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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10명 중에 7명' 선수출신 단장 시대의 명과 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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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1 (수)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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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10.31 (수) 14:28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이 선수출신 단장 체제


-‘야구 전문성’ 갖춘 GM 역할 기대, 하지만 ‘구단 운영 전문성' 한계도


-프런트 경험 없이 단장직 직행, 야구산업 이해도와 구단 운영능력 물음표


-실권은 본사 출신 경영 임원이, 책임은 단장이 지는 구조


 


[배지헌의 브러시백] '10명 중에 7명' 선수출신 단장 시대의 명과 암


 


[엠스플뉴스]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 ’선수 출신’ 단장 시대는 2019시즌에도 계속된다.


 


그간 본사 출신 인사가 단장을 맡았던 KT 위즈도 ‘선출’ 단장 대열에 합류했다. KT는 이숭용 타격코치를 단장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양상문 단장이 하루아침에 롯데 감독으로 떠난 LG 트윈스도 차명석 해설위원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이로써 10월 31일 기준 7개 구단(두산, LG, 넥센, SK, KT, 한화, KIA)이 ‘선출’ 단장 체제가 됐다. ‘비선출’ 단장이 이끄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홍준학 단장), NC 다이노스(김종문 단장), 롯데 자이언츠(이윤원 단장) 셋 뿐이다. 몇몇 단장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은 선출 수가 비선출보다 많은 게 현재의 구도다.


 


선수출신 단장 시대는 기존 야구단 단장들의 ‘전문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과거 KBO리그 단장들은 사장과 마찬가지로 모기업에서 내려보낸 ‘낙하산’인 경우가 많았다. 정해진 기간 야구단에 머물다 계열사로 넘어가는 인사들이 단장 자리를 꿰찼다. 


 


이들에게는 야구에 대한 전문성, 책임, 애정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KBO리그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그러다 2010년 SK가 민경삼 단장을, 2012년 두산이 김태룡 단장을 선임하면서 선수출신이 단장으로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들은 오랜 프런트 경험과 야구인의 눈을 바탕으로 선수단 전력구성은 물론 구단 경영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이미 야구인들 사이에선 ‘전문성 있는 야구선수 출신이 단장을 맡아야 프로야구가 발전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차였다.


 


2017년엔 한화 박종훈 단장, SK 염경엽 단장 등 이름있는 야구인 출신들이 단장 자리에 올랐다. 선수 출신으로 스카우트 팀장을 지낸 넥센 고형욱 단장, NC 유영준 단장도 선출 GM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곤 LG 양상문 단장, KIA 조계현 단장까지 가세해 10팀 중에 7팀이 야구인 단장 체제로 출발했다. ‘전문성 있는’ 선수출신 단장들이 리그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가 커졌다. 


 


‘야구 전문성’으로 영입한 선출 단장, 야구단 운영 전문성은 물음표


 


[배지헌의 브러시백] '10명 중에 7명' 선수출신 단장 시대의 명과 암


 


화려한 축포와 조명과 함께 막을 올린 선수출신 단장 시대.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선수출신 단장에 대한 평가는 구단마다 크게 엇갈린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다. 전문성을 이유로 영입한 선출 단장들에 대해 전문성이 문제로 지적되는 아이러니다.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구단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게 문제다.


 


민경삼 전 단장, 김태룡 단장 등 초기 선수출신 단장들은 프런트의 다양한 자리에서 경험을 쌓고 단계별로 승진해서 단장직에 올랐다. 페이퍼 워크는 물론 기획력, 회의 주재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두루 쌓을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 야구는 물론 야구단 운영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단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일부 ‘선출’ 단장들은 그렇지 않다. 스카우트 팀장이나 육성 분야에서 프런트 경험을 쌓은 사례도 있지만 현장 지도자가 바로 단장이 된 사례도 적잖다. 현장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역량은 있어도 회의를 하고, 보고를 취합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대외협력을 해본 경험은 없다. 한 선수출신 단장은 업무 용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직원들이 일일이 설명해주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모기업으로부터 재정 자립이 지상과제가 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다. 하지만 선출 단장 중에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장은 KBO 실행위원회,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사 역할도 맡는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승패’ 전문가인 단장들이 모여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일선 직원 및 현장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나온다. 몇몇 감독 출신 단장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독불장군이다’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소통과 협력이 필수인 야구단 업무를 현장 감독 때 하던 식으로 여긴 결과다. ‘몸은 사무실에 있지만 마음은 현장 감독직에 가 있다’는 평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 원로 야구인은 현장 감독과 단장의 역할은 다르다. 감독이 주어진 선수단을 갖고 이기는데 주력한다면, 단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력을 구성하고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일부 선수출신 단장이 여기 필요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KBO리그 ‘선출’ 단장,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진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10명 중에 7명' 선수출신 단장 시대의 명과 암


 


단장. 미국에서 쓰는 표현으로는 General manager에 걸맞은 전문성과 위상을 갖추지 못한 게 KBO리그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구단 내에서 역할도 제한적이다. 외부에는 '선수 출신 단장'으로 홍보하면서 그에 걸맞은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이름만 단장일 뿐 실제 하는 일은 ‘운영팀장’에 가까운 사례도 적지 않다. 


 


선수출신 단장이 있는 구단은 대부분 본사 출신 경영기획실장이나 경영본부장을 따로 두고 있다. 취지는 ‘경영은 실장이 맡고, 운영은 단장이 맡는 이원화’지만, 실제로는 말처럼 이상적인 형태로 분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실권은 구단주와 가까운 본사 출신 실장에게 주어지고, 단장은 그 아래서 운영팀장급 역할을 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LG와 NC가 대표적인 예다. LG는 송구홍, 양상문 등 야구선수 출신을 단장직에 앉혔지만 실제로는 그룹 출신 경영기획실장이 인사권 등 구단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NC 역시 본사 임원 출신 경영본부장이 주도권을 잡고 단장의 역할은 제한됐다. 


 


야구단 운영에 반드시 선수 경험이 필요하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야구단 업무는 현장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일과는 별개 영역이다. 전문성은 선수 경험이 아니라 야구단 일에 대한 애정과 경험에서 나온다. 기존 비선출 단장의 가장 큰 문제는 야구단에 머무는 기간이 짧았단 점이다. 야구단 업무를 익히고 야구 산업을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다.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계열사로 옮기고, 새로운 낙하산이 오는 악순환이 진짜 문제였다. 


 


가장 바람직한 건 프런트에서 차근차근 여러 보직을 경험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가 승진해서 단장이 되는 케이스다. 선출인지 아닌지는 둘째 문제다. 결정권자가 굳이 감독이나 코치 수준으로 야구를 알 필요는 없다. 선수 출신만이 갖는 경험은 구단 곳곳에 포진한 선수출신 프런트가 얼마든 채울 수 있다. 


 


또 최근엔 데이터 활용과 분석 기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현장 출신의 ‘눈’이 갖는 우위도 과거보다 줄어든 흐름이다. 지금 시대 단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선수의 스윙을 보고 한눈에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보고를 종합하고 여러 전문가의 지혜를 경청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선출 단장 시대’에 환호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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