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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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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월) 12:24

                           

[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예비 프로’가 쓰는 취업이력서. 25편의 주인공은 고려대 중퇴를 결심하고, 프로 조기 진출을 결정한 김준형(21, 201.1cm)이다. 삼일상고 시절부터 장신 슈터로 이름을 알린 그는 조기진출에 또 다른 성공사례를 보이고 싶다며 프로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준형은 2018년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참가자 중 신장(201.1cm), 윙스팬(201cm), 스탠딩 리치(267.5cm), 버티컬 점프(329.75cm), 맥스 버티컬 점프(353.05c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어렸을 적부터 사이즈가 남달랐다. 농구뿐만 아니라 배구에서도 탐낼만한 인재였다.

 

[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커서 눈에 띄었어요. 농구보다는 배구부에서 먼저 스카우트 제의가 왔거든요. 학교 수행평가로 배구를 해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거절했어요.” 길거리 농구를 하던 김준형은 배구부 영입을 거절했고, 배구부 코치는 이무진 코치(현 홍대부고 코치)에게 김준형을 토스했다.

 

사실 이보다도 이전에 정은순 위원(현 KBSN 해설위원)으로부터 농구부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신장이 188cm였던 김준형에게 정 위원이 농구부 입단 제의를 한 것.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김준형은 취미로만 농구를 했다며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는 영입 제의를 받은 홍대부중을 제쳐두고, 삼일중에서 농구공을 잡았다. 홍대부고로 입학을 준비하면서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게 됐는데 당시 홍대부고를 이끌던 이무진 코치가 대회 개최 장소였던 삼일상고 현장을 찾은 것. ‘김준형을 보러 홍대부고 코치가 떴다더라’하는 소문이 삼일상고에 퍼졌고, 이를 안 곽동기, 이승규가 김준형의 발걸음을 홍대부고가 아닌 삼일상고로 그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늦게 농구를 시작한 탓에 1년 유급을 먼저 했다. 어렸을 적부터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또 놀이 형식으로 훈련을 시켜준 코치 덕분에 재미는 금방 붙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는 농구선수가 되기로 한 걸 후회할 정도로 훈련을 타이트하게 했다.

 

“처음에 삼일중에서는 농구를 정말 재밌게 했어요. 하지만 실력에서는 상대 센터들한테 밀리는 신세였죠. 삼일상고로 진학한 후에는 강혁 코치(현 창원 LG 코치)님을 만나 슛을 장착하게 됐어요”라고 말한 그는 농구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을 때가 고등학교 1학년 때라고 했다.

 

[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1학년 때는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생각보다 잘 풀렸어요. 춘계대회에서 정희원(KT), 장태빈, 박준영(이상 고려대) 형이 있는 송도고에게 발목이 잡혀 준우승을 거뒀는데, (제주도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다시 만났어요. 당시 (송)교창이 형(KCC)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장했거든요. 그래도 거의 다 따라갈 정도로 추격했는데, 저는 부진했었어요. 간간이 찬스가 나면 3점슛을 던졌는데, 제가 경기 종료 1.3초를 남겨두고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연장전을 갔어요. 1차 연장전에서 2점차로 뒤지고 있을 때 다시 돌파에 성공하면서 2차 연장을 갔죠.”

 

결과는? “(김)병수가 3점슛을 넣으면서 이겼어요. ‘1학년 마무리를 잘했으니깐, 2학년 때 더 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기대감도 잠시, 김준형은 곧장 슬럼프에 빠졌다. 강혁 코치로부터 “경기 출전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쓴소리도 들었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날도 늘었다.

 

‘더 잘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김준형의 발목을 잡았다. “1학년 때 잘해서 2학년 땐 당연히 더 좋은 실력을 갖출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조급했던 거죠. 구력도 짧은 데다 성급하기까지 했어요. 주역이 되고 싶은 마음인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팀에 미안하기까지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 김준형이다.

 

슬럼프를 떨치기 위해 다시 농구공을 잡았다. 이윤환 감독과 강혁 코치가 그의 슛 동작 교정에 나섰고, 팔각도까지 세세하게 고쳐갔다. 다음 날 새벽 훈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슛 연습은 계속됐다. “그래도 제가 은퇴할 때까지 가져가야 할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어요. 지적받는 건 이해하려 했고, 오랜 시간 연습을 해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했죠.”

 

덕분에 3학년 들어서는 공격 루트가 좀 더 다양해졌고, 양준우, 하윤기, 이현중 등 실력 있는 동생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춘계대회 4강, 협회장기 우승, 연맹회장기 준우승을 거머쥐며 그는 고려대로 향했다.

 

[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포스트가 강점인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이종현, 강상재, 박준영, 박정현 등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상황이 됐다. 1학년 때는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올 시즌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 KBA 3x3 코리아투어 서울대회에 참가해 자신감을 얻어 온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후반기 들어 형들의 공백을 메우는 깜짝 활약을 보이는가 싶었지만 그의 자리는 다시 벤치였다.

 

앞서 프로에 조기 진출한 송교창, 양홍석 등의 성공적인 데뷔를 지켜본 그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경기에 못 뛰고, 벤치에 앉아있으니 (슬럼프에 빠졌던)고등학교 2학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형들이 격려해주는 말도 잘 안 들렸던 것 같아요. 주눅이 들고, 위축됐던 것 같아요”라고 생각하며 김준형은 일찍 프로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학년 초반이었어요. 고3 때처럼 플레이를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다가 프로조기 진출에 대한 성공사례를 보게 됐는데 저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라고 결심한 그는 슛 연습과 더불어 단점으로 꼽혔던 웨이트 보완에 집중했다.

 

[내가쓰는이력서] (25) 프로조기진출 선언 김준형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파” 

지금은 팀 훈련이 아닌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오전에는 스킬 트레이닝 센터에 방문해 웨이트 보완과 수비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모교인 삼일상고로 향해 슛 연습을 하며 꾸준히 몸 관리에 올인하고 있다.

 

“(송)교창이 형처럼 프로에서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전한 그는 롤 모델로 삼일상고 선배인 KCC 송교창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고려대에서 중퇴하고 프로에 진출하는 거라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못꺼냈어요. 부모님과만 이야기를 나눴죠. 기사를 보고 교창이 형이 먼저 연락이 왔는데, 초반에는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신경 쓰지 말고 제가 해야 할 것에 신경 쓰라고 하더라고요. 잘하면 평가도 좋게 바뀔 거라고 위로도 해줬고요(웃음).”

 

그러면서 그도 프로에 진출해서는 당찬 플레이로 임팩트를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신인으로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막내다 보니 처음부터 시작하는 입장이잖아요. 잃을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 악물고 열심히 해서 평가를 뒤집어 보려고요.”

 

농구선수로서 펼쳐 보인 모습은 그리 길지 않지만, 또 다른 프로 조기 진출에 대한 성공 사례를 그리는 것을 그는 꿈꾼다. 최종 꿈은 국가대표로 정한 그는 “나중에 농구를 늦게 시작한 후배들이 있으면 그 동생들도 선배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텐데, 그때 제가 ‘늦게 시작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가 됐다’는 스토리로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먼 미래를 내다봤다.

 

김준형이 참가하는 2018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오는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며 총 46명이 참가하는 트라이아웃은 오전부터 시작된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한필상, 박상혁 기자) 



  2018-11-12   강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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