땠습니까.
 
서산에서 하루는 혼자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왜 이렇게 됐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죠. 일단 팀에 너무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자책하면서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엔 극적으로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옆구리 통증이 재발하면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잠시 침묵 뒤) 강한 진통제를 먹고, 주사까지 맞고 나갔어요. 그런데 스윙 도중 또 옆구리 통증이 느껴졌어요. 옆구리가 전혀 움직이지도 않더군요. 2차전 중간에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는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습니다. 들어가는 도중에 (김)태균이 형이 복도에서 대타 준비하는 장면을 봤는데 이상하게 또 눈물이 나더라고요.
 
음.
 
11년 만의 가을야구였잖아요. 제가 괜히 불미스러운 일로 찬물을 끼얹게 한 것 같아 팀과 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했습니다.
 
송광민이 강조한 베테랑의 가치 “필요할 때 쳐준다.”
 
[엠스플 인터뷰] ‘깊은 성찰과 반성’ 송광민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올 시즌 3할 타율은 아쉽게 놓쳤지만, 홈런은 ‘커리어 하이’였습니다. 3루수 거포임을 증명한 시즌이었어요. 올 시즌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129안타/ 18홈런/ 79타점/ 출루율 0.328/ 장타율 0.477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18홈런’이 코너 내야수치곤 많은 게 아니죠. 홈런 생산을 위해 타격 자세도 자주 바꿨습니다. 홈런을 더 많이 때릴 수 있는 자세를 만들 수 있지만, 타율도 생각해야 합니다. 비시즌 동안 유연성을 키우고,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 운동을 해서 내년엔 타율 3할에 20홈런 이상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선 시즌 내내 '몸쪽 속구 대처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상대 투수들도 이를 집요하게 공략한 거로 압니다.
 
올 시즌 확실히 몸쪽 속구 대처가 잘 안 됐어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정도였죠. 네, 트라우마까지 약간 생겼어요. 타율 3할을 놓친 이유기도 한데. 몸쪽 속구 대처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생각은 해놨습니다. 비시즌 동안 잘 준비할 생각입니다.
 
보통 베테랑 3루수들의 고민은 수비에서 나옵니다. 수비에서 어려움은 안 느껴지나요. 올 시즌 3루 수비에서 실책 10개를 기록했습니다. 50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3루수 9명 가운데 최소 실책 5위의 기록입니다.
 
개인적으로 3루 수비 고민은 없어요.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순발력이 조금씩 떨어지긴 하죠. 그래서 비시즌 되면 베테랑들의 경우 개인 훈련 시점을 앞당기는지 몰라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몸 회복이 늦어지니까요. 저도 내년 시즌을 대비하려면 지난해보다 더 빨리 준비해야할 거 같아요. 그래야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최근 대부분 구단이 ‘육성’에 초점을 두면서 베테랑 선수들이 겨울마다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을 향한 시선이 냉정한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 때 SK 와이번스 (박)정권이 형과 (김)강민이 형처럼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줄 수 있으니까. 야구가 어려우면서 재밌는 게 그런 장면입니다. 될 듯싶은데 안 되고, 안 되다가도 잘 풀리는 게 야구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과도 같은 게 야구군요.
 
공은 둥글잖아요.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요. 그래서 답이 없죠. 야구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계속 이뤄지고 있잖아요. 야구는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웃음).
 
뼈를 묻고 싶은 송광민 “전 죽을 때까지 이글스입니다.” 
 
[엠스플 인터뷰] ‘깊은 성찰과 반성’ 송광민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

 
이제 FA 얘길 해볼까 합니다. 프로 13년 차에 1983년생 베테랑 선수로서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하게 됐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보다 잘하고, 대우도 좋게 받는 선수가 한가득이잖아요. 저는 그저 꾸준히 경기에 나가서 제 역할만 묵묵히 해주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군 문제(공익근무요원으로 3년 복무)도 있었는데 이렇게 FA 자격을 취득하니까 신기합니다.
 
FA, 기분이 어떻습니까.
 
신청서를 쓰고 제출하는데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내가 FA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저는 돈 욕심이 크게 없어요. 그런 자격이 있는 선수도 아니고요. 어릴 때 프로라면 돈을 따라다니지 말고 돈이 따라오게 만들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뒤로 연봉 협상 땐 거의 다 한 번에 도장을 찍었어요. 
 
그래도 많이 받을수록 좋은 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물론 돈을 많이 받는 게 나쁜 건 아니죠(웃음). 그래도 전 돈보단 '송광민'이라는 선수가 FA를 했다는 명예가 더 크게 다가와요. 그것도 이글스 선수로서 말이죠.
 
‘대전 토박이’와 ‘이글스 맨’으로서 당연히 잔류 의지가 강하겠습니다.
 
전 죽을 때까지 이글스에요(웃음). 빙그레 이글스 야구를 보면서 한화 유니폼을 입는 꿈을 꿨어요. 다른 곳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남을 곳은 대전과 이글스뿐이에요. 은퇴식 같은 것도 안 해도 되니까 여기에 그냥 뼈를 묻고 싶어요. 전 그저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한화 팬들을 위해 계속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한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있을 듯싶습니다.
 
먼저 시즌 막판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11년 만의 가을 축제를 앞두고 그런 일이 벌어진 건 다 제 책임입니다.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팀 동료들과 팬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내년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 말처럼 꾸준히 가을 야구에 진출하는 강팀이 되도록 더 돕고 싶습니다. 혼자 야구하는 선수가 아닌 팀 전체를 아우르는 베테랑의 역할에도 더 신경 쓰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좋은 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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