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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말린스의 마지막 카드 J.T. 리얼무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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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목) 06:03

                           
[야구공작소] 말린스의 마지막 카드 J.T. 리얼무토

 
[엠스플뉴스]
 
데릭 지터를 소위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던 마이애미 말린스의 새 경영진은, 2017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선수들을 팔아 버린다. 그리고 이듬해, 마이애미는 모두의 예상대로 NL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에 올스타 게임이 펼쳐졌던 마이애미의 홈구장, 말린스 파크는 매 경기 평균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구장을 찾는 팬의 수가 반토막(2018년 평균 관중 약 1만명) 나버렸다. 구단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 번째로 벌어진 '파이어 세일'에 실망한 팬들은 구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2016년 호세 페르난데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크리스찬 옐리치, 저스틴 보어, 디 고든을 비롯한 팀의 주축들이 모두 헐값에 처분되었다. 단 한 명, J.T. 리얼무토만 빼고 말이다.
 
리그 최고의 포수의 성장기
 
 
리얼무토는 2010년 3라운드 22번째(전체 104번째) 지명으로 마이애미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마이너 리그에서 담금질을 거쳐 2014년 6월, 당시 마이애미의 주전 포수였던 제로드 살탈라마키아의 부상으로 AAA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 리그에 데뷔한다. 살탈라마키아가 큰 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며칠 뒤 다시 마이너 리그로 내려 간 리얼무토는, 9월 확장 로스터 때 잠시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이듬해 살타말라키아의 극심한 부진은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살탈라마키아의 잔여 연봉(1천 5백만 달러)이 상당한 규모였지만, 팀은 타격과 수비가 모두 무너진 그를 과감하게 방출한다. 살탈라마키아의 백업 포수는 32세의 제프 메티스로, 리얼무토의 경쟁자가 되지 못하였고 이에 리얼무토는 별 무리없이 팀의 주전 포수가 된다.
 
부진 아닌 부진*을 보낸 첫 해는 그저 적응기였다. 2년차부터는 타격에서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현재까지 줄곧 향상된 타격을 뽐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유격수까지 겸했던 그는 좋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포수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빠른 발도 가지고 있다. 일례로 2015년부터 4시즌 529경기 동안 리얼무토가 친 내야 안타는 74개로 이 부문 12위에 올라 있으며, 이는 무키 베츠(592경기 73개)나 빌리 해밀턴(525경기 69개)과 같이 리그에서 빠르기로 소문난 선수들보다 많다.
*fWAR 기준 1.9로 이는 당시 300타석 이상 소화한 포수 28명 중 11위에 해당한다.
 
[야구공작소] 말린스의 마지막 카드 J.T. 리얼무토

 
리얼무토는 최근 몇 년 사이 유행처럼 번진 '타구 발사각 조정' 또는 '스윙 궤적 교정'이라 불리는 '플라이볼 혁명' 덕을 본 선수 중 하나이다. 그는 매년 타구의 평균 발사각을 올리는데 집중했다. 공을 띄우기 쉬운 스트라이크 존 중앙과 퍼 올리기 용이한 낮은 공에 집중하여, 타구 중 땅볼 비율을 40% 아래로 떨어뜨렸다. 특히 올해 큰 폭으로 향상된 발사각은 그의 커리어 최다인 21개의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가 기록한 wRC+는 126으로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 140명 중에서도 34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로, 홈런 뿐 아니라 전체적인 생산력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렇다 할 부상 치레 없이 매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무토의 꾸준함 역시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올해까지 3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운 포수는 야디어 몰리나와 리얼무토가 유이하다. 수비에서도 딱히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포수로서 중요한 도루 저지율*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30%를 상회하다 최근에는 40%에 육박하는 등 약점이 없는 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색이 없다.
*2015년에는 27%였지만 2018 시즌에는 38%로 300타석 이상 소화한 포수들 59명중 8위다.
 
갈등의 시작
 
[야구공작소] 말린스의 마지막 카드 J.T. 리얼무토

 
현재 리그 최고의 포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리얼무토라고 답할 것이다. 버스터 포지는 세월이 야속하고, 야스마니 그렌달은 수비에서, 살바도르 페레즈는 공격에서의 약점이 심각하게 드러났다. 리얼무토의 가치가 폭등한 가운데 드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마이애미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기에 리얼무토만은 아직 트레이드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유명한 야구 게임으로 비유를 하자면 리얼무토는 '언해피 (Unhappy)'나 '화남 (Angry)'이 뜨고도 남을 정도로 팀에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팀 성적은 리그 최하위, 향후 몇 년간 컨텐딩이 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이에 리얼무토는 이미 여러가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백 6십만 달러를 요구했던 연봉 조정에 실패, 2백 9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팀의 주축인 스탠튼과 옐리치, 오주나가 팔리는 것을 보아야 했다. 결국 시즌을 앞두고 자신 역시 트레이드 되고 싶다는 의견을 에이전시를 통해 전달했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망주가 넘쳐나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시즌 초 리얼무토를 원한다는 뉴스가 떴을 정도로 리얼무토의 트레이드는 확정적으로 보였지만, 올해 리얼무토는 마이애미를 떠나지 못했다.
 
마이애미 구단은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도 엄청난 제안이 없다면 리얼무토의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배짱을 부렸고, 이제는 리얼무토와 거액의 연장 계약을 원한다는 뉴스까지 들려 오고 있다. 장기 연장 계약을 맺은 옐리치나 스탠튼은 당시 팀의 컨텐딩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팀 분위기는 정반대로 연장 계약 논의가 쉽게 시작 될 리도, 양측 모두 행복하게 마무리 될 리도 만무하다. 리얼무토는 구단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테지만, 그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먼저 그가 FA 자격을 얻기 위해선 2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야구 선수, 마이크 트라웃을 낭비하고 있는 LA 에인절스는 입이 떡 벌어지는 오프시즌 보강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 뒤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의 '평생 직장'이 되고 싶다며, 죽을 때까지 에인절스와 함께 할 수 있는 계약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사인을 할지 말지는 트라웃에게 달려있지만, 계속해서 컨텐딩을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는 팀이 건넨 제안이라면 쉽게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파이어 세일 전과 3범의 팀이 이런 오퍼를 한다면 그냥 몸값 불리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말린스는 이렇게, 리얼무토만은 호락호락하게 넘길 생각이 없다는 뜻을 계속해서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어깨에서는 팔지 않는 마이애미
 
말린스가 그를 빠르게 트레이드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그의 가치가 최고점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린스가 처분한 선수들의 올해 성적을 찾아보면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야구공작소] 말린스의 마지막 카드 J.T. 리얼무토

 
옐리치는 마이애미의 계산으로는 빨리 팔아야 했던 매물이었다. 물론 올해 MVP 수상이 확실할 정도의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 2017 시즌에는 2016 시즌을 끝으로 하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오클랜드가 조쉬 도날드슨을 헐값에 처분한 것이 오버랩 되는 듯한 최악의 트레이드라고 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은 아니다. 하지만 밀워크 브루어스를 제외한 구매자들은 속이 터진다.
*2016시즌 wRC+ 134에 fWAR 5.4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주춤하며 가치가 떨어졌다.(표 3. 참고)
 
NL MVP를 수상한 스탠튼의 가치는 최고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는 2017 시즌에 비해 천만달러나 많은 2천 5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거기다 앞으로 남은 10년 2억 7천만 달러의 초거대 계약도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가 없었다. 계약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도 손해보는 장사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키스로 간 스탠튼은 양키 스타디움의 가호는 물론 AL 동부지구 탁구장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40홈런도 치지 못했고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오주나 역시 2017 시즌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찍자 마자 처분했고, 딱히 반등의 요소가 없었던 디 고든 역시 잔여 연봉이 꽤나 많이 남아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주춤하던 옐리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잔류했다면 그 가치가 지속 하락했을 것이고, 보란 듯이 2018 시즌 내내 모두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마이애미의 올해 주축 선수 트레이딩은 가히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리얼무토는 시즌 초,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고 있었고 지금도 계속 상승세이다. 그는 타격과 수비, 경기 운영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리그 최고의 포수로, 내구성 또한 검증 되었으며 컨트롤 기간도 2년이나 더 남아 있다. 겨우 27살 나이에 메이저리그 4시즌을 통째로 소화한 경험까지 겸비한 포수의 가치를 말린스는 인정했고, 그래서 그를 쉽게 트레이드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의 내년 성적은 올해만큼 암울하겠지만, 반면 리얼무토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올해 거둔 엄청난 성공이 소위 ’좌상바’로 이뤄낸 성공이기 때문이다. 리얼무토는 우타자지만 좌투수 상대 성적이 상상외로 엉망 수준이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은 2할을 간신히 넘겼으며 OPS는 .651로 초라하다. 하지만 바로 지난 해 좌투수 상대 타율은 .283이었고 OPS가 .837로 120 wRC+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아직 리얼무토는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이애미는 리얼무토의 가치가 아직 '어깨'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덕에 지금 그들은 계산기만 두드리며 한껏 배짱을 부리고 있다.
 
2019년에도 마이애미의 안주인은 리얼무토?
 
 
리얼무토의 트레이딩으로 대박을 칠 수 있는 시기는 이번 오프시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9년에도 리얼무토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 나타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컨텐딩 팀들에게는 사실상 매니 마차도와 브라이스 하퍼 영입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LA 다저스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외에는 리얼무토를 원하는 구단이 없을 것이고, 마이애미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포수 시장으로 한정하더라도 상황은 딱히 좋아지지 않는다. 2018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포수들 중 윌슨 라모스는 리얼무토보다 나이는 많지만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으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값싼' 자원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좋은 활약을 한 커트 스즈키를 플랜 B 정도로 영입 할 수 있고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까먹고 있는 야스마니 그렌달 역시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포수 보강을 원하는 팀들은 무리하게 리얼무토부터 영입을 시도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특히 수비 능력만 좋다면 플래툰으로 어느 정도 생산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포수에 큰 투자를 하려고 덤벼 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마이애미는 현재 리얼무토와의 연장 계약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적당히 FA 기간을 최소 2년 정도 늦추는 4년간의 연장 계약이라면 마이애미가 원하는 최상급 유망주를 다수 데려오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리얼무토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이룩하고자 함이 마이애미의 숨겨진 본색일 수도 있다. 문제는 '리빌딩'이다. 단 몇 년간의 컨텐딩을 위해 마이애미 말린스 팬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앞으로 감내해야 할까?
 
MLB 인기가 날로 줄어든다고 한다.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명분 하에 피해자가 된 만여 명의 무고한 팬은 내년에도 계속해서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기록 출처: MLB.com,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조우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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