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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이동욱 감독 “프런트·데이터 야구요? ‘NC 야구’ 입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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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수)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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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11.14 (수) 10:54

                           
-이동욱 감독 선임해 야구계 변화한 흐름에 발 맞춘 NC


-초보 감독 선임에 ‘프런트 야구’ ‘데이터 야구’ 오해도


-프런트 야구? 프런트와 현장이 협력한 NC 야구다


-데이터는 현장 판단을 돕는 역할, ‘데이터 야구’는 오해


 


[배지헌의 브러시백] 이동욱 감독 “프런트·데이터 야구요? ‘NC 야구’ 입니다”


 


[엠스플뉴스]


 


프로야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감독 한 사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저물고, 전문가들이 모인 구단과 현장 코칭스태프가 하나로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넥센 히어로즈의 선전과 SK 와이번스의 우승은 최근 프로야구의 달라진 흐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두 팀엔 소위 말하는 ‘명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야신이니 야통이니 야왕이니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전권을 휘두르는 야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 영입과 전력 구성, 육성은 진보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프런트가 책임졌다. 감독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관리자(manager)’ 역할에 충실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주어진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기를 운영하는 게 감독에게 요구된 역할이었고 장정석 감독과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NC 다이노스도 이동욱 감독 선임으로 달라진 야구계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 이 감독은 “만약 다른 팀이었다면 이런 기횔 얻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비록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스타 출신은 아니지만, NC는 이 감독이 가진 지도자로서 이론과 신념, 그리고 열정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구단과 협력하고 소통하며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지도자란 판단이 이 감독 선임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초보’ 감독이 선임되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다. 한국에서만 쓰이는 이상한 용어, ‘프런트 야구’ 얘기가 어김없이 나온다. 이 감독 선임 소식에 일각에선 NC가 ‘프런트 야구’를 한다고 주장하며, 프런트가 현장의 영역을 멋대로 좌우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또 이 감독의 데이터 활용 능력에 초점을 맞춘 ‘데이터 야구’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이런 평가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NC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11월 13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프런트 야구와 현장야구의 이분법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프런트와 현장이 협력하고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감독은 영원하지 않지만, NC는 영원하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이동욱 감독 “프런트·데이터 야구요? ‘NC 야구’ 입니다”


 


이동욱 감독은 “우선 프런트 야구가 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프런트 야구란 말이 나오기에 ‘프런트 야구가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답을 못하더라. 그게 뭔지 명확하게 제시하면 저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반박할 수 있는데, 프런트 야구라고 하는 쪽에서도 그게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 감독의 말이다.


 


‘프런트 야구’란 말이 처음 미디어에 등장한 건 2010년 말, 삼성 라이온즈가 선동열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류중일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면서부터다. 5년 계약 첫 시즌을 마친 스타 출신 감독을 단칼에 자른 삼성의 행보에 일부 언론은 ‘삼성이 감독 야구에서 프런트 야구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언뜻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프런트 야구’란 말 속엔 감독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프런트가 멋대로 팀을 망친다는 힐난이 담겨 있었다. ‘초보’ 감독이 막강한 구단 프런트에 맞서 힘을 쓰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나왔다. 야구단 운영의 주도권이 프런트가 아닌 감독 쪽에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행간에 드러났다. 하지만 류 감독을 선임한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성공을 거뒀다. 


 


프런트에 대한 불신은 과거 한국야구 일부 구단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에 의해 움직였기 때문에 생겼다. 또 초창기 프로야구는 선수단 규모가 작아 감독 한 사람이 모든 걸 살펴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야구단 감독과 모그룹 총수가 ‘독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대부분 구단의 프런트에는 마케팅, 홍보, 데이터 분석 등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이런 인재들로 구성된 구단이 선수를 뽑고, 영입하고, 관리하고, 육성하는 일을 도맡는다. 


 


이렇게 주어진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게 현장 감독의 역할이다. SK 힐만 감독은 2년 동안 구단의 트레이드, 영입에 대해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2군 선수를 1군에 오라가라 한 적도 없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선수단으로 경기에 이기는 역할에 충실했다. 


 


감독이 FA(자유계약선수)나 트레이드, 2군 육성, 신인 드래프트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 구단 역시 현장 감독의 경기 운영에 불필요한 어깃장을 놓지 않았다.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렇게 하고 있다. ‘프런트 야구’가 아니라 정상적인 프로야구 구단의 역할 분담이다. SK와 넥센이 그렇게 했고, 성공을 거뒀다. 


 


이 감독은 “프런트 야구라는 말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프런트가 시킨대로 다 하겠지’란 인식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볼 땐 이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서로 힘을 합치고,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월권과는 다릅니다. ‘이런 게 있는데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견을 들어봐서 맞는 얘기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구단이 마케팅을 하는데 현장에서 ‘선수들이 이런건 안하고 이런 걸 더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는 거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겁니다. 이 감독의 말이다. 


 


이 감독은 “구단과 현장 간에 신뢰가 없다면 서로 싸움밖에 더 나겠느냐”며 어차피 구단 대표이사도, 단장도, 감독도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NC라는 팀은 모기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진다. NC가 계속 잘 가길 원하는 건 구단과 현장의 똑같은 목표다. 그것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야구? 데이터는 현장의 ‘더 나은 판단’을 돕는 역할


 


[배지헌의 브러시백] 이동욱 감독 “프런트·데이터 야구요? ‘NC 야구’ 입니다”


 


‘이동욱 야구는 데이터 야구’라는 오해 아닌 오해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이 감독이 세이버메트릭스 등 진보적인 분석 기법에 큰 관심을 가진 지도자인 건 사실이다. 이전보다 NC에서 데이터 분석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 오해하듯 데이터에만 의존한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감독은 “데이터는 ‘보조적’인 역할”이라며 ‘빅데이터 추천 서비스’의 예를 들었다. “요즘 인터넷을 하다 보면 ‘40대가 많이 찾는 식당’ 식으로 데이터 기반 추천을 해줍니다. 하지만 그 중에 내가 싫어하는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아무리 데이터가 그렇게 나와도, 내가 먹고 싶은게 따로 있다면 그걸 먹겠죠.”


 


이 감독은 “야구도 마찬가지”라며 현장에서 보이는 현재 선수 컨디션, 멘탈은 데이터로 나타나지 않아요. 지금 상태가 안 좋은데, 멘탈이 흔들리고 있는데 데이터상으로 강하다 해서 기용할 순 없잖아요. 데이터의 도움을 받되,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감독과 코치가 할 몫이라 설명했다.


 


NC 관계자도 같은 취지의 얘길 들려줬다. “데이터 분석은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좀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 결정은 현장에서 내리는 거죠. 데이터 야구가 아닌 ‘이동욱 감독의 야구’이고 ‘NC 야구’입니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일반 팬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방대한 소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단순히 투수와 타자의 상대전적 같은 일차원적 스탯을 넘어, 무브먼트와 릴리즈포인트, 타구질, 투구 궤적과 스윙 궤적까지 측정해서 라인업을 짜고 선수를 교체하는 근거로 삼는다. 


 


과거처럼 감독과 코치의 직관적인 감만 갖고 판단을 내리는 시대는 지났다. 구단과 잘 협력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정보까지 알고 경기하는 팀과,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NC와 이 감독은 구단과 현장이 협력하고 소통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물론 여전히 현장 감독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 감독은 마무리훈련 기간 누구보다 운동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감독’ 역할을 수행했다. 선수와 스태프에게 먼저 다가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듣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내려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의 열정은 젊은 코치진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염됐다. 그 열기 때문인지 초겨울 날씨에도 훈련이 진행되는 내내 마산야구장은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였다. 활기찬 훈련 분위기가 내년 시즌 확 달라진 NC를 예감하게 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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