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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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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6 (화) 20:24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엠스플뉴스]
 
류현진(31)이 LA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을 때 예상되는 몸값은 얼마일까?
 
지난 5일 필자는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QO를 거절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류현진이 내년에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겨울 이적시장에 나와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글이 게시된 이후 댓글과 메일을 통해 많은 피드백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글은 많은 독자분이 주신 질문에 대답하고 지난 글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쓰려고 한다. 먼저 가장 많았던 질문은 "기자가 생각하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해야 하는 이유가 그럼 내년에 잘 던질 확률이 없어서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이후 커터와 스파이크 커브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을 추가하는 등 구종 다양성 측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으며, 올해는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위를 회복했다. 심지어 특유의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도 여전했다. 그 결과 MLB 전체 좌완 선발 투수 가운데 크리스 세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xwOBA(기대 가중출루율)인 .268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8시즌 300타석 이상 타자를 상대한 좌완 선발 투수들의 xwOBA 순위
 
1. 크리스 세일 xwOBA .230
2. 류현진 xwOBA .268
3. 블레이크 스넬 xwOBA 0.272
4. 클레이튼 커쇼 xwOBA .279
5. 패트릭 코빈 xwOBA .281
6. 제임스 팩스턴 xwOBA .284
7. 알렉스 우드 xwOBA .286
8. CC 사바시아 xwOBA .287
9. 맷 보이드 xwOBA .288
10. 댈러스 카이클 xwOBA .290
 
wxOBA란 상대한 타자들의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 및 볼넷과 삼진을 바탕으로 기대 성적을 출루율 스케일로 나타낸 지표다. 2018시즌 평균은 .311이었다. 이는 류현진을 상대한 타자들의 타구 질이 좋지 않았다는 뜻으로, 바꿔 말하자면 '류현진이 타자들을 상대로 약한 타구를 유도해냈다'는 것이 된다. 즉, 올해 류현진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건강만 하다면' 류현진은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지난 글에 이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건강만 하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다.
 
30대 투수에게 단년 계약이 위험한 이유
 
 
 
30대 FA 선발 투수에게 1년 계약이 위험한 이유는 언제 어떻게 부상을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올해 류현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류현진은 수술을 받은 왼쪽 어깨와 팔꿈치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전에서 투구 도중 갑작스럽게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올해 류현진의 투구 이닝이 82.1이닝에 그쳤던 이유다.
 
그런데 이런 갑작스런 하체 근육 파열 계열의 부상은 예방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이 나쁘면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듯 부상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특히 야수에 비해 부상의 빈도가 잦은 투수는 더하다. 특수한 사례(ex. 구로다 히로키)를 제외한 대부분의 FA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이쯤 해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도둑놈 심보를 가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기 계약은 선수 입장에선 일종의 '안전 장치'다. 예를 들어 빅리그 진출 당시 류현진의 계약 기간이 3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류현진은 2014년 어깨 부상 이후 1년간 DL에 머물다 FA가 됐을 것이다.
 
그럼 지금쯤 류현진은 어떻게 됐을까? 운이 좋을 경우엔 네이선 이볼디나, 드류 스마일리처럼 재활기간을 포함해서 낮은 금액에 2년 계약을 제시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우리는 2017시즌 빅리그에 복귀해서 가능성을 내비친 다음, 올해 7승 3패 82.1이닝 평균자책점 1.97을 거두고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류현진을 볼 수 없었을 확률이 높다.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따라서 선수의 입장에선 단년 계약에 비해 평균 연봉은 조금 적더라도 무조건 3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필자가 "류현진에게 장기 계약하고 먹튀하라는 소리를 한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런 식이면 단년 계약을 고집한 구로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수들이 '예비 먹튀'가 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는 할 수 있는 한 대형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그리고 FA 선수의 몸값은 철저히 시장의 논리에 의해서 메겨진다. 예를 들어 2001년 박찬호가 다저스의 1년 1200만 달러를 거절하고 텍사스와 옵션 포함 5년 71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 "먹고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주는 구단과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가 박찬호에게 그만한 돈을 준 이유는 당시 박찬호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강요해서는 아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나왔을 때, 상대적으로 긴 계약 기간과 연봉 총액을 보장하는 팀이 있다면 해당 팀과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다고 해서 그 팀이 다저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퀄리파잉 오퍼 거절 후 원소속팀과 FA를 맺은 선수
 
2015년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 7년 1억 6100만
2015년 덱스터 파울러(컵스) 1년 1300만
2015년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1년 1200만
2015년 마르코 에스트라다(토론토) 2년 2600만
2015년 하위 켄드릭(다저스) 2년 2000만
2015년 알렉스 고든(캔자스시티) 4년 7200만
2016년 켄리 잰슨(다저스) 5년 8000만
2016년 마이크 트럼보(볼티모어) 3년 3750만
2016년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1년 1850만
2016년 저스틴 터너(다저스) 4년 6400만
2016년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메츠) 4년 1억 1000만
2017년 마이크 무스타커스(캔자스시티) 1년 650만
=최근 3년간 총 34명 가운데 12명(35.3%)
 
따라서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단 하나다. 바로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갔을 때, 다저스를 포함해 그 이상의 대우를 해줄 팀이 있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충분히 있다'다. FA 재수는 자신의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 
 
류현진의 예상 몸값을 예상해보자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위 표는 지난 두 시즌 동안 1년 6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FA 선발 투수 25명의 나이와 계약 규모, FA 직전 해에 거둔 성적을 정리한 자료다. 이 가운데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선수와 비교하면,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섰을 경우 받게 될 몸값을 대략적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먼저 류현진보다 3살 이상 나이가 많거나(바톨로 콜론, RA 디키, 제이슨 바르가스, CC 사바시아, 제이슨 해멀), 확실히 못 한 선수(마이크 파이어스, 드류 스마일리, 마이클 피네다, 하이메 가르시아, 타이슨 로스, 데릭 홀랜드, 앤드류 캐시너, 찰리 모튼, 에딘손 볼퀘즈)를 제거해보자. 그다음 확실히 더 잘한 선수(다르빗슈, 제이크 아리에타)를 빼면 총 8명이 남는다.
 
류현진보다 6살이나 많은 리치 힐을 목록에서 지우지 않은 이유는 그가 거둔 성적이 이닝과 평균자책점 면에서 올해 류현진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15시즌 종료 후 FA 선발 투수 가운데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선수 3명을 더하면 아래 표와 같이 딱 11명이 된다.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위 11명 가운데 가장 낮은 연봉 총액을 보장받은 선수는 랜스 린이다. 퀄리파잉 오퍼 거절 후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노리던 그는, 미네소타의 2년 20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한 후 1년 12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반면, 가장 많은 평균 연봉을 보장받은 선수는 힐과 캐즈미어로 둘 다 다저스와 3년 4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현재 류현진은 위 10명 가운데 9명(마이너는 2017시즌을 불펜으로 뛰고 선발 투수로서 텍사스와 계약을 맺었다)보다 이닝이 적지만, 반대로 세부 성적은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현지 매체들로부터 비슷한 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린(1200만), 잘 되면 힐(4800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을 맺으리라는 것을 대략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 2016년 당시 힐은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해 오프시즌 투수 최대어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힐보다 현재 류현진의 나이가 6살이나 어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챗우드는 평균자책점은 4.69이지만, 류현진보다 3살이나 어리고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았으며,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썼다.
 
셋째, 헬릭슨은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하고 재수에 도전했으나, 2017시즌 8승 11패 164.0이닝 평균자책점 5.43에 그치며 이듬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받았다. 마지막으로 캐시너와 샤신 그리고 에스트라다는 단년 계약을 맺고 FA 재수에 도전하는 대신 2년 계약을 보장받았다. 이는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선수들이 '대박'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는 좋은 예다.
 
3년간 FA 선발 투수 계약을 통해 본 류현진의 예상 몸값
 
최악의 경우: 1년 1000~1200만 달러
2년 계약 시: (거부하고 단년 계약이 나음)
3년 계약 시: 연평균 1000~1600만, 총액 2600~4800만
4년 계약 시: 연평균 900~1400만, 총액 3600~5600만
최상의 경우: 4년↑ 총액 6000만↑
 
이를 통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을 시 류현진의 몸값은 최악의 경우 1년 1000~1200만 달러, 3년 계약 시 총액 2600~4800만 달러로 예상해볼 수 있다. 어렵겠지만 4년 계약을 맺을 수만 있다면 연봉 총액이 4800만 달러를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알렉스 콥). 이 정도면 충분히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모험을 걸 가치가 있다.
 
유리한 시장 상황 그리고 다년 계약이 갖는 또 다른 장점
 
[이현우의 MLB+] 류현진, QO 거절 시 예상 몸값은?

 
물론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할 경우 오히려 퀄리파잉 오퍼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할 가능성도 있다(2012년 이후 68명 중 7명). 어쩌면 마이크 무스타커스가 그랬듯이 퀄리파잉 오퍼보다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가량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후 FA 재수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큰 피해액이라고 볼 수 없다.
 
100억 원은 일반인에게 큰돈이다. 하지만 퀄리파잉 오퍼를 받는 수준의 메이저리그 FA 선수에겐 그렇지 않다. 더구나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한다고 해도 100억 원을 손해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한다고 해도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겨울 이적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빅마켓 구단은 '역대급'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대비해 2018시즌 연봉총액을 사치세 규정선인 1억 9700만 달러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겨울 이적시장은 FA 제도 도입 이래 최악의 불경기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018시즌 사치세 규정선을 넘은 팀은 전년도 6팀에서 2팀(워싱턴 내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구단은 아낀 '실탄'을 투입해 우선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라는 FA 최대어를 영입하려고 하겠지만, 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은 많아야 2팀이다. 그럼 나머지 구단은 다른 준척급 FA를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류현진도 그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
 
전년도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선수의 FA 재수 결과
 
맷 위터스 2017시즌 2년 2100만
브렛 앤더슨 2017시즌 1년 350만
콜비 라스무스 2017시즌 1년 500만
제레미 헬릭슨 2018시즌 마이너 계약
닐 워커 2018시즌 1년 400만
 
*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73명 가운데 수락한 5명은 위터스를 제외하면 모두 기대 이하의 계약을 맺는 데 그쳤다. 이는 FA 재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줌과 동시에 선수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일찍 몸을 만든다고 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류현진의 몸값을 예상한 현지 매체는 USA 투데이(2년 2500만), 디 애슬레틱(2년 2800만), MLB 트레이드 루머스(3년 3300만), 팬그레드 스포츠(3년 3750만), 야후 스포츠(3년 4800만↓)가 있다. 현지 매체들의 예상이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정도면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더라도 FA 미아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한편,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생긴 심리적인 안정감은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했을 때의 이점인 LA라는 익숙한 환경, 일찌감치 내년 시즌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 못지않게 내년 시즌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필자 역시 많은 팬의 바람대로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재수에 도전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선택은 류현진의 몫이다. 과연 류현진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이 류현진의 선택에 주목하는 사이 어느덧 '결정의 순간'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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