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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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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금) 07:22

수정 1

수정일 2018.10.19 (금) 08:42

                           
-“무심 타법? 나는 정말 잘 치고 싶다.”
-“10승 투수 5명, 안방마님으로서 자랑스러운 기록”
-양의지와 니퍼트 간의 뭉클한 포옹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KS 우승으로 행복하게 웃으면서 끝내고 싶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엠스플뉴스]


 


“어떻게 무심(無心)으로 치겠어요?”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잠시 입을 삐쭉 내밀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타구는 쭉쭉 뻗어간다. 그 과정 속엔 양의지의 치밀한 수 싸움과 100%로 발휘하는 힘이 숨겨져 있다. “저도 멀리 날리고 싶은 마음에 힘껏 치는 거예요.” 양의지의 항변이다.


 


사실 양의지의 수 싸움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가 더 돋보인다. 두산 마운드에 올라가는 모든 투수는 승리 뒤 이구동성으로 양의지를 찾는다. 양의지의 리드 덕분에는 두산 담당 기자라면 수없이 타이핑하는 표현이다. “그저 어린 투수들이 잘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양의지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KBO리그 최고의 포수는 양의지라는 걸 부정할 숫자가 없다. 양의지는 올 시즌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8/ 157안타/ 23홈런/ 77타점/ 출루율 0.427/ 장타율 0.585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거뒀다. 양의지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6.46으로 리그 야수 전체 3위에 올랐다. 숫자로 잘 보이지 않는 투수 리드와 안정감까지 고려하면 공·수를 완벽히 갖춘 양의지다.


 


두산은 93승 5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간 양의지는 지난해 아쉬운 준우승의 기억을 떠올렸다. 바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나온 3루 런다운의 악몽이다. 당시 0대 0으로 맞선 8회 말 3루 런다운 수비 상황에서 양의지는 2루 주자를 무리하게 잡으려다 3루 주자 김주찬의 결정적인 득점을 허용했다.


 


그 실수를 기점으로 시리즈 흐름을 내준 두산은 결국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그런 실수 없이 완벽한 우승을 거두고 싶단 게 양의지의 각오다. 마지막 순간 웃으며 끝내는 행복을 느끼고 싶은 양의지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아쉬운 타율 2위’ 양의지 “내년에 1위 해야죠.”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가을야구가 시작됐습니다. 경기는 지켜봤나요.


 


결정적인 장면은 못 보고 중간중간 경기를 봤습니다. 한국시리즈가 아직 멀어서 그런지 별다른 느낌은 없더라고요. 플레이오프가 시작돼야 긴장되지 않을까요.


 


무언가 1위다운 여유가 엿보입니다. 정규시즌 팀과 개인 성적이 원체 좋았잖아요.


 


기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온 건 맞아요. 무엇보다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제가 안 아프면 성적은 어느 정도 나오잖아요(웃음). 지난해처럼 다쳐서 다시 올라오는 과정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올 시즌은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잖아요. 게다가 대표팀 경기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체력 부담이 꽤 컸겠습니다.


 


포수라면 항상 장비를 차고 힘들게 여름을 보내야 하잖아요.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에 성적이 달렸죠. 올 시즌은 다행히 그 고비를 잘 넘긴 듯싶어요. 여름을 보내는 노하우가 쌓였고, 시즌 준비도 잘 됐죠. 시즌 초반에 힘들더라도 최대한 많이 나가서 승리에 도움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시즌 후반에 여유가 생기면서 로테이션이 가능하잖아요. 잘 풀렸던 시즌이죠.


 


박세혁이라는 훌륭한 동료가 있었기에 마음이 편했겠군요.


 


(고갤 끄덕이며) 그렇죠. (지나가는 박세혁을 쳐다보며) 이렇게 잘하는 포수가 제 뒤에 있으니까 다행입니다. 솔직히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면 주전 선수들의 부담감이 커요. 그런데 진짜 제 빈자리가 티 안 날 정도로 잘해주니까 마음이 편했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타율왕 경쟁을 펼쳤는데 아쉽게 놓쳤습니다.(양의지는 10월 14일 시즌 최종전인 사직 롯데 자이언츠에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시즌 타율을 0.358로 마감했다. 만약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면 리그 타율 1위 LG 트윈스 외야수 김현수의 0.362를 넘을 수 있었다)


 


2등 했으니까 내년엔 1등을 해야죠(웃음). 대표팀을 다녀오니까 타격감이 떨어져서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시즌 막판에 몰아치기가 돼서 약간 기대했죠. 돌이켜 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올 시즌 타격 성적이 원체 좋아서 무표정한 무심(無心) 타법도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고갤 내저으며) 무심은 아닙니다. 저는 잘 치려고 정말 열심히 방망이를 돌려요. 힘껏 쳐서 꼭대기까지 날아가는 거 보셨잖아요(웃음). (김재환을 쳐다보며) 물론 제 앞에 훌륭한 4번 타자가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칠 수 있었죠. 올 시즌엔 바가지 안타도 종종 나오고 행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타격 자세에 큰 변화를 준 게 있었나요.


 


큰 변화는 없었어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수정한 정도죠. 기술적인 것보단 정신적인 면에서 고토 고지 타격코치님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요. 타석에 임하는 자세와 안 풀릴 때 해야 하는 생각 등 조언을 해주셨죠. 그 생각의 차이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잘 칠 때는 다른 말씀은 안 하세요. 잘 안 풀릴 때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타를 친 기억을 잊어라’는 말씀이 와닿았어요. ‘이번에도 쳐야지’가 아니라 안타를 친 타석을 잊고 바로 그다음 타석을 처음처럼 대비하라는 뜻이죠.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니까 방망이가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양의지와 니퍼트의 뭉클한 포옹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안방마님’에게 마운드 얘길 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올 시즌 두산 마운드는 젊고 탄탄했습니다. 특히 함덕주·박치국·곽 빈·박신지 등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돋보였어요.


 


젊은 투수들이 등판할수록 빠르게 성장했어요. 우선 자신이 공을 어떻게 던져야 막을 수 있단 걸 알아야죠. 피하는 것보단 과감하게 주문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어요. 어쨌든 맞으면 결과가 나오잖아요. 또 마운드 뒤에 좋은 야수진이 있으니까 안타 맞을 확률도 낮잖아요. 기술적인 것보단 정신적인 조언을 더 많이 했습니다.


 


두산의 올 시즌 두 자릿수 승리 투수가 무려 5명입니다. 특히 유희관과 이영하는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10승을 달성했어요.


 


쉽게 하든 어렵게 하든 어쨌든 10승 투수죠. 특히 (유)희관이 형은 당연히 10승을 해야 할 투수 아닌가요(웃음). 외국인 투수 두 명도 새롭게 합류한 시즌에 적응을 잘해줬어요. 각각 10승 이상 해준다면 그 팀은 무조건 성적이 날 수밖에 없죠.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적이 아닌 동료가 된 조쉬 린드블럼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타석에서 상대했을 때도 정말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같은 팀이 되니까 그렇게 승부욕이 강한 투수인지 몰랐다고 느껴졌어요. 또 야구 외적으로도 좋은 일을 많이 하니까 보기 좋더라고요. 저도 더 도와주고 싶었어요.


 


게다가 한국 생활이 이미 익숙한 선수잖아요.


 


원래 외국인 투수는 자기 고집을 부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린드블럼은 KBO리그 경력이 길어서 그런지 소통을 계속하면서 풀어가더라고요. 속구 구위가 좋으니까 볼 배합도 편하죠. 타자를 압도하는 에이스라는 칭호가 충분한 투수예요.


 


린드블럼뿐만 아니라 세스 후랭코프도 시즌 18승을 달성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스프링 캠프 때 후랭코프의 공을 보고 움직임이 좋아서 잘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죠. 안 아프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준 것만 해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규시즌 우승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제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어요.


 


최근 (함)덕주의 어깨가 좀 올라갔어요(웃음). 젊은 투수들이 이렇게 성장한 걸 보면 우리 구단이 야구를 정말 잘한다고 느껴요. 어린 선수들이 더 빛을 보고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도록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두산 투수 얘긴 아니지만, 최근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전(前) 팀 동료이자 KT WIZ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와 홈 최종전에서 이닝 교대 도중 포옹한 장면이었어요.


 


니퍼트는 다른 팀에 있지만, 마음속으론 두산 선수라고 생각해요. 정말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췄어요. 또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한국에서 마지막 등판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졌죠.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더라고요.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니퍼트가 먼저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럭키’라고 했죠. 서로 잘했다고 인사했어요. 내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라도 올 시즌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양의지가 말하는 ‘SNS 중독자’와 ‘합성 사진’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잠시 슬픈 분위기가 됐는데 가벼운 얘길 해보겠습니다. 최근 주장 오재원과 SNS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에요.


 


그분은 SNS 중독자 같아요(웃음). 이상한 사진이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저는 너무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직접 글을 작성하는 편은 아니에요. 조금씩 댓글만 남기는 스타일이죠.


 


합성 사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딸을 안은 사진에 (오)재원이 형 얼굴을 합성해서 보낸 적이 있었죠. 그게 정말 대박이에요(웃음). 그래도 팬들이 재밌어 해주시니까 다행이에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팬들과의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오자면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이 올 시즌 큰 동기부여가 됐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고갤 갸우뚱거리며) 사실 준우승을 할 수도 있죠. 지난해는 KIA 타이거즈가 정말 강해서 우승한 거예요. 반대로 저희 팀 전력은 완벽하지 않았죠. 저도 아팠고요. 올 시즌엔 저희가 정규시즌 1등을 했으니까 한국시리즈 우승도 해야 합니다.


 


이미 큰 경기를 원체 많이 경험해서 떨리지도 않을 듯싶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저 정말 긴장 많이 하는 편이에요. 최근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합류해 일본전을 뛰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긴장한 경기였습니다. 대표팀 분위기도 처져 있었고요. 그래서 일부러 파이팅을 엄청나게 크게 외쳤어요. 당연히 한국시리즈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겁니다. 경기 감각을 잘 유지하고 누가 파이팅 있게 먼저 치고 나가느냐가 중요하죠.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합니다.


 


‘3루 런다운 맹훈련’ 양의지 “이번엔 안 말아먹겠습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의지 “악몽의 KS 런다운, 이제 실수는 없다.”


 


2년 전처럼 한국시리즈 MVP를 기대해도 될까요. 3년 전 한국시리즈 MVP인 팀 동료 정수빈도 욕심을 내비쳤습니다.


 


저는 누가 시리즈 MVP를 받는 건 상관없어요. 그저 우승만 하면 되죠. 우승을 못 해본 사람은 그 느낌을 모를 거예요. 저도 예전 플레이오프 때 실책을 범하고 울면서 끝낼 때가 있었죠. 웃으면서 끝내는 행복이 얼마나 좋은 건지 몰라요. 그 행복을 느끼고 싶기에 반드시 우승하고 싶습니다.


 


한국시리즈를 잘 치르고 나면 개인적인 거사도 잘 풀릴 듯싶습니다.


 


지금은 한국시리즈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죠. 개인적인 일은 시즌이 끝나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두산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과분한 사랑은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그만큼 ‘V6’을 향한 각오가 남다르겠습니다.


 


지난해는 제가 말아먹었는데 올 시즌엔 안 말아먹겠습니다(웃음).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3루 런다운의 악몽이 가끔 떠올라요. 그땐 잘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욕심이니까 이해해주세요. 이번엔 하나만 확실히 잡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아까 팀 연습 때 런다운 연습을 열심히 하더라고요.


 


진짜 지겹도록 3루 런다운 연습을 했어요(웃음). (허)경민이와 작전을 잘 짜서 이번엔 실수 없이 잘할 겁니다. 그냥 던지고 빠지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면 정말 추울 텐데요. 그래도 두산 팬들은 잠실구장을 가득 메워서 열띤 응원을 보낼 것 같습니다.


 


추운 데서 샴페인 안 맞아보셨죠?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얼어 죽어요(웃음). 그래도 한 번 더 샴페인을 터뜨려야죠. 어떻게 보면 축제니까 다 같이 즐기면서 좋은 결과로 2018년 야구 참 재밌었다고 생각하면서 끝났으면 좋겠어요. 팬 여러분들도 옷 따뜻하게 입고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그 열기를 받아서 꼭 우승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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