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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GOODBYE 힐만? SO LONG 힐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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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금) 07:02

                           
아름다운 이별의 완벽한 예시가 아닐까.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함과 훈훈함을 남겼다. 영원한 작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GOODBYE 힐만? SO LONG 힐만!

 
[엠스플뉴스]
 
아름다운 이별은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모순적인 단어 조합이다. 특히 KBO리그 감독에 한해선 더 그렇다. 보통 떨어진 성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나가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보통의 예시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이별을 현실로 만들었다. 게다가 그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먼 훗날 재회를 약속한 잠깐의 이별을 고한 힐만 감독이었다.
 
SK 감독 이·취임식이 열린 11월 15일 인천 문학경기장엔 힐만 감독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We will miss you! SK 팬들의 마음을 압축한 문장이었다. 그 현수막 밑에서 힐만 감독은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주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팬들도 힐만 감독의 마지막 순간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나타난 힐만 감독에겐 ‘마지막’이라는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불과 3일 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달성한 ‘V4’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힐만 감독은 예고된 이별을 신사답고 멋지게 받아들였다.
 
 
먼저 최창원 구단주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받은 힐만 감독은 류준열 대표이사에게도 2년 동안 추억이 담긴 축하 앨범을 선물로 받았다. 올 시즌 주장 이재원은 “2년 동안 힐만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다. 힐만 감독과의 추억을 팀 동료들과 잊지 않겠다”고 말한 뒤 힐만 감독의 요구로 한국시리즈 홈런 ‘엄지 척’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힐만 감독의 유쾌함은 이어졌다. 최 항과 정의윤을 지목해 함께 ‘의리’를 다섯 번 외치면서 웃음을 자아낸 힐만 감독은 즉석에서 자신의 애창곡인 가수 블랙 아이드 피스의 ‘I Gotta Feeling’ 한 소절을 부르면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 기원 시구를 했던 김진욱 어린이도 이임식 현장을 찾았다. 소아암을 앓는 김진욱 어린이는 떠나는 힐만 감독을 향해 “SK 와이번스 선수단과 팬, 그리고 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GOODBYE 힐만? SO LONG 힐만!

 
그리고 고별사를 위해 힐만 감독이 마이크를 들자 유쾌했던 이임식의 공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힐만 감독은 “한 명도 빼놓지 않겠다”면서 직접 메모한 종이를 꺼내 구단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감사함을 전했다.
 
SK에서의 2년은 서로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희생한 시간이었다. 먼저 김강민·박정권·이재원이라는 훌륭한 주장과 함께 일해서 영광이었다. 또 박정배·최 정·채병용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뛰어난 리더십에 감사드린다. 2년 동안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지켜봤다. 여러분의 믿음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신뢰해 달라.
 
매일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힘든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순간이 여러분이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다. 여러분의 가족을 항상 사랑해라. 하루 동안 8만 6,400초라는 시간이 있다. 1초 1초 아끼지 말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정말 자주 웃어 달라. 여러분을 향한 무언가 느낌이 있다. 거기엔 정말 좋은 감정과 사랑밖에 없다. 감사드린다.” 힐만 감독의 고별사였다.
 

힐만 감독은 “감독님 염!”을 크게 외치면서 염경엽 신임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힐만 감독은 “염경엽 신임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단장 시절 보여준 지혜로 큰 도움을 받았다. 구단이 내린 선택을 믿는다. 앞으로 수년 동안 선수단을 데리고 많은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앞으로도 감독님과 선수단을 향해 항상 기도하겠다”며 취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경엽 감독의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힐만 감독은 프런트와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 힐만 감독을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엔 거짓 없이 순수하고 진한 아쉬움의 감정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영원한 작별이 아닌 어떤 위치에서라도 인천으로 돌아오겠다는 힐만 감독의 진심이 있기에 언젠가의 재회를 기약하며 그렇게 그들은 잠깐의 이별을 고했다.
 
‘GOODBYE 힐만’이 아닌 ‘SO LONG 힐만’을 외쳐본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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