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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했던 정지석이 승리에도 웃지 않은 까닭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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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수) 07:22

                           

‘완벽’했던 정지석이 승리에도 웃지 않은 까닭



[더스파이크=의정부/이광준 기자] 대한항공 정지석이 완벽한 플레이로 팀의 시즌 첫 승리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경기를 마친 정지석 표정은 좋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1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을 상대로 3-0 완벽하게 승리했다.

 

이제는 당당한 대한항공 에이스, 정지석은 이날도 어김없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득점은 16점(공격성공률 55.56%)으로 외인 가스파리니(21점)에 이어 양 팀 통틀어 두 번째로 많았다. 16점 가운데 블로킹은 2개, 서브에이스는 무려 4개였다.

 

수비에서도 두드러졌다. 리시브는 점유율 26.32%, 성공률 40%로 뛰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디그 9개로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7~2018시즌 디그 1위다운 모습이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정지석 활약에 대해 “완벽했다. 제 몫을 다 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완벽한 분위기에도 정지석은 웃지 않았다.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득점에도 정지석 홀로 환호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선수들 모두가 마무리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이유는 상대 선수 부상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KB손해보험 쪽 선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황택의, 양준식 두 명 모두 세터여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완벽’했던 정지석이 승리에도 웃지 않은 까닭

 

특히 3세트 중반 부상당한 양준식은 정지석과 충돌로 인해 엉키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정지석은 양준식 부상이 본인 탓이라는 생각 때문에 경기 후에도 표정이 어두웠던 것이다.

 

경기 후 박기원 감독도 애제자 정지석을 걱정했다. “(정)지석이가 상대 부상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 마음이 여린 선수다. 잘 달래보겠다.”

 

뒤따라 인터뷰룸에 들어온 정지석은 여전히 표정이 밝지 않았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고자 승리 소감을 물었지만 나온 대답은 양준식 부상 이야기였다. “같은 선수로서 (양)준식이 형한테 정말 미안하다. 이긴 것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크게 안 다쳤으면 하는 생각밖엔 안 든다.”

 

정지석은 3세트 양준식 부상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 팀이 득점을 내도 준식이 형이 잘 걷고 있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 경기는 시즌을 시작하는 개막전이다. 선수는 뛰어야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런데 나로 인해 한 시즌이 어긋난 것 같아 미안하다.”

 

정지석은 양준식 부상을 적이 아닌 ‘동업자’ 입장에서 진심으로 걱정했다. 벌써 프로 생활 6년차다. 고졸 선수로 데뷔해 아직 어린 나이지만 성숙한 태도가 보이는 대목이었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선수 부상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권 감독 말대로 스포츠에서 부상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친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하던 정지석의 모습은 프로다웠다. 스물셋 정지석은 그렇게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었다.

 

 

사진/ 문복주, 홍기웅 기자



  2018-10-16   이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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