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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QO를 거절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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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월) 20:24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QO를 거절해야 하는 이유

 
[엠스플뉴스]
 
류현진은 지난 3일(한국시간) 원소속팀인 LA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제시받았다.
 
퀄리파잉 오퍼란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으로 풀릴 선수에게 원소속 구단이 MLB 상위 125명의 평균(2019시즌 기준 약 179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의 1년 재계약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원소속 구단이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는 이유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선 선수가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을 경우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선수가 제안을 수락할 경우 구단은 이듬해 해당 선수의 연봉으로 1790만 달러(약 201억 707만 원)를 부담해야 한다. 한편,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한 선수와 계약을 맺은 팀은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의 일부를 잃게 된다(*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의 손실은 직전해 연봉 총액과 시장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새로운 CBA 협정의 주요 포인트 (2016년)
 
이런 불이익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를 영입하길 상대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MLB 구단은 아무에게나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 않는다. 즉, 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는 것은 해당 선수가 1년 179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2018시즌 종료 후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7명의 성적
 
[브라이스 하퍼] 타율 .249 34홈런 100타점 13도루 OPS .889 WAR 3.5승
[야스마니 그랜달] 타율 .241 24홈런 68타점 OPS .815 3.6승
[패트릭 코빈] 11승 7패 200.0이닝 평균자책점 3.15 WAR 6.3승
[크레이그 킴브렐] 5승 1패 42세이브 62.1이닝 ERA 2.74 WAR 1.5승
[댈러스 카이클] 12승 11패 204.2이닝 평균자책점 3.74 WAR 3.6승
[A.J. 폴락] 타율 .257 21홈런 65타점 13도루 OPS .800 WAR 2.5승
[류현진] 7승 3패 82.1이닝 평균자책점 1.97 WAR 2.0승
 
2018시즌 종료 후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FA 선수는 총 7명(댈러스 카이클, 패트릭 코빈, A.J. 폴락, 브라이스 하퍼, 야스마니 그랜달, 크레이그 킴브렐, 류현진)이다. 이것만으로도 류현진의 위상을 대략적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2018시즌 도중 트레이드된 선수와 이미 한 차례 퀄리파잉 오퍼(QO)를 받은 선수에겐 QO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는 지금부터다.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류현진은 10일 후인 13일까지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류현진에겐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핵심은 내년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
 
 
 
현재 대다수 국내 메이저리그 전문가 및 팬들은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다저스에서 1년 더 뛰면서 건강함을 증명한 다음 내년 FA 시장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그 근거는 대부분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할 경우 1790만 달러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류현진에게 익숙할 뿐만 아니라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뛰는 것이 FA 재수에 유리하다는 데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류현진이 내년에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이다. 확실히 류현진이 내년에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가정한다면 200억짜리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는 것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설 때보다 '안전한 선택'이 맞다.
 
문제는, 류현진이 내년에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FA 재수에 실패하면 류현진은 1살 더 많은 나이로 시장에 나서게 된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는 것이 반드시 안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설 경우 FA 미아가 돼서 1790만 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실제로 퀄리파잉 오퍼가 도입된 2012년 이후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선 68명 가운데 7명이 결국 그해 퀄리파잉 오퍼 금액보다 낮은 연봉 총액을 받고 FA 재수를 하게 됐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그보다 낮은 연봉 총액에 계약한 선수들
 
2014년 스테판 드류 1년 1010만 달러(5월 21일)
2014년 켄드리스 모랄레스 1년 1200만 달러(6월 7일)
2016년 이와쿠마 히사시 1년 1100만 달러(12월 18일)
2016년 이안 데스몬드 1년 800만(2월 29일)
2018년 마이크 무스타커스 1년 650만(3월 11일)
2018년 랜스 린 1년 1200만 달러(3월 13일)
2018년 그렉 홀랜드 1년 1400만(4월 1일)
 
하지만 정작 이듬해 소속팀을 찾지 못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으며, 대부분 1년 1000만 달러 이상은 보장받았다(가장 낮은 금액에 계약한 마이크 무스타커스조차도 1년 650만 달러는 보장받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을 때 아무리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류현진이 손해 보는 금액은 1000만 달러를 넘기 어렵다.
 
반면,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설 경우 연평균이 아닌 '연봉 총액'으로 따지면 퀄리파잉 오퍼를 훨씬 뛰어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즉,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면 1790만 달러를 보장받지만,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면 최대 1000만 달러를 손해 볼 수도 있는 대신, 3년 이상의 계약을 보장받을 수도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성적을 장담할 수 없으며,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해도 손해액이 많아야 1000만 달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부상이 잦았던 '류현진 개인'에게 안전한 선택지는 오히려 후자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5년 1억 달러 연장 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2년 계약을 맺었던 린스컴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MLB 구단들이 생각하는 류현진의 현재 가치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할 시 류현진의 예상 몸값은?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QO를 거절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이 생각하는 류현진의 가치는 어느정도일까? 2013시즌 빅리그 진출 후 첫 2년간 연평균 14승 8패 172이닝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한 류현진은, 2014년 말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후 2년간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17년 5승 9패 126.2이닝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하며 반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8년에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약 3개월가량 결장한 탓에 이닝은 적었지만, 7승 3패 82.1이닝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하며 건강만 하다면 빅리그에서도 수준급 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 좌완 선발 투수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ESPN의 키스 로는 지난 3일 "만약 그가 30번의 선발등판이 가능하다면 연평균 2000만 달러 가치가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건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가정이다. 이런 전제를 달지 않은 미국 매체들 가운데 USA 투데이는 주요 FA 예상 기사를 통해 2년 2500만 달러를,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3년 3300만 달러(다저스)를, 팬크레드 스포츠는 3년 3750만 달러를, 야후스포츠는 "리치 힐이 맺은 3년 4800만 달러보다 살짝 낮은 금액"을 예상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모험을 걸 가치가 있다. 거의 과반수의 매체가 퀄리파잉 오퍼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USA 투데이의 예상대로 2년 계약을 제시받는다고 해도 그땐 거절하고 재수를 택하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안 된다. 이 정도 예상이라면 류현진이 미아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전년도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선수의 FA 재수 결과
 
맷 위터스 2017시즌 2년 2100만
브렛 앤더슨 2017시즌 1년 350만
콜비 라스무스 2017시즌 1년 500만
제레미 헬릭슨 2018시즌 마이너 계약
닐 워커 2018시즌 1년 400만
 
한편, 이번 겨울이적시장 상황 역시 나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빅마켓 구단은 '역대급'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대비해 2018시즌 연봉총액을 사치세 규정선인 1억 9700만 달러 아래로 유지했다. 그 결과 2018시즌 사치세 규정선을 넘은 팀이 전년도 6팀에서 2팀(워싱턴 내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로 줄어들었다.
 
빅마켓 구단들은 이렇게 아낀 '실탄'을 통해 우선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라는 FA 최대어를 영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은 많아야 두 팀이다. 나머지 팀들은 다른 FA를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MLB.com 기준 올겨울 FA 전체 14위이자 선발투수 부문 6위인 류현진도 그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류현진이 3년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필자는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후 불확실한 내년 성적에 모험을 거는 것보다 류현진 개인에겐 안정적인 선택지가 될거라 생각한다. 물론 결국 선택은 류현진의 몫이다. 류현진 스스로 내년 성적에 자신이 있다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재수에 도전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면 정규시즌 막판에 한 인터뷰와는 별개로 그간 행보를 살펴봤을 때,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는 쪽으로 류현진을 설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과연 류현진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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