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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어틀리, HOF 입성 가능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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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월) 20:46

수정 1

수정일 2018.11.13 (화) 07:58

                           
[이현우의 MLB+] 어틀리, HOF 입성 가능할까?


 


[엠스플뉴스]


 


'실버 폭스' 체이스 어틀리(39)가 공식 은퇴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0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어틀리를 조건 없이 방출했다. 이제 어틀리는 공식적으로 은퇴하게 됐다. 그는 지난 7월 시즌 후 은퇴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어틀리는 2003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8시즌까지 16시즌 동안 통산 1937경기 1885안타 259홈런 1103득점 1025타점 154도루 타율 .275 출루율 .358 장타율 .465 OPS .823을 기록했다. 또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을 포함해 통산 6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이런 어틀리의 통산 성적과 수상 실적은 2루수치곤 매우 우수하긴 하지만, 명예의 전당(이하 HOF) 헌액 여부를 논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한 선수의 공·수·주를 통한 팀 기여도를 측정하는 좋은 도구다. 어틀리는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를 기준으로 통산 WAR 63.2승을, 베이스볼레퍼런스를 기준으로 WAR 65.4승을 기록했다. 이는 양대 야구 통계사이트에서 각각 역대 2루수 통산 WAR 12위,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현우의 MLB+] 어틀리, HOF 입성 가능할까?


 


역대 2루수를 주포지션으로 한 선수 가운데 HOF에 입성한 선수는 모두 22명이다. 이 가운데 어틀리보다 WAR이 낮은 선수는 총 12명이 있었다. 즉, 어틀리는 HOF에 입성한 2루수들의 과반수보다 높은 통산 WAR을 기록 중이다. 실제로 어틀리의 WAR 65.4승은 최근 HOF에 입성한 로베르토 알로마(67.1승), 크레이그 비지오(65.1승)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어틀리는 고전적인 지표(안타, 홈런, 타점 등)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고전적인 누적 지표가 부족한 원인은 단순하다. 어틀리는 팀 내 사정으로 인해 빅리그 데뷔 시기(만 24세)가 늦었을 뿐 아니라, 주전을 차지한 시기(만 26세)는 더욱 늦었다. 한편, 부상으로 전성기를 보냈어야 했을 2010-2012시즌(만 31-33세) 동안 연평균 100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에 고전적인 누적 지표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어틀리는 전성기 시절에도 클래식 스탯 분야에서는 리그 최고 수준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틀리는 통산 타석당 볼넷 비율이 10%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통산 몸에 맞는 공이 204개(역대 8위)에 달할 정도로 참을성이 뛰어난 타자였기 때문이다. 그 탓(?)에 최전성기였던 2005-2009시즌 5년 동안도 클래식 스탯은 타율 .301 29홈런 101타점에 그쳤다. 


 


그 대신 어틀리는 5년 평균 무려 .388에 달하는 출루율을 바탕으로 세이버메트릭스 상으론 무지막지한 공격 기여도(팬그래프 기준 5년간 199.9점)를 쌓을 수 있었다. 여기에 통산 도루 성공율 87.5%에서 알 수 있듯이 뛰어난 주루 센스와 통산 95.3점에 달하는 UZR(수비 기여도) 역시 클래식 스탯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어틀리의 장점이다.


 


어틀리의 기간별 bWAR 변화


 


데뷔 초기(만 24-25세) 합계 2.6승 연평균 1.3승


최전성기(만 26-30세) 합계 39.7승 연평균 7.9승


전성기 후반(만 31-35세) 합계 20승 연평균 4.0승


선수 말년(만 36-39세) 합계 3.2승 연평균 0.8승


 


이런 공·수·주에서의 기여도를 바탕으로 어틀리는 2005년부터 2009년(만 26-30세)까지 최전성기 5년간 fWAR 38.4승(연평균 7.7승)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앨버트 푸홀스(40.7승)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야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자, 동시대 최고의 선수로 꼽혔던 알렉스 로드리게스(32.3승 전체 3위)를 압도하는 수치이기도 했다.


 


최전성기 5년 이후 어틀리는 엄지(2010년)와 무릎(2011년) 부상을 겪으며 출전 경기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틀리는 2010-2014시즌(만 31-35세) 5년간 부상으로 연평균 117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WAR이 4.0승(MLB 주전 평균 약 2.0승)에 달했을 정도로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여전히 2루수로선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했다.


 


요약하자면 전성기가 짧았던 선수라는 인식과는 달리, 어틀리는 빅리그 경력 16년 가운데 5년을 MVP급 레벨의 선수로 이후 5년을 올스타급 레벨의 선수로 보냈다. 그렇기에 누적 지표인 통산 WAR에 있어서도 우수한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한편, 임팩트 면에서도 뛰어났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어틀리가 특별한 선수인 이유는 단순히 이러한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어틀리는 커리어 내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투지 넘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선수 경력 대부분 동안 그의 별명이었던 The Man이 만들어진 계기 역시 2006년 투수 앞 느린 땅볼 타구에 홈까지 파고드는 투지 넘치는 주루 플레이를 펼친 어틀리에게 필라델피아의 전설적인 캐스터인 해리 칼라스가 "Chase Utley, You Are The Man"이라고 외친 데서 유래했다.


 


물론 어틀리의 이런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종종 상대 선수의 부상(ex. 2015년 루벤 테하다의 시즌 아웃)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어틀리는 원정 경기에서 때때로 상대팀 팬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곤 했다. 그러나 어틀리의 투지는 소속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은퇴 직전까지 평범한 땅볼에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선수였다.


 


선수 경력 내내 그는 팀 내에서 가장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선수였고, 식단조절을 포함한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이름이 높았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어틀리는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이후 16년간 몸담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도, 2015시즌 중반 이적해 3시즌 반 동안 활약한 LA 다저스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맡아왔다.


 


양 팀의 팬들과 기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수였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성적 외적인 요소에서 어틀리는 HOF 투표권을 지닌 기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NL MVP를 수상했던 팀 동료와 체이스 어틀리


 


2006년


[체이스 어틀리] 160경기 32홈런 131득점 15도루 타율 .309 WAR 7.2승


[라이언 하워드] 159경기 58홈런 149타점 0도루 타율 .313 WAR 5.9승


 


2007년


[체이스 어틀리] 132경기 22홈런 103타점 9도루 타율 .332 WAR 7.7승


[지미 롤린스] 162경기 30홈런 139득점 41도루 타율 .296 WAR 6.5승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어틀리의 수상 실적이 HOF급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데 있다. 어틀리는 세이버메트릭스 상으론 흠잡을 데 없는 2루 수비를 자랑했으나, 뻣뻣한 송구 동작 등으로 인해 현장으로부턴 수비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수 경력 내내 골드글러브 역시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한편, 본인의 최전성기이자 필라델피아의 전성기였던 2006-2007시즌에 팀 동료였던 라이언 하워드(2006)와 지미 롤린스(2007)에게 밀려 MVP를 수상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어틀리는 두 시즌 모두 필라델피아 팀 내 WAR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세이버메트릭스에 의한 선수 평가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이라면 둘을 제치고 MVP를 수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리고 어쩌면 지금 기준에서도) 58홈런을 친 하워드와 30-30 클럽에 가입한 롤린스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어틀리의 공헌도는 조명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틀리가 HOF에 입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팬 및 HOF 투표권자들은 점차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한 선수 평가에 익숙해지고 있다. 한편,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 여겨졌던 더스틴 페드로이아(부상)와 로빈슨 카노(약물)가 몰락하면서 여전히 2000년대를 대표하는 2루수로 남아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이런 추세대로라면 어틀리는 15년 후 투표 자격을 잃기 전까지 HOF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현우의 MLB+] 어틀리, HOF 입성 가능할까?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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