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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추적] ‘폭력 은폐’ 논란 야구부 감독 “제가 누군지 아시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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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월) 10:23

                           
-선배에게 맞아 신장 손상된 17살 야구부원
-‘대전제일고, 가해 학생 전학으로 사건 은폐하려 했다’ 의혹
-구대진 감독 “가해 학생 개인정보 알려줄 수 없다.”, 반면 피해 학생 실명은 주저없이 언급
-학생선수 때려 사회봉사 40시간 명령 받았던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 맡겼던 대전제일고  
 
[엠스플 추적] ‘폭력 은폐’ 논란 야구부 감독 “제가 누군지 아시죠?”

 
[엠스플뉴스] 
 
제가 누군지 아시죠?
 
고교 야구부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선수는 선배에게 맞아 신장이 손상됐다. 제보를 받고서 엠스플뉴스는 사실 확인 차 해당 야구부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화를 받은 이 감독이 대뜸 꺼낸 말이 바로 “제가 누군지 아시죠?”였다.
 
이 감독은 “제가 누군지는 아시죠?”라고 운을 뗀 뒤 40년 만에 대전광역시에 고교 야구부가 생겼는데 이런 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라며 자기가 감독인 야구부에서 벌어진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이야기했다. 
 
과연 이 감독은 누구이고, 왜 그는 자기가 지도하는 야구부에서 발생한 사건을 남의 일처럼 얘기한 것일까. 
 
“1학년생 군기가 빠졌다”는 코치 지적에 1학년생 야구부원들 모아 얼차려 준 선배들. “제대로 기합 받지 않는다”며 1학년생 복부 발로 걷어차 신장 손상
 
[엠스플 추적] ‘폭력 은폐’ 논란 야구부 감독 “제가 누군지 아시죠?”

 
대전제일고(교장 김용갑) 야구부 폭력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대전제일고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장소인 경주로 이동 중, 대전제일고 이 모 코치는 버스 안에서 3학년 주장에게 1학년들 군기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3학년 주장은 2학년생들에게 이 모 코치의 지적을 전달했고, 2학년생들은 1학년생들을 모아놓고서 ‘군기가 빠졌다’며 얼차려를 줬다. 이 과정에서 2학년생 A 군이 기합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며 1학년생 B 군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A 군의 발길질에 B 군의 신장이 손상된 것이다. 
 
B 군은 신장 손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 폭력 사건이 알려진 건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이 사건을 엠스플뉴스에 알린 제보자는 야구부 감독과 학교가 합심해 이 사건을 꼭꼭 숨기는데만 집중했다 덕분에 가해자 A군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가 계속 야구를 하고, 맞은 학생은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한 채 끙끙 앓기만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해 학생은 철저 보호. 피해 학생에 대해 묻자 주저없이 실명 언급한 대전제일고 구대진 감독
 
[엠스플 추적] ‘폭력 은폐’ 논란 야구부 감독 “제가 누군지 아시죠?”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제가 누군지 아시죠?”라고 말했던 대전제일고 구대진 감독은 시종일관 가해 학생을 걱정했다. 구 감독은 생활기록부에 하나라도 오점이 찍히면 상급학교(대학) 진학에 큰 문제가 생긴다. 저는 학생이 걱정된다. 되도록 언론에 보도가 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 감독은 이어 “A 군과 B 군 부모님이 서로 만나 합의를 끝냈다. A 군이 전학 가는 것으로 사건이 이미 종결됐다. 오늘(26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도 좋은 분위기에서 사건이 잘 마무리될듯하다”며 A 군은 대전제일고 야구부 전력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유망한 선수다. 잘 다듬으면 프로 입단도 가능한 선수다. (A 군) 아버지가 이 사건이 일어난 이후, 바로 다른 고교 야구부를 알아봤다. A 군은 더 좋은 학교로 (전학) 갔다고 밝혔다.
 
구 감독의 말을 정리하자면 A 군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 이미 전학을 알아봤다. 학교가 전학을 권고하기 전 ‘더 좋은 학교로의 전학’을 확정지었다. 후배를 때려 신장을 다치게 한 선배가 ‘더 좋은 학교로 전학 가는’ 이 기막힌 현실을 구 감독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구 감독의 다음 발언이었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A 군에 관해 묻자 구 감독은 “학생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 아이들은 아직 야구를 하는 학생이고, 미성년자다. 보호해줘야 한다”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구 감독은 피해자 B 군에 대해선 주저 없이 실명을 언급했다. 
 
구 감독의 눈에 가해자는 ‘보호해줘야할 대상’이고, 피해자는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었던 것일까.
 
구 감독은 B 군이 어디를 다쳤는지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구 감독은 A 군이 세게 때린 것도 아니다. ‘딱’ 한 대 때렸다. 찰과상 정도로 알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후 다른 취재 기자가 구 감독에게 전활 걸자 구 감독은 “이 사건을 먼저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시라”며 말문을 닫았다. 이 사건을 25일에 보도한 여러 매체는 모두 피해 학생이 선배에게 맞아 신장이 손상됐다고 보도했다.
 
학생선수 때려 사회봉사 40시간 명령 받은 구대진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 맡긴 대전제일고
 
[엠스플 추적] ‘폭력 은폐’ 논란 야구부 감독 “제가 누군지 아시죠?”

 
추가 취재 결과 구대진 감독은 올해 2월 그 자신이 학생선수를 때려 문제가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구 감독은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 교육청에 (학생선수를 때린 후) 자진 신고했다. 교육청에서 사회봉사 40시간 명령을 받았다고 당당하게 시인했다.
 
엠스플뉴스는 학교 측에 26일 오전에 열린 학폭위 결과를 물었다. 대전제일고 측은 “아직 (학폭위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나와도 기자에게 말하긴 곤란하다”고 답했다. 
 
학폭위 결과를 언론에 일일이 답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전제일고처럼 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학교가 있다면 언론이 아니라 세상이 학폭위 결과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건 은폐를 막고, 가해자와 그 비호세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재발 방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전제일고는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고서 사건 자체를 ‘없던 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로 관련 민원이 제기되기 전까지 별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구대진 감독은 “제가 누군지 아시죠?”라고 물었다. 구 감독이 진정 듣고 싶어 하던 대답은 무엇일까. “네, 구대성 선수의 친형이시죠?”였을까 아니면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을 때려 사회봉사 40시간 명령을 받은 감독이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이 맞았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감독 아니십니까?”였을까.
 
학교장, 감독을 포함한 대전시교육청의 철저한 조사를 기대한다. 엠스플뉴스는 이 사건의 결말을 끝까지 추적해 상세히 보도할 것이다.
 
박찬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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